AI로 쓴 세특, 대학에서 티가 날까요?
결국 이렇게 물으시는 거죠. 학생이나 학원이 AI로 초안을 만들어 선생님께 드렸고, 그게 거의 그대로 생기부에 올라갔다면 대학에서 그걸 잡아낼 수 있느냐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사정관이 "이건 AI가 썼다"고 판정하려고 서류를 읽지는 않아요. 그럴 이유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걱정을 내려놓으시기엔 이릅니다. 사정관은 AI를 찾는 대신 학생을 찾아요. AI가 쓴 세특의 문제는 들키느냐가 아니라, 읽어도 학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그런 세특은 적발되지 않아도 평가에서 조용히 밀려납니다.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보다, 읽히느냐 안 읽히느냐를 걱정하셔야 해요.
공장에서 찍어 낸 문장은 서로 닮아요
AI가 만든 세특 문장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어요. 주제는 거창하고, 연결어는 매끄럽고, 마무리는 늘 '역량을 함양함', '태도가 돋보임' 같은 말로 깔끔하게 닫혀요. 하나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어 보여요.
문제는 사정관이 하루에 읽는 서류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거예요. 같은 시기에 같은 도구로 만든 문장은 비슷한 뼈대를 갖게 되고, 수십 건을 이어 읽다 보면 그 뼈대가 눈에 들어와요. 내용이 달라도 문장의 리듬이 같으면 읽는 사람은 금세 피로해지고, 그 피로는 '특별한 게 없다'는 인상으로 바뀌어요. 적발이 아니라 무관심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죠.
수업 장면이 빠져 있으면 금방 티가 나요
진짜 수업에서 나온 세특에는 그 교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장면이 있어요. 실험값이 예상과 달라 조원끼리 원인을 다시 따졌다든지, 발표 중에 받은 질문에 답을 못 하고 다음 시간에 찾아와 보충했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선생님이 직접 본 일이라 구체적이고, 조금은 투박해요.
AI 초안에는 이런 장면이 없어요. 있을 수가 없죠. AI는 그 교실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대신 개념 설명이 길어지고, 학생이 무엇을 '탐구함', '분석함'이라는 동사만 반복돼요. 사정관은 교과서 개념을 다시 배우려고 세특을 읽는 게 아니에요. 그 학생이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어 하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세특은 몇 줄을 차지하든 정보가 거의 없는 기록이 돼요.
다른 과목, 다른 학년과 이어지지 않아요
사정관은 세특 하나만 따로 떼어 보지 않아요. 같은 학생의 국어, 수학, 과학 세특과 창체, 행특까지 한 사람의 이야기로 겹쳐 읽어요. 실제 수업에서 나온 기록이라면 관심이 조금씩 옮겨 가거나 깊어지는 흐름이 보여요. 앞 학기에 남은 궁금증이 다음 학기 활동으로 이어지는 식이죠.
AI로 만든 문장은 과목마다 따로 놀기 쉬워요. 과목마다 그럴듯한 주제를 하나씩 붙이다 보니 서로 연결되지 않고, 학생의 수준과 맞지 않게 갑자기 높은 개념이 튀어나오기도 해요. 성적이나 다른 기록과 비교했을 때 어딘가 어긋나는 세특은 사정관에게 오히려 의문을 남기고, 면접이 있는 전형이라면 그 의문이 그대로 질문이 됩니다.
부모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따로 있어요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데 우리 아이만 손 놓고 있어도 되나 불안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세특은 원래 선생님이 관찰한 내용을 적는 기록이에요. 미리 써 간 문장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그 기록의 성격과 맞지 않고, 학교마다 이 부분을 점점 더 엄격하게 보고 있어요.
부모님이 더 도움이 되실 수 있는 쪽은 아이가 수업에서 한 일을 말로 꺼내 보게 하는 거예요. "오늘 과학 시간에 뭐가 제일 이상했어?" 같은 질문이요. 아이가 자기 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이면, 보고서와 발표에도 그 말이 묻어나고, 선생님은 그걸 보고 세특을 써요. 돌아가는 것 같아도 이쪽이 진짜 지름길이에요.
혹시 이미 그렇게 만든 문장이 기록에 들어갔다면 너무 자책하실 필요는 없어요. 남은 학기에 아이가 실제로 한 활동과 고민이 차곡차곡 쌓이면, 전체 학생부 안에서 그 문장의 무게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요. 중요한 건 지금부터의 기록이 아이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거예요.
선생님께는 학생의 원재료가 필요해요
교사 입장에서도 AI는 문장을 다듬는 데는 분명 쓸모가 있어요. 다만 재료까지 AI에게 맡기면 앞에서 말한 공장 문장이 나와요.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의 한 문단, 수업 중 메모해 둔 질문 한 줄, 발표 때 들은 대답 하나처럼 그 학생에게서만 나온 재료를 먼저 꺼내 놓고, 문장은 그 재료를 중심으로 세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오늘 아이의 세특 초안을 보고 계신다면, 그 문장 안에 그 교실에서만 있었던 장면이 하나라도 들어 있는지 찾아보세요. 없다면 그 자리를 채울 이야기를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