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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건축가가 꿈인데 물리 시간에 미술을 고르고 싶어요

EDU HIGH 운영자 · 2025.12.18

"저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건축을 하고 싶은 건데, 물리를 꼭 들어야 해요?" 건축학과를 꿈꾸는 학생에게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짧게 답하면, 물리를 빼고 미술로 대신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에요. 미술을 함께 듣는 건 좋지만, 물리를 대신하는 자리에 넣는 건 권하기 어려워요.

이유는 건축학과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국내 대학의 건축학과는 대부분 공과대학 안에 있거나 자연계열로 학생을 뽑아요. 그림 실력만큼이나 구조와 힘, 재료를 이해하는 공학의 기초를 함께 보겠다는 뜻이에요.

책 위에 올려 둔 집 모형

건물은 먼저 서 있어야 아름다울 수 있어요

건축 설계는 아름다운 형태를 상상하는 일에서 시작하지만, 그 형태가 실제로 서 있게 만드는 건 구조예요. 지붕이 얼마나 무거운지, 기둥이 그 무게를 어떻게 땅으로 보내는지, 바람과 지진에 건물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이해해야 설계가 종이 밖으로 나올 수 있어요. 이게 바로 물리에서 배우는 힘과 평형, 운동의 원리예요.

건축학과 교육과정을 보면 설계 스튜디오와 함께 건축구조, 건축환경, 건축설비 같은 과목이 이어져요. 빛과 열, 소리가 공간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루는 과목들인데, 이것도 물리의 언어로 설명돼요.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덜 추운 집을 설계하려면 열이 벽을 통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알아야 하고, 공연장의 소리가 객석 끝까지 고르게 닿게 하려면 소리의 반사와 흡수를 이해해야 하죠.

많은 대학의 건축학과가 5년제로 운영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설계 감각과 공학 지식을 둘 다 길러야 하니 공부할 양이 그만큼 많은 거예요.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건너뛰면, 대학에 들어가 구조 수업을 처음 만나는 순간 그 빈자리를 혼자 메워야 해요.

대학들이 내놓은 안내를 보면

중앙대가 공개한 권장과목 자료에는 건축학부에 미적분Ⅱ와 기하, 일반선택 물리학, 그리고 진로선택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가 제시되어 있어요. 연세대도 자연계열 모든 모집단위에 미적분Ⅱ와 기하를 권하고 있고요. 대학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건축학과를 자연계열로 뽑는 대학이라면 물리를 기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다만 대학에 따라 건축학과를 인문과 자연으로 나눠 뽑거나, 실기를 보는 건축 관련 학과를 따로 두는 곳도 있어요. 이런 경우는 요구하는 과목이 다를 수 있으니, 지원하려는 학과가 어떤 계열로 학생을 뽑는지부터 모집요강에서 확인하세요.

미술은 빼는 과목이 아니라 더하는 과목이에요

그렇다고 미술이 쓸모없다는 뜻은 전혀 아니에요. 공간을 상상하고 손으로 표현하는 힘은 건축가에게 정말 중요해요. 미술 시간에 투시도를 그려 보고, 빛과 그림자로 입체감을 표현해 보는 경험은 설계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쓰여요.

나무가 얹힌 건물 모형

그러니 질문을 바꿔 보면 좋아요. "물리 대신 미술"이 아니라 "물리와 함께 미술을 어디에 넣을까"로요. 예술 교과는 학교마다 필수로 들어야 하는 단위가 있으니, 그 자리를 미술로 채우면서 수학과 과학의 기둥은 그대로 두는 방식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학교에 미술 관련 진로선택 과목이 따로 열려 있다면, 수학과 과학 과목이 빠지지 않는 범위에서 하나 더해 보는 것도 좋아요. 미술관이나 건축 전시를 다녀온 경험을 미술 시간 감상문으로 남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기록이 되고요.

두 과목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세요

건축 지망생의 학생부가 빛나는 순간은 물리와 미술이 서로 만날 때예요. 물리 시간에 다리 모형을 만들어 하중을 버티는 구조를 실험해 보고, 미술 시간에 그 구조를 아름답게 다듬는 디자인을 고민해 본다면, 두 과목의 세특이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져요.

수학에서도 기회가 있어요. 기하 과목에서 배우는 벡터와 공간도형은 건축 도면을 읽는 눈과 닮아 있어요. 곡면 지붕이나 독특한 외벽을 가진 건물을 하나 골라 그 형태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보는 탐구도 좋은 소재가 돼요. 이렇게 과목마다 건축과 닿는 질문을 하나씩 던져 두면, 학생부 전체가 한 방향을 가리키게 돼요.

산책길의 건물 하나를 오래 보세요

오늘 학교 오가는 길에 눈에 띄는 건물 하나를 골라 보세요. 저 지붕은 무엇이 받치고 있을까, 저 창은 왜 저 방향을 보고 있을까. 휴대폰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 두고, 집에 와서 그 건물의 구조를 간단히 스케치해 보는 것도 좋아요. 이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물리와 미술이 이미 한 자리에서 만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