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만 잘하면 될까요, 컴공 가려는 고1의 시간표
정보 과목만으로는 부족해요. 컴퓨터공학과를 생각하는 고1에게 가장 먼저 해 주고 싶은 말이에요. 정보 과목은 분명 중요하지만, 대학이 컴퓨터공학 지원자에게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건 수학이에요. 코딩은 대학에 와서도 배울 수 있지만, 수학의 기초는 고등학교에서 쌓아 오지 않으면 따라잡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코딩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니에요?"라는 반응이 꼭 나와요.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가고 앱도 만들어 본 학생이라면 더 그렇죠. 그 경험은 분명 소중해요. 다만 컴퓨터공학과 4년 동안 배우는 과목 목록을 보면, 왜 수학이 먼저인지 금방 이해가 될 거예요.
컴퓨터공학과의 시간표를 열어 보면
컴퓨터공학과 1, 2학년 교육과정에는 프로그래밍 과목과 함께 이산수학, 선형대수, 확률과 통계, 미적분학 같은 수학 과목이 빼곡해요. 그 위에 자료구조, 알고리즘, 컴퓨터구조, 운영체제가 올라가요. 알고리즘은 문제를 얼마나 빨리 풀 수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과목이고, 인공지능이나 그래픽스로 가면 행렬과 미분, 확률이 매 수업마다 나와요.
컴퓨터구조처럼 하드웨어를 다루는 과목에서는 전기와 회로 이야기도 나와요. 대학 신입생 가운데 코딩은 자신 있었는데 수학 과목에서 크게 고생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반대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탄탄히 다진 학생은 코딩을 처음 배워도 금방 따라잡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컴퓨터공학은 수학이 바닥에 깔리고, 물리가 한쪽을 받치고, 그 위에서 코딩이 움직이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해요.
수학은 미적분Ⅱ와 기하를 먼저 챙기세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는 진로선택 과목이에요. 수능 수학 범위에서 빠지면서, 이 두 과목을 학교에서 들었는지가 공학 계열 지원자를 가르는 단서가 됐어요. 중앙대 권장과목 자료에서도 소프트웨어학부에 미적분Ⅱ와 기하, 물리학과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요.
확률과 통계도 가볍게 보지 마세요. 일반선택 과목이라 대부분 듣게 되지만, 데이터와 인공지능 쪽으로 관심이 있다면 이 과목에서 깊이 있는 탐구를 남기는 게 큰 힘이 돼요. 학교에 인공지능 수학 같은 과목이 열려 있다면 그것도 좋은 선택지예요. 다만 이런 과목은 미적분Ⅱ와 기하를 대신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옆에 더하는 자리라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수학 과목을 고를 때 성적 받기 편한 과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데, 공학 계열에서는 그 선택이 서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빈칸이 돼요.
정보 과목은 어떤 자리에 둘까
정보 과목은 컴퓨터공학 지망생에게 자기 관심을 가장 직접 보여 주는 과목이에요. 학교에 따라 일반선택 정보 외에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 과학 같은 진로선택 과목이 열리기도 해요. 시간표에 여유가 있다면 하나쯤 넣어 두면 좋아요.
다만 정보 과목이 수학이나 물리 진로선택을 밀어내는 자리에 들어가면 곤란해요. 정보 과목 하나를 더 넣으려고 미적분Ⅱ나 기하를 빼는 건 우선순위가 뒤집힌 선택이에요. 코딩 실력은 동아리나 개인 프로젝트로도 충분히 보여 줄 수 있지만, 수학 과목의 빈자리는 다른 것으로 채우기 어렵거든요.
물리는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컴퓨터공학 지망생 중에는 물리를 건너뛰고 싶어 하는 학생도 많아요. 하지만 컴퓨터가 결국 전기 신호로 움직이는 기계라는 걸 생각해 보세요. 회로와 반도체, 신호 처리 같은 분야는 물리 개념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어요. 로봇이나 자율주행처럼 움직이는 기계를 다루고 싶다면 역학은 더더욱 필요하고요.
적어도 일반선택 물리학까지는 들어 두고, 여유가 된다면 물리 진로선택 하나를 더하는 걸 권해요. 지원하려는 대학이 소프트웨어 쪽에 물리를 어떻게 안내하는지는 입학처 자료로 꼭 확인하세요.
코딩 경험을 수학과 연결해 보세요
이미 코딩을 즐기는 학생이라면 그 경험을 수학 수업과 이어 보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에요. 수열 단원에서 배운 점화식을 코드로 짜서 계산 속도를 비교해 보거나, 확률 단원의 문제를 시뮬레이션으로 수천 번 돌려 확인해 보는 식이에요. 이런 탐구는 수학 선생님과 정보 선생님 모두의 세특에 남을 수 있어요.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밤새 코딩하는 모습을 보며 걱정하시기보다, "그거 수학 시간에 배운 거랑 연결돼?"라고 한 번 물어봐 주세요. 그 질문 하나가 취미를 학생부의 이야기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오늘은 아이가 최근에 짠 코드 하나를 같이 열어 보는 것부터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