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하고 싶은데 미적분Ⅱ와 기하 중 하나만 고른다면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미적분Ⅱ를 먼저 권해요. 다만 이건 "기하는 안 들어도 된다"는 말이 아니에요. 순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적분Ⅱ를 앞에 두고, 기하는 그다음 학기나 학년에 꼭 이어서 듣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에요. 인공지능학과를 쓰려는 학생에게는 결국 둘 다 필요하거든요.
왜 미적분Ⅱ가 조금 앞서냐면, 인공지능이 '배우는' 원리가 미분에서 나오기 때문이에요. 반면 기하에서 배우는 벡터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담는' 방식과 닿아 있어요. 배우는 원리와 담는 방식, 둘 다 빠질 수 없지만 학교 시간표가 둘을 동시에 허락하지 않을 때는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어요.
인공지능이 배우는 방식은 미분이에요
인공지능이 사진 속 고양이를 알아보는 법을 배운다고 해 볼게요. 처음에는 엉뚱한 답을 내다가, 틀린 정도를 숫자로 계산하고, 그 숫자를 조금씩 줄이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고쳐 나가요. 이때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고칠지'를 정하는 게 바로 미분이에요. 산비탈에서 가장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을 찾는 것과 비슷해요.
고등학교 미적분Ⅰ에서 미분의 기본을 배우고, 미적분Ⅱ에서 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의 미분과 적분, 여러 가지 미분법을 더 깊게 다뤄요. 인공지능에서 자주 쓰이는 함수들이 바로 이런 함수들이라, 미적분Ⅱ를 들은 학생은 대학에서 관련 수업을 처음 들을 때 훨씬 덜 낯설어요.
데이터를 담는 그릇은 벡터예요
인공지능에게 사진 한 장은 수많은 숫자의 묶음이에요. 문장 하나도 숫자의 묶음으로 바꿔서 다루고요. 이 숫자 묶음을 방향과 크기를 가진 벡터로 보고, 벡터끼리 얼마나 가까운지를 계산해서 비슷한 것을 찾아내요. 대학에 가면 이걸 행렬로 넓혀서 선형대수라는 과목으로 배워요.
기하 과목에서는 평면과 공간의 벡터, 벡터의 내적 같은 개념을 배워요. 대학 선형대수의 출발점과 정확히 겹치는 부분이에요. 그러니 기하를 듣지 않고 대학에 가면, 인공지능 공부의 한쪽 다리를 처음부터 새로 세워야 하는 셈이에요.
확률과 통계, 정보 과목도 함께 봐 주세요
인공지능은 정답을 확신하지 않고 확률로 말해요. "이 사진이 고양이일 가능성은 몇 퍼센트"처럼요. 그래서 확률과 통계도 인공지능 공부의 기둥이에요. 대부분 일반선택으로 듣게 되는 과목이지만, 이 과목에서 데이터 분석과 연결된 탐구를 남겨 두면 인공지능 지망생다운 기록이 돼요. 예를 들어 반 친구들의 수면 시간과 성적 자료를 모아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 관계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까지 따져 보는 탐구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다룰 때 부딪히는 문제와도 닮아 있어요.
물리도 아예 내려놓지는 마세요.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자율주행처럼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는 기계와 만나는 순간, 힘과 운동을 이해하는 눈이 필요해져요. 일반선택 물리학 정도는 들어 두면 관심을 넓힐 여지가 생겨요.
정보 교과의 인공지능 기초나 데이터 과학 같은 진로선택 과목이 학교에 열려 있다면 관심을 직접 보여 주기 좋아요. 학교에 인공지능 수학이라는 수학 진로선택이 열려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미적분Ⅱ와 기하를 대신하는 과목이 아니라 그 옆에 더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세요.
시간표 위에서 순서를 정하는 법
학교마다 미적분Ⅱ와 기하가 열리는 학기가 달라요. 어떤 학교는 고2 2학기에 기하를, 고3 1학기에 미적분Ⅱ를 열기도 하고, 둘을 같은 시간대에 묶어 하나만 고르게 하기도 해요. 둘이 묶여 있다면 미적분Ⅱ를 먼저 듣고 기하는 다른 학기나 공동교육과정으로 들을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지원하려는 대학의 안내도 꼭 확인하세요. 연세대 안내서는 자연계열 모든 모집단위에 미적분Ⅱ와 기하 이수를 권한다고 적어 두었어요. 중앙대 권장과목 자료에도 AI학과에 미적분Ⅱ와 기하가 함께 들어 있어요. 인공지능 관련 학과를 따로 두는 대학이 늘고 있어서, 학과마다 권장과목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입학처 자료로 직접 보는 게 가장 정확해요.
수식 하나를 직접 따라가 보세요
인공지능 관련 책이나 강의를 보다가 나오는 수식을 그냥 넘기지 말고, 고등학교 수학으로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한번 따라가 보세요. 미분 기호가 나오면 미적분 교과서를, 화살표 달린 문자가 나오면 기하 교과서를 펼쳐 보는 거예요. 모르는 부분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다음 학기 과목을 왜 들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