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행정학과 희망, 정치와 법 외에 더 챙길 과목
과목 신청서를 들고 온 아이가 묻습니다. "형이 그러는데 법대 가려면 정치와 법만 들으면 된대요." 형이 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그 말이 꽤 맞았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고교학점제와 함께 시작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정치와 법'이라는 과목이 없어요. 정치와 법과 사회, 두 과목으로 나뉘었거든요.
이름이 바뀐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어요. 과목이 둘로 쪼개지면서, 법학이나 행정학을 지망하는 학생이 둘 중 하나만 들었을 때 그 선택이 더 또렷하게 눈에 띄게 됐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두 과목을 다 들었다고 해서 준비가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법학과 행정학은 사회 과목 몇 개로 설명되는 학문이 아니라, 글을 정확히 읽는 힘과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는 힘을 함께 요구하거든요. 과목표에서도 그 두 힘이 보여야 해요.
정치와 법과 사회, 무엇이 다를까요
정치는 국가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나뉘는지, 선거와 정당, 국제 정치 같은 내용을 다뤄요. 법과 사회는 헌법의 기본 원리부터 민법, 형법처럼 우리 생활과 맞닿은 법을 배우는 과목이에요. 법학 지망생이라면 법과 사회가, 행정학 지망생이라면 정치가 조금 더 가까워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두 학문이 겹치는 곳이 많아요. 행정은 결국 법에 따라 움직이고, 법은 정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니까요. 학교에서 두 과목이 모두 열린다면 함께 듣는 쪽을 권해요.
법학은 '글'의 학문이에요
법학 지망생에게 꼭 덧붙이고 싶은 건 국어예요. 판결문 한 장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는데, 문장 하나에 조건이 서너 개씩 달려 있어요. 대학 법학 수업은 그런 글을 정확하게 읽고, 자기 논리를 빈틈없이 쓰는 훈련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독서와 작문을 탄탄히 하고, 학교에 독서 토론과 글쓰기 같은 과목이 있다면 고려해 보세요. 법조문을 소재로 한 독서 활동이나 쟁점 토론은 법학 지망생의 세특에서 꽤 힘 있는 장면이 돼요.
윤리 과목도 생각해 볼 만해요. 법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사회의 합의를 글로 적은 것이라서, 정의나 권리에 대한 사상을 공부한 아이는 법 조항 뒤에 숨은 가치를 읽어 낼 수 있어요.
행정학은 숫자와 친해져야 해요
행정학을 정치학의 친척 정도로만 생각하는 학생이 많은데, 대학에서는 정책을 분석하고 예산을 다루는 수업이 많아요. 어떤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평가하려면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 하죠. 그래서 행정학 지망생에게는 경제와 확률과 통계를 함께 권해요. 저출생 대책이나 대중교통 요금 같은 주제로 탐구를 해 보면, 정치 과목에서 배운 제도와 경제·통계에서 배운 도구가 한자리에서 만나요. 그 만남이 학생부에서 보이면 "행정학을 제대로 알고 지원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줘요.
한 장면을 떠올려 볼게요. 어떤 아이가 우리 동네 마을버스 노선이 줄어든 이유가 궁금해서 탐구를 시작했다고 해요. 정치 시간에 배운 지방자치 제도로 누가 그 결정을 내렸는지 찾고, 경제 시간에 배운 비용과 편익의 개념으로 그 결정의 이유를 따져 보고, 통계 시간에 배운 방법으로 이용객 자료를 정리해 봤어요. 거창한 주제가 아니어도, 이런 탐구 하나가 행정학 지망생의 학생부를 단단하게 만들어요.
다 들을 수 없을 때의 우선순위
현실적으로 시간표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럴 때는 법학이라면 법과 사회, 행정학이라면 정치를 먼저 지키고, 그다음에 짝이 되는 과목을 하나 더 넣는 순서로 생각해 보세요. 법학은 국어와 윤리 쪽, 행정학은 경제와 통계 쪽이 그 짝이에요. 고교학점제가 시행된 뒤로는 진로선택 과목도 5등급 상대평가가 함께 매겨지니, 수강 인원이 너무 적은 과목이라면 내신 부담도 함께 따져 보셔야 해요. 대학마다 권장과목 안내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 목표 대학이 생기면 입학처 자료도 꼭 확인하세요.
신청서를 내기 전에 해 볼 질문
과목 신청서에 이름을 쓰기 전에 스스로 한 번 물어보세요. "나는 사람 사이의 다툼을 푸는 일이 궁금한가, 사회 전체의 문제를 정책으로 푸는 일이 궁금한가." 그 대답이 법학과 행정학 사이 어디쯤인지 알려 주고, 과목표의 무게중심도 거기서 정해져요. 아직 대답이 흐릿해도 괜찮아요. 두 과목을 다 들어 보면서 정해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