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교육과냐 화학교육과냐에 따라 달라지는 과학 선택
과학교육과 지망생이 과탐 진로선택을 몇 개 들어야 하는지 물으면, 저는 숫자 대신 질문을 하나 돌려드려요. "물리교육과야, 생물교육과야, 아니면 아직 모르겠어?" 이 대답에 따라 적당한 개수가 달라지거든요.
많은 대학에서 과학교육 쪽은 물리교육, 화학교육, 생물교육, 지구과학교육처럼 세부 전공으로 나뉘어 학생을 뽑아요. 그래서 지망하는 세부 전공이 정해져 있다면 그 과목의 진로선택은 깊게, 나머지는 일반선택으로 넓게 가져가는 그림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숫자로 말하자면 진로선택은 내 전공 과목 쪽 한두 개면 충분히 의미가 있고, 여유가 있다면 다른 영역에서 하나 정도를 더하는 수준이에요.
일반선택 네 과목은 넓게, 진로선택은 깊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학 일반선택은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네 과목이에요. 과학교육과 지망생이라면 이 넷 중 가능한 한 많이 들어 두길 권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과학 선생님이 되면 중학교에서는 통합된 과학을 가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 전공 밖의 영역도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고등학교에서 물리만 파고들고 생명과학은 한 번도 안 배웠다면, 예비 교사로서의 준비가 한쪽으로 기울어 보일 수 있어요.
그 위에 진로선택은 내 전공 쪽으로 쌓아요. 물리교육과라면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쪽을, 화학교육과라면 물질과 에너지, 화학 반응의 세계 쪽을 먼저 보는 식이에요. 학교마다 열리는 과목이 다르니 편성표부터 확인해 보세요.
아직 세부 전공을 못 정했다면
고1 겨울에 세부 전공까지 정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럴 땐 2학년에 일반선택 네 과목을 들어 보면서 어느 쪽이 가장 재미있는지 확인한 뒤, 3학년 진로선택에서 방향을 좁혀도 늦지 않아요. 다만 3학년 과목 신청은 생각보다 일찍 끝나니까, 2학년 1학기 중에는 마음을 어느 정도 정해 두는 게 좋아요.
이때 힌트가 되는 건 "가르치고 싶은 장면"이에요. 실험실에서 시약을 섞으며 색이 변하는 걸 보여 주고 싶은지,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이야기하고 싶은지 떠올려 보세요. 꽤 많은 아이들이 이 질문에서 답을 찾아요.
많이 듣는다고 좋은 게 아닌 이유
과탐 진로선택을 네다섯 개씩 신청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의욕은 좋지만 몇 가지를 따져 봐야 해요. 고교학점제가 시행된 뒤로는 진로선택 과목도 5등급 상대평가가 함께 표시되고, 과학 진로선택은 대개 수강 인원이 적어서 등급이 흔들리기 쉬워요. 과목이 늘어날수록 한 과목에 들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요. 과목 수를 늘려 세특이 얕아지는 것보다, 두세 과목에서 탐구 장면이 또렷하게 남는 쪽이 평가자에게 훨씬 잘 읽혀요.
또 교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과학 외의 교과도 소홀히 하면 안 돼요. 과학 과목으로 시간표를 꽉 채우느라 국어나 사회를 최소한으로만 듣는 건 교육 계열 지망생에게 썩 좋은 그림이 아니에요.
실험과 설명이 함께 남는 기록
과학교육과 지망생의 세특에서 빛나는 건 실험을 잘했다는 기록보다, 실험을 친구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계하고 설명한 기록이에요. 예를 들어 화학 반응 속도를 다룬 실험에서 결과만 보고하는 대신, 왜 이런 순서로 실험해야 하는지 모둠원에게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었다면 그건 이미 수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이에요. 과목 개수보다 이런 장면 하나가 더 많은 걸 말해 줘요.
지구과학교육과를 꿈꾸는 아이라면 학교 옥상에서 달의 위상을 한 달 동안 관찰하고 기록한 뒤, 그 사진을 이용해 중학생용 설명 자료를 만들어 볼 수도 있어요. 생물교육과라면 교내 화단의 식물을 관찰해 분류 활동지를 짜 볼 수 있고요. 거창한 장비가 없어도,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형태로 바꿔 보는 순간 과학교육과 지망생다운 탐구가 돼요.
오늘 할 수 있는 일
지망하는 대학의 과학교육과 홈페이지에서 세부 전공별 교육과정표를 찾아보세요. 1학년 때 어떤 과목을 배우는지 훑어보면, 고등학교 진로선택 중 무엇이 그 출발점과 이어지는지 바로 보여요. 목표 대학이 전공 연계 권장과목을 안내하고 있다면 그것도 함께 확인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