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생부 전략

이과 간다고 기하까지 꼭 들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EDU HIGH 운영자 · 2026.02.02

이과 성향 아이들의 과목 신청서를 보면 기하 칸에 습관처럼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과면 다 듣는 거 아니에요?" 물어보면 그렇게 들었대요. 그런데 이과라는 말 안에는 공대도, 의대도, 생명과학과도, 컴퓨터공학과도 다 들어 있어요. 이 학과들이 기하를 바라보는 눈은 꽤 달라요.

한마디로 하면, 기하는 이과 모두의 필수가 아니라 공간과 도형을 직접 다루는 학과의 필수에 가까워요. 기계, 건축, 항공우주, 토목, 그리고 수학과나 물리학과라면 기하를 들어 두는 쪽이 자연스럽고, 생명과학이나 의약 계열, 일부 컴퓨터 계열이라면 다른 과목에 시간을 쓰는 게 더 나을 수 있어요.

연립방정식이 인쇄된 종이

기하는 무엇을 배우는 과목인가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기하는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 같은 내용을 다뤄요. 쉽게 말해 2차원과 3차원 공간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이에요. 물체가 공간에서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힘을 받는지, 곡면이 어떤 모양인지 같은 문제를 다루려면 이 감각이 꼭 필요해요. 수능 범위에서는 빠졌지만, 공학 설계나 그래픽, 물리 공부에서는 계속 쓰이는 도구예요.

기하가 특히 잘 어울리는 학과

기계공학이나 항공우주공학처럼 물체의 모양과 움직임을 설계하는 학과는 벡터와 공간좌표가 매일 쓰이는 도구예요. 건축학과와 토목공학과도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라 기하와의 연결이 분명하고요. 물리학과는 벡터 없이 역학을 설명하기 어렵고, 수학과는 말할 것도 없어요. 컴퓨터 그래픽이나 게임 엔진, 로봇 쪽에 관심 있는 컴퓨터공학 지망생에게도 기하는 좋은 짝이에요. 화면 속 3차원 물체를 움직이는 계산이 결국 벡터와 좌표거든요.

서울대처럼 전공 연계 권장과목을 공개한 대학의 안내를 보면 이런 학과들에 기하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대학과 학과마다 표현이 다르니 지원하려는 곳의 입학처 자료를 직접 확인해 보세요.

f(x) 표기가 새겨진 흩어진 큐브

다른 선택이 나을 수 있는 경우

의대나 약대, 생명과학 계열 지망생이라면 기하보다 생명과학이나 화학의 진로선택에 시간을 쓰는 게 더 자연스러울 때가 많아요. 수학에서도 확률과 통계를 탄탄하게 하고, 미적분Ⅱ를 더하는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고요. 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 쪽 컴퓨터 지망생이라면 인공지능 수학이나 정보 교과의 데이터 과학이 기하보다 더 직접적인 선택일 수 있어요. 이과라는 이유만으로 기하를 넣었다가 정작 학과와 가까운 과목을 놓치는 게 더 아쉬운 일이에요.

두 아이를 나란히 놓고 생각해 볼게요. 둘 다 약대를 지망해요. 한 아이는 기하와 미적분Ⅱ를 듣느라 화학 진로선택을 하나도 못 넣었고, 다른 아이는 기하 대신 화학 반응의 세계와 생명과학 진로선택을 넣었어요. 수학 과목 수만 보면 앞의 아이가 더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약대 입장에서 더 자연스럽게 읽히는 건 뒤의 아이예요. 과목표는 많이 듣는 경쟁이 아니라, 내 학과로 향하는 길을 얼마나 또렷하게 그렸는지를 보여 주는 지도거든요.

물론 의약 계열이라도 기하를 들어서 손해 볼 일은 없어요. 시간과 여유가 충분하다면 더해도 좋아요. 다만 기하를 넣느라 학과와 직결된 과목을 빼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자는 거예요.

기하를 넣을지 고민될 때 따져 볼 것

마음을 정하기 어렵다면 세 가지를 차례로 생각해 보세요. 내가 가고 싶은 학과에서 공간을 다루는 일이 많은지, 3학년 시간표에 미적분Ⅱ와 과학 진로선택을 넣고도 여유가 있는지, 그리고 학교에서 기하가 몇 명 정도로 열릴지예요. 고교학점제가 시행된 뒤로는 진로선택 과목도 5등급 상대평가가 함께 매겨져서 인원이 적은 과목은 내신 부담이 커요. 학과와의 연결이 분명하다면 그 부담을 감수할 가치가 있고, 연결이 약하다면 다른 과목을 고르는 게 현명해요.

손으로 확인해 보는 법

지금 공통수학에서 배우는 도형의 방정식 단원을 떠올려 보세요. 좌표 위에 원과 직선을 그리며 문제를 풀 때 재미있었다면, 기하는 그 재미가 3차원으로 넓어지는 과목이에요. 오늘 그 단원 문제 하나를 다시 풀면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즐거운지 귀찮은지 솔직하게 느껴 보세요. 그 느낌이 생각보다 정확한 답을 줄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