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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3년 동안 질문이 이어진 선배의 탐구 노트

EDU HIGH 운영자 · 2025.05.16

"꼬꼬무가 좋다는 건 알겠는데, 진짜로 해 본 사람은 어떻게 했어요?" 2학년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이에요. 방법을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막상 자기 노트를 펴면 어디서부터 이어야 할지 막막해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설명 대신 흐름을 보여 드리려고 해요.

아래 세 사람은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가상의 선배들이에요. 다만 학교에서 자주 보는 모양을 그대로 옮겨 왔어요. 세 사람의 공통점은 처음 질문이 하나같이 작았다는 것, 그리고 탐구가 끝날 때마다 '못 한 것'을 적어 두었다는 거예요.

흰 노트 위에 놓인 갈색 볼펜

급식실에서 시작한 지우의 3년

지우는 1학년 통합사회 시간에 '합리적 선택'을 배우다가 급식 잔반이 요일마다 다르다는 걸 떠올렸어요. 첫 탐구는 단순했어요. 영양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 한 달 동안 메뉴와 잔반량을 나란히 적어 봤죠. 결론은 예상대로 '특정 반찬이 나오면 남는다'였어요.

그런데 지우가 적어 둔 '못 한 것'은 이거였어요. 왜 그 반찬을 남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2학년에는 수학 통계 단원을 배우며 설문을 정교하게 만들어 이유를 조사했어요. 맛보다 '양이 많아서'라는 응답이 많았던 게 의외였대요. 3학년에는 그 결과를 들고 경제 과목에서 '넛지'라는 개념과 연결해, 배식 방식만 바꿔도 잔반이 줄어들 수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급식실 하나가 사회, 수학, 경제를 한 줄로 꿰었죠.

운동장 그림자로 시작한 민준의 탐구

민준은 과학 시간에 지구의 운동을 배우다가, 같은 시각인데 계절마다 운동장 국기봉 그림자 길이가 다른 게 신기했어요. 1학년 때는 몇 주 간격으로 그림자 길이를 재서 기록했어요. 측정이 들쑥날쑥해서 아쉬웠다고 적어 두었고요.

2학년에 물리와 지구과학을 들으면서 민준은 그 아쉬움을 붙잡았어요. 그림자 길이로 태양의 고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익혔고, 측정 오차가 어디서 생기는지도 따져 봤어요. 그러다 '그럼 옛날 사람들은 이걸로 무엇을 알아냈을까'라는 질문이 생겨, 해시계와 달력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고 국어 시간 발표로 이어 갔어요. 물리에서 시작했지만 역사와 글쓰기까지 닿은 거예요.

검은 천 위에 놓인 흰 스프링 노트

할머니의 약봉투에서 시작한 서연이

서연이는 할머니가 드시는 약봉투에 적힌 '식후 30분'이 왜 하필 30분인지 궁금했어요. 1학년 통합과학에서 물질의 성질을 배울 때 이 질문을 꺼냈는데, 처음엔 답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자료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그 질문을 일단 노트에 남겨 두었어요.

2학년 화학과 생명과학을 들으며 다시 꺼내 보니 이번엔 읽히는 게 생겼어요. 약이 몸에 흡수되는 과정, 위의 산성 환경에 대한 내용이요. 서연이는 약마다 복용 시간이 다른 이유를 비교하는 보고서를 썼고, 거기서 다시 '어르신들이 복용 시간을 헷갈리지 않게 하려면'이라는 질문이 생겨 약봉투 디자인을 바꿔 보는 활동까지 했어요. 1학년 때 못 풀었던 질문이 오히려 가장 긴 꼬리가 됐어요.

세 흐름을 겹쳐 보면 보이는 것

세 선배의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면 비슷한 리듬이 보여요. 1학년 때는 직접 관찰하거나 세어 보는 단순한 탐구를 했어요. 2학년에는 새로 배운 과목의 개념으로 1학년의 빈틈을 메웠고요. 3학년에는 다른 과목이나 실제 생활로 시선을 넓혔어요. 관찰, 설명, 적용. 이 순서가 꼭 정답은 아니지만, 학년이 올라가며 배우는 도구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이런 모양이 돼요.

또 하나, 세 사람 모두 중간에 한 번쯤 멈춘 시기가 있었어요. 서연이는 1학년 때 답을 못 찾아 질문을 묵혀 뒀고, 민준이는 측정이 엉망이라 실망했죠. 꼬꼬무는 매 학기 쉬지 않고 달리는 게 아니에요. 질문을 잊지 않고 들고 있다가, 풀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꺼내는 거예요.

세 사람이 하지 않은 것

세 선배의 흐름에서 눈여겨볼 건 하지 않은 일이에요. 누구도 처음부터 진로를 정해 놓고 주제를 끼워 맞추지 않았어요. 탐구마다 성공적인 결론을 내려고 애쓰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탐구를 학교 밖에서 혼자 하지 않았어요. 모두 수업, 수행평가, 발표처럼 선생님이 볼 수 있는 자리에서 했어요. 그래서 각 과목 세특에 조금씩 흔적이 남았고, 그 조각들이 모여 3년의 흐름이 됐어요.

이야기 속 세 사람처럼 대단한 출발이 필요하지 않아요. 오늘 하루 중에 '이건 왜 이렇게 되어 있지?' 싶었던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급식실이든 운동장이든 약봉투든, 거기서 첫 꼬리가 시작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