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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입시에 안 들어가도 책을 끝까지 읽는 이유

EDU HIGH 운영자 · 2026.03.08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종종 들어요. "이제 독서는 대학에서 안 본다니까, 책 읽을 시간에 학원 하나 더 보내려고요." 바쁜 고등학교 생활에서 시간을 아끼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꺼내게 돼요.

독서활동 기록이 대입 서류에서 빠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대학이 학생을 평가할 때 보는 학업 역량, 탐구하는 힘, 자기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힘은 여전히 그대로예요. 그리고 이 힘들은 상당 부분 읽기에서 나와요. 기록 칸 하나가 사라졌을 뿐, 책이 아이에게 해 주던 일은 하나도 줄지 않았어요.

책을 읽는 사람

기록에서 빠진 이유를 거꾸로 생각해 보세요

예전에 독서활동 칸에는 학생이 읽은 책 제목과 저자가 적혔어요. 그러다 보니 실제로 읽지 않고 제목만 늘리는 일, 요약본만 보고 기록을 채우는 일이 생겼죠. 기록이 많을수록 유리해 보이니까요. 대입에서 이 칸을 빼기로 한 건 그런 겉치레 경쟁을 멈추려는 뜻이 컸어요.

그러니 이 변화를 '독서가 필요 없어졌다'로 읽기보다 '보여 주기용 독서가 필요 없어졌다'로 읽는 게 맞아요. 진짜로 읽고 생각하는 독서의 가치는 그대로이고, 오히려 그런 독서를 한 학생이 다른 자리에서 더 잘 드러나게 됐어요.

책 읽은 흔적은 다른 칸으로 옮겨 갔어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관찰한 학생의 모습을 적는 칸이에요. 수업 중에 책을 읽고 토론하거나, 책에서 얻은 질문으로 탐구를 하면 그 과정이 여기에 기록될 수 있어요. 진로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차이는 이거예요. 예전에는 책 제목만으로도 칸이 채워졌다면, 지금은 책을 읽고 무엇을 했는지가 있어야 기록이 생겨요. 제목은 남지 않아도 생각은 남는 구조예요. 결국 제대로 읽은 아이가 더 유리해진 셈이죠.

공부 시간을 아끼려다 공부 힘을 잃을 수 있어요

학원 하나를 더 보내면 당장 문제 푸는 양은 늘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공부가 깊어질수록 필요한 건 긴 글을 읽고 핵심을 잡는 힘이에요. 국어 비문학 지문은 물론이고, 사회 탐구의 자료 해석, 과학의 실험 설계 문제, 수학 서술형의 긴 조건문까지 모두 읽기에서 갈려요.

이 힘은 문제집으로 빠르게 기르기 어려워요.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본 경험이 쌓여야 생겨요. 지금 독서 시간을 학원 시간으로 바꾸면, 몇 년 뒤 아이가 긴 지문 앞에서 버티는 힘이 그만큼 약해질 수 있어요.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 사람

집에서 지켜 주실 수 있는 것

부모님이 아이에게 책을 억지로 읽힐 수는 없어요. 하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지켜 주실 수 있어요. 가장 쉬운 건 시간을 확보해 주는 거예요. 주말 하루 한 시간이라도 학원도 숙제도 없는 시간을 정해 두면, 아이가 그 시간에 책을 집어 들 가능성이 생겨요.

또 하나는 책에 대해 묻는 방식이에요. "그 책 다 읽었어?"보다 "그 책에서 제일 이상했던 부분이 뭐야?"라고 물어보세요. 다 읽었는지 확인하는 질문은 숙제 검사처럼 들리지만, 이상했던 부분을 묻는 질문은 아이의 생각을 꺼내요. 그 대답이 수업 시간 질문이나 탐구 주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많이보다 깊이, 그리고 연결

고등학생에게 한 달에 몇 권씩 읽으라고 요구하긴 어려워요. 시간도 부족하고요. 그래서 권수보다 깊이가 중요해요. 지금 배우는 과목과 관련된 책 한 권을 천천히 읽고, 그 책에서 생긴 질문 하나를 수업으로 가져가는 것. 한 학기에 이런 경험이 한두 번만 있어도 충분히 의미 있어요.

책을 고를 때도 아이의 관심을 따라가 주세요. 부모님 눈에 좋아 보이는 책보다, 아이가 수업에서 흥미를 느낀 주제의 책이 훨씬 오래 손에 머물러요.

부모님이 먼저 펼치는 책 한 권

마지막으로, 아이는 부모님이 말하는 것보다 하는 걸 더 잘 따라 해요. 거실에서 부모님이 책을 펴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집안 공기가 조금 달라져요. 꼭 같은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번 주말 저녁,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부모님 몫의 책 한 권을 펼쳐 보세요. 아이에게 "요즘 뭐 읽어?"라고 묻기 전에, "나 요즘 이거 읽는데"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