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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장래희망이 없는 고1, 첫 책은 무엇으로 고를까

EDU HIGH 운영자 · 2025.05.01

"진로 독서를 하라는데, 저는 진로가 없어요." 고1 학생이 이렇게 말할 때 표정을 보면 거의 죄책감에 가까워요. 남들은 의대니 공대니 다 정한 것 같은데 자기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요. 그래서 일단 아무 학과나 정하고 그 분야 책을 억지로 펴는 학생도 있어요.

그럴 필요 없어요. 고1에 진로가 없는 건 아주 흔한 일이고, 진로가 없을 때 하는 독서는 오히려 더 자유로워요. 지금 필요한 건 특정 학과에 맞는 책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끌리는지 알아내는 책이에요. 그 책은 학과 이름이 아니라 내 호기심에서 출발해요.

책이 가득한 나무 책장

진로 독서의 순서를 뒤집어 보세요

흔히 진로 독서라고 하면 진로를 먼저 정하고 그 분야 책을 읽는 순서를 떠올려요. 그런데 진로가 없는 학생에게는 이 순서가 맞지 않아요. 거꾸로 해 보세요. 이것저것 읽다가 유난히 손이 가는 책이 생기면, 그 책이 가리키는 방향이 진로 후보가 되는 거예요.

책은 직업 체험보다 훨씬 싸고 빠르게 여러 세계를 들여다보게 해 줘요. 한 달에 몇 권만 읽어도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엿볼 수 있죠. 그중에서 내가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면, 그게 실마리예요.

교과서에서 재미있었던 단원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교과서를 펴 보세요. 고1 공통과목 중에서 그나마 재미있었던 단원을 하나 고르는 거예요. 통합사회의 인권 단원이 기억에 남았을 수도 있고, 통합과학에서 생태계를 배울 때 귀가 솔깃했을 수도 있어요. 국어 시간에 읽은 짧은 소설이 계속 생각났을 수도 있고요.

그 단원과 관련된 쉬운 책을 한 권 골라 읽어 보세요. 다 읽고 나서도 더 알고 싶다면 비슷한 주제의 책을 한 권 더. 아니라면 다른 단원으로 넘어가면 돼요. 이렇게 몇 번 해 보면 내가 반복해서 돌아오는 주제가 보여요.

사람 이야기가 담긴 책도 좋아요

진로를 고민할 때 개념만 다룬 책보다 사람 이야기가 담긴 책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고 무엇 때문에 계속하는지를 읽다 보면, 그 일이 나와 맞을지 감이 와요.

다만 성공담만 모은 책은 조심해서 읽으세요. 화려한 결과만 보면 누구나 그 일을 하고 싶어져요. 그 일의 지루하고 반복되는 부분까지 솔직하게 다룬 책이 진로를 고민하는 데는 더 쓸모 있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는 여성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

책을 다 읽은 뒤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부분은 어디였나? 그 부분을 왜 오래 읽었을까? 이 책을 쓴 사람처럼 이 문제를 계속 붙잡고 살 수 있을까?

세 번째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 분야는 진로 후보에 올려도 좋아요. '아니, 읽는 건 재미있었지만 매일 하라면 힘들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도 소중한 정보예요. 진로를 찾는 건 맞는 것을 찾는 만큼, 맞지 않는 것을 지워 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지운 칸이 늘어날수록 남은 칸이 또렷해져요.

고1 때 읽은 책이 2학년 과목 선택을 돕는다

이렇게 읽은 책들은 2학년 선택과목을 고를 때 진가를 발휘해요. 고교학점제에서는 고1 때 2학년 과목을 미리 골라야 하는데, 진로가 없으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하죠. 1년 동안 읽은 책 목록을 펼쳐 보면, 내가 자주 손을 뻗은 분야가 보이고 그 분야와 이어지는 과목이 무엇인지도 짐작할 수 있어요.

독서 기록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지만, 이런 판단을 돕는 나만의 자료로는 아주 쓸모 있어요. 읽은 책 제목과 한 줄 감상, 그리고 그 책을 읽고 더 궁금해진 것을 노트에 적어 두세요. 일 년이면 꽤 두툼한 나만의 진로 지도가 돼요.

진로가 없는 지금이 가장 넓게 읽을 때예요

진로가 정해지면 아무래도 그 분야 책에 손이 먼저 가요. 지금처럼 아무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시기가 오히려 가장 넓게 읽을 수 있는 때예요. 이 시기를 불안해하며 보내기보다, 마음껏 기웃거리는 시간으로 써 보세요.

오늘은 교과서를 넘기며 가장 재미있었던 단원 하나에 표시를 해 두세요. 이번 주말에 도서관에서 그 단원 이름으로 책을 찾아보는 것, 진로 독서는 그 작은 표시 하나에서 시작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