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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자율활동 칸에 행사 이름만 가득하면 어쩌죠?

EDU HIGH 운영자 · 2025.03.29

1학년 학생부를 처음 열어 본 학생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선생님, 자율활동에 학교 행사 이름만 있어요. 친구들도 다 똑같아요." 맞아요. 자율활동 칸에는 전교생이 함께 참여한 행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반 친구들 기록이 비슷해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럼 손해냐 하면, 행사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 자체로 손해를 보지는 않아요. 다만 그것만으로 덕을 보기도 어려워요. 모두가 참여한 행사는 모두에게 비슷하게 적히니까, 대학이 그 줄에서 나만의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힘들거든요. 차이는 그 행사 안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가 한두 문장이라도 남았느냐에서 생겨요.

야외에 모여 있는 많은 학생들

자율활동 칸은 어떤 자리일까요

자율활동은 학급회의, 학교 행사, 자치활동처럼 학교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담기는 자리예요. 교과 성적처럼 실력을 재는 칸이 아니라, 이 학생이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를 보여 주는 칸에 가까워요. 그래서 대학은 이 칸에서 화려한 성과보다 태도와 역할을 읽어요.

친구들과 갈등을 어떻게 풀었는지, 맡은 일을 끝까지 했는지, 남이 귀찮아하는 일을 먼저 했는지. 이런 모습은 교과 세특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자율활동이 그 빈자리를 채워 주는 역할을 해요.

같은 행사, 다른 문장

예를 들어 학교 축제가 있다고 해 볼게요. 대부분 학생의 기록은 '학교 축제에 참여함' 정도로 끝날 수 있어요. 그런데 축제 준비 때 반 부스 동선을 짜면서 의견이 엇갈린 친구들 사이를 조율한 학생이 있었다면, 담임 선생님이 그 장면을 한 줄 덧붙여 주실 수 있어요. 이 한 줄이 행사를 '내 이야기'로 바꿔요.

강연 행사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같은 강연을 들었지만, 강연이 끝나고 질문을 한 학생, 강연 내용을 수업과 연결해 소감을 낸 학생은 기록이 달라질 여지가 생겨요. 행사의 크기보다 그 안에서 내가 움직인 폭이 중요해요.

학급회의도 좋은 재료예요. 회의 시간에 늘 듣기만 하던 학생이 어느 날 반 청소 구역 배정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하고, 친구들 의견을 모아 표로 정리해 왔다면 어떨까요.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공동체의 불편을 알아채고 직접 고쳐 보려 했다는 점에서 담임 선생님 눈에 분명히 남아요. 자율활동은 이렇게 작고 구체적인 장면이 모일 때 힘이 생겨요.

붉은 현수막 아래를 지나는 많은 학생들

소감문 한 장이 기록을 바꿔요

행사가 끝나면 학교에서 소감문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많은 학생이 이걸 숙제처럼 대충 쓰는데, 사실 선생님이 기록을 쓰실 때 참고하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예요. '재미있었다', '유익했다'로 끝나는 소감문으로는 선생님도 쓸 말이 없어요.

좋은 소감문은 길 필요가 없어요. 행사 중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 그때 내가 한 생각이나 행동 하나, 그래서 새로 궁금해진 것 하나면 충분해요. 이 세 가지가 들어 있으면 선생님은 그 학생만의 문장을 쓸 수 있어요. 소감문을 낼 때 행사 이름보다 내 이름이 먼저 떠오르게 쓴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반장이 아니어도 역할은 있어요

자율활동에서 내 모습을 남기려면 임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요. 물론 임원 활동은 기록할 거리가 많지만, 임원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역할은 정말 많아요. 학급 게시판 관리, 행사 준비 도우미, 학급회의에서 안건 정리 같은 일들이요.

중요한 건 그 일을 담임 선생님이 알고 계시느냐예요. 선생님은 서른 명 가까운 학생을 동시에 보시니, 조용히 한 일은 놓치실 수도 있어요. 학기 말에 내가 맡았던 일을 짧게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건 자랑이 아니라 정확한 기록을 돕는 일이에요.

1학년 자율활동은 아직 시작이에요

고1 자율활동에 행사만 줄지어 있어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2학년, 3학년 기록이 더해지면서 그 학생이 공동체에서 어떤 사람인지가 점점 선명해지니까요. 1학년 때 조용했던 학생이 2학년에 학급 일을 맡으면서 달라지는 흐름도 충분히 좋게 읽혀요.

이번 학기에 남은 학교 행사 일정을 한번 찾아보세요. 그중 하나만 골라 '여기서는 내가 이 일을 해 본다'고 정해 두면, 다음 학생부의 자율활동 칸은 지금과 조금 다른 모습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