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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이해 안 되던 책 한 권이 보고서가 되기까지

EDU HIGH 운영자 · 2026.01.01

고1 가을, 하은이는 국어 시간에 소설 한 편의 일부를 배우다 결말이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렸어요. 하은이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가상의 학생이에요. 끝까지 읽고 나니 소설 속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어요. 하은이는 그 '이해가 안 됨'을 공책에 적어 두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인문 계열 합격생들의 학생부를 보면 독서가 탐구로 넘어가는 순간은 대개 이렇게 소박해요. 감동받은 책보다 오히려 이해되지 않은 책, 동의할 수 없는 책에서 탐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질문은 불편함에서 생기니까요. 독서활동 상황 자체는 대입에 반영되지 않지만, 책에서 시작된 질문은 여러 과목의 기록 속에 살아남아요.

펼쳐진 책의 페이지

질문을 적어 두는 습관이 첫걸음이에요

하은이가 한 일은 특별하지 않아요. 읽다가 걸리는 부분을 적어 두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 습관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은 1년 뒤에 차이가 커요. 책을 덮으면 내용은 금방 흐려지지만, 적어 둔 질문은 남아 있거든요.

질문은 거창할 필요가 없어요. "주인공은 왜 친구를 배신했을까", "작가는 왜 결말을 열어 두었을까", "이 시대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생각했을까" 정도면 충분해요. 이런 질문이 공책에 열 개쯤 쌓이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수업 시간에 다시 만나게 돼요.

수업 시간에 질문을 꺼낸 날

몇 주 뒤 통합사회 시간에 하은이는 시대별 가치관의 변화를 배웠어요. 그때 공책 속 질문이 떠올랐어요. 소설 속 인물의 선택이 그 시대의 가치관으로 보면 이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하은이는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이 생각을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그걸 짧은 발표로 정리해 보라고 권하셨어요.

이 장면이 바로 독서가 탐구로 바뀌는 순간이에요. 혼자 읽은 책이 수업 내용과 만나고, 그 만남이 선생님 눈에 보이는 활동이 된 거예요. 세특은 선생님이 관찰한 것을 쓰는 칸이라서, 이렇게 수업 안으로 들어와야 기록될 수 있어요.

펼쳐진 오래된 책

두 번째 책은 첫 번째 책이 골라 줘요

발표를 준비하면서 하은이는 그 시대를 다룬 다른 책을 한 권 더 찾아 읽었어요.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역사책이었어요. 소설에서 생긴 질문을 역사책으로 확인해 보려는 거였죠. 그러다 보니 소설가가 그린 시대와 역사책이 설명하는 시대가 조금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렇게 책이 책을 부르는 흐름이 인문 계열 학생부에서 아주 좋게 읽혀요. 아무 책이나 많이 읽은 게 아니라, 질문을 따라 책을 골랐다는 게 드러나니까요. 독서 목록이 길 필요는 없어요. 두세 권이라도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져 있으면 그게 더 깊은 독서예요.

하은이의 발표는 완벽하지 않았어요. 친구 하나가 "그럼 그 시대 사람들은 다 그 인물처럼 행동했다는 거야?"라고 물었고, 하은이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질문이 또 공책에 적혔어요. 한 시대 안에도 서로 다른 생각이 있었다는 걸 확인해 보고 싶어진 거죠. 탐구는 이렇게 막힌 자리에서 다음 길이 열려요. 대답하지 못한 질문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음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돼요.

고1이라서 할 수 있는 것

고1은 진로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학생이 많아요. 그래서 독서도 분야를 정하지 말고 넓게 하는 게 좋아요. 문학, 역사, 철학, 사회과학을 오가며 읽다 보면 자기가 어떤 질문에 자꾸 끌리는지 알게 돼요. 그 끌림이 2학년 때 진로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돼요.

하은이도 처음엔 국문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책을 따라가다 보니 역사학 쪽에 더 마음이 갔어요. 그렇게 방향이 바뀌어도 괜찮아요. 왜 바뀌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학생부 속 하나의 성장 이야기가 돼요.

부모님께 드리는 작은 부탁

아이가 책을 읽고 있으면 "몇 권 읽었어?"라고 묻기보다 "어디가 제일 이상했어?"라고 물어봐 주세요. 감상을 묻는 질문은 "재밌었어" 한마디로 끝나기 쉽지만, 이상했던 부분을 묻는 질문은 아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 대화에서 공책에 적을 질문이 하나 생기기도 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지금 가방 속이나 책상 위에 있는 책을 펴 보세요. 읽다가 고개를 갸웃했던 부분이 있다면 그 쪽 번호와 함께 한 문장으로 질문을 적어 두세요. 그 한 문장이 다음 학기 탐구의 씨앗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