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에 '압전 소자'가 나오면 눈이 멈춰요
지문 첫 줄에 '반도체', '효소', '압전 소자' 같은 단어가 보이는 순간 손이 멈추는 학생들이 있어요. 인문 지문은 술술 읽으면서 과학·기술 지문만 나오면 눈이 같은 줄을 세 번씩 왔다 갔다 하죠. 그러고는 이렇게 말해요. "저는 원래 과학이랑 안 맞아요."
그런데 수능 국어의 과학·기술 지문은 과학 시험이 아니에요. 지문 안에 필요한 정보가 다 들어 있고, 문제는 그 정보를 순서대로 따라갔는지만 물어요. 막히는 건 과학 지식이 없어서라기보다,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할지 몰라서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첫 단계는 이 장치가 무엇을 하려는지 찾는 거예요
과학·기술 지문은 대부분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이야기예요. 빛을 전기로 바꾸려고, 오차를 줄이려고, 정보를 빨리 보내려고. 지문 앞부분에서 이 목적을 한 문장으로 붙잡아 두면 뒤에 나오는 복잡한 설명이 모두 그 목적을 위한 장치로 보여요.
목적을 놓치면 뒤에 나오는 부품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정보처럼 느껴지고, 머리가 금방 꽉 차 버려요. 그러니 첫 문단이나 둘째 문단을 읽고 나서 "결국 이걸 하려는 거구나"라는 말을 꼭 한 번 스스로에게 해 주세요. 여백에 '목적'이라고 적고 짧게 써 두면 더 좋아요.
두 번째 단계는 과정을 화살표로 이어 보는 거예요
목적을 잡았다면 이제 그 목적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 따라가요. 과학·기술 지문은 거의 언제나 과정을 설명해요. 무엇이 들어가고, 어디를 거쳐, 무엇으로 바뀌어 나오는지요.
이 과정을 여백에 화살표로 그려 보세요.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어요. 단어 몇 개와 화살표 몇 개면 충분해요. 신호가 들어온다, 증폭기를 지난다, 필터가 잡음을 거른다, 출력된다. 이렇게 줄을 세워 놓으면 문제에서 "㉡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로 적절한 것"을 물어도 화살표만 보면 위치가 바로 보여요. 머릿속에만 두면 헷갈리는 순서가 종이 위에서는 단순해져요.
세 번째 단계는 무엇이 바뀌면 무엇이 바뀌는지 표시하는 거예요
과학·기술 지문에서 정답률이 가장 낮은 문제는 대개 변수 관계를 물어요. 온도가 높아지면 반응 속도가 어떻게 되는지, 거리가 멀어지면 신호 세기가 어떻게 되는지 같은 것들이요. 지문에는 이런 관계가 "~할수록 ~한다", "~에 비례한다", "~이 클수록 ~은 작아진다" 같은 말로 숨어 있어요.
이런 문장을 만나면 옆에 위아래 화살표를 붙여 두세요. 온도 올라가면 속도 올라감, 거리 올라가면 세기 내려감. 이 작은 표시가 나중에 보기 문제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해요. 보기에서 낯선 상황을 주더라도 결국 이 관계를 적용하라는 것이거든요.
처음 보는 용어는 이름표만 붙이고 넘어가세요
과학 지문에 겁먹는 학생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모르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멈춰서 그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해요. 그런데 수능 지문의 낯선 용어는 대개 지문 안에서 다시 설명되거나, 몰라도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이 없게 쓰여 있어요.
그러니 낯선 용어는 '이런 역할을 하는 무엇' 정도의 이름표만 붙이고 넘어가세요. "산화 환원 전위"라는 말이 나와도 "전자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 나타내는 값"이라고 지문이 설명해 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름이 어려울 뿐 하는 일은 단순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비슷한 이름의 용어가 여러 개 나올 때만 조금 더 신경 써 주세요. '1차 코일'과 '2차 코일', '정반응'과 '역반응'처럼 짝을 이루는 말이 나오면 선지에서 둘을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땐 두 용어 옆에 서로 다른 기호를 붙여 두면 헷갈리지 않아요. 동그라미와 네모 정도면 충분해요. 이름을 외우려 하지 말고 구분만 해 두는 거예요.
한 지문으로 세 번 연습해 보세요
이 세 단계는 한 번에 몸에 붙지 않아요. 그래서 지난 모의고사의 과학·기술 지문 하나를 골라 세 번 따로 읽어 보길 권해요. 처음엔 목적만 찾고, 두 번째엔 과정 화살표만 그리고, 세 번째엔 변수 관계만 표시하는 식으로요. 한 번에 다 하려고 하면 다시 막히거든요.
과학을 좋아하게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 다만 다음 시험지에서 '반도체'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멈추는 대신 "이게 뭘 하려는 장치지?" 하고 묻는 습관 하나만 챙겨 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