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속 '공자'가 어느새 '한림'이 되어 있어요
고전소설 지문을 읽다 보면 이런 순간이 와요. 분명 앞에서 '공자'라고 부르던 사람이 갑자기 '생'이 되고, 몇 줄 뒤에는 '한림'이 돼 있어요. 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헷갈려서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죠. 고2 학생들이 고전소설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실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 호칭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수능에서는 교과서나 EBS에서 본 적 없는 고전소설이 나오기도 해요. 처음 보는 작품에 처음 보는 이름들, 거기다 호칭까지 바뀌면 머릿속이 금방 엉켜요.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게 여백에 그리는 작은 관계도예요.
고전소설에서 호칭이 자꾸 바뀌는 이유
고전소설에서는 한 사람을 여러 이름으로 불러요. 어릴 때 이름, 어른이 되어 얻은 이름, 벼슬 이름, 그리고 상대가 부르는 호칭이 다 달라요. 과거에 급제해서 한림학사가 되면 그때부터 '한림'이라고 부르고, 승상의 아들이면 '공자'라고 부르기도 하죠. 젊은 남자 주인공을 그냥 '생'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고요.
이건 작가가 독자를 헷갈리게 하려는 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낯설어요. 그러니 읽으면서 같은 사람의 다른 이름을 하나로 묶어 두는 작업이 꼭 필요해요.
관계도는 이름 옆에 별명을 붙이는 데서 시작해요
관계도를 그린다고 거창한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어요. 지문 옆 여백에 인물이 처음 나올 때 이름을 하나 적고, 같은 인물이 다른 호칭으로 나오면 그 옆에 덧붙여 적으면 돼요. "이몽룡 = 이 도령 = 어사"처럼요.
인물이 서너 명 넘게 나오면 이름들 사이에 선을 그어 관계를 표시해요. 부부면 이중선, 부모 자식이면 세로선, 적대 관계면 엑스 표시. 기호는 내 마음대로 정해도 되지만, 한 번 정하면 계속 같은 기호를 쓰는 게 좋아요. 그래야 시험장에서도 손이 알아서 그려요. 1분이면 충분히 그릴 수 있는 분량이에요.
편 가르기가 관계도의 핵심이에요
고전소설은 대부분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이 비교적 분명하게 나뉘어요. 주인공을 돕는 쪽과 주인공을 괴롭히는 쪽이 있죠. 관계도를 그릴 때 이 편 가르기를 해 두면 처음 보는 작품도 금방 구조가 보여요.
주인공 편에 있는 인물은 이름 옆에 동그라미를, 반대편 인물은 세모를 그려 보세요. 그러고 나면 "아, 이 장면은 세모 인물이 동그라미 인물을 모함하는 장면이구나" 하고 바로 감이 와요. 고전소설의 문제는 대개 이 갈등 구도를 이해했는지 묻는 문제라서, 편 가르기만 정확해도 상당수 문제가 풀려요.
앞부분 줄거리 박스를 먼저 읽으세요
수능이나 모의고사에서 고전소설을 낼 때는 지문 위에 [앞부분 줄거리]라는 작은 상자를 붙여 주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학생이 이걸 건너뛰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요. 그런데 이 상자 안에 인물 관계의 핵심 정보가 다 들어 있어요. 누가 누구의 아들인지,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지금 주인공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그러니 관계도는 이 상자를 읽으면서 먼저 그리기 시작하세요. 상자에서 나온 인물로 뼈대를 세워 두고, 본문을 읽으면서 새로 나오는 인물과 호칭을 덧붙이면 돼요. 이렇게 하면 본문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이미 지도를 들고 있는 셈이에요.
서술자의 개입도 함께 표시해 두세요
고전소설에는 서술자가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어 자기 생각을 말하는 장면이 자주 나와요. "슬프다, 이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리오" 같은 문장이요. 이걸 '서술자의 개입'이라고 하는데, 시험에서 단골로 물어보는 표현 방식이에요.
관계도를 그리면서 이런 문장이 나오면 그 옆에 작게 '서'라고 표시해 두세요. 인물의 말인지 서술자의 말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이 표시가 도움이 돼요. 그리고 서술자가 어떤 인물 편을 들고 있는지도 관계도의 편 가르기와 거의 일치하니, 둘을 함께 보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더 확신이 생겨요.
연습은 기출 고전소설 다섯 편이면 충분해요
관계도 그리기는 몇 번만 해 보면 금방 손에 익어요. 기출 고전소설 지문 다섯 편 정도를 골라 문제를 풀기 전에 관계도부터 그려 보세요. 처음엔 3분쯤 걸리다가, 다섯 번째쯤 되면 1분 안에 그려질 거예요.
다 그린 뒤에는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가 관계도의 어느 부분과 연결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호칭을 헷갈려서 틀렸는지, 편 가르기를 잘못해서 틀렸는지. 이 확인이 쌓이면 다음에 처음 보는 고전소설을 만나도 손이 먼저 움직여요. 오늘 저녁 고전소설 지문 한 편을 펴서 연필로 이름 세 개만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