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은 형용사일까 관형어일까, 둘 다 맞는 이유
"선생님, '예쁜'은 형용사예요, 관형어예요?" 중2 국어 시간에 거의 해마다 듣는 질문이에요. 그리고 대답을 들은 아이들은 대개 더 혼란스러운 얼굴이 됩니다. 정답이 "둘 다"이기 때문이에요.
이 대답이 이상하게 들린다면 품사와 문장 성분을 같은 종류의 이름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그래요. 둘은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질문으로 바라본 결과예요. 질문이 다르니 답이 두 개 나오는 게 당연하죠.
이름표와 배역으로 생각해 보세요
학교 연극을 떠올려 볼게요. 민준이는 원래 축구부예요. 그런데 이번 연극에서는 왕 역할을 맡았어요. 축구부라는 건 민준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는 이름표고, 왕은 이 무대에서 맡은 배역이죠. 무대가 바뀌면 배역은 바뀌지만, 축구부라는 이름표는 그대로예요.
품사가 이름표, 문장 성분이 배역이에요. 품사는 그 단어가 원래 어떤 성질을 가진 단어인지 묻습니다. 사물의 이름이면 명사, 움직임이면 동사, 상태나 성질이면 형용사. 문장 성분은 그 단어가 지금 이 문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묻습니다. 누가 했는지 알려 주면 주어, 무엇을 했는지 받으면 목적어, 뒤에 오는 말을 꾸며 주면 관형어. 이름표는 사전에 적혀 있고, 배역은 문장을 봐야 알 수 있어요.
예문 하나를 두 번 읽어 봅니다
"우리 동생이 예쁜 꽃을 빨리 샀다." 이 문장 하나로 연습해 볼게요.
첫 번째는 이름표를 읽습니다. 단어 단위로 끊어서 하나씩 사전의 눈으로 봐요. 우리는 대명사, 동생은 명사, 이는 조사, 예쁜은 형용사, 꽃은 명사, 을은 조사, 빨리는 부사, 샀다는 동사예요. 조사도 하나의 품사로 따로 세는 게 포인트예요.
두 번째는 배역을 읽습니다. 이번에는 띄어쓰기 단위, 그러니까 조사를 붙인 덩어리로 끊어요. 우리는 뒤의 동생을 꾸며 주니까 관형어, 동생이는 주어, 예쁜은 꽃을 꾸미니까 관형어, 꽃을은 목적어, 빨리는 샀다를 꾸미니까 부사어, 샀다는 서술어예요.
두 번 읽고 나면 재미있는 게 보여요. 우리는 이름표로는 대명사인데 배역은 관형어예요. 예쁜은 형용사인데 역시 관형어고요. 이름표와 배역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자리, 시험 문제는 바로 거기서 나옵니다.
하나 더 해 볼까요. 같은 단어 '예쁜'을 다른 문장에 넣어 보는 거예요. "꽃이 예쁘다"라고 쓰면 예쁘다는 여전히 형용사지만, 이번엔 문장을 끝맺는 서술어 배역을 맡아요. 이름표는 그대로인데 배역이 관형어에서 서술어로 바뀐 거죠. 연극에서 민준이가 다음 공연에선 왕 대신 신하를 맡는 것과 같아요. 단어 하나를 여러 문장에 옮겨 다니게 해 보면, 품사는 단어에 붙어 다니고 문장 성분은 자리에 붙어 다닌다는 게 눈에 들어와요.
끊는 단위가 다르다는 걸 놓치지 마세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지점이 여기예요. 품사는 단어로 끊고, 문장 성분은 어절로 끊어요. 그래서 '동생이'를 보고 품사를 물으면 동생과 이를 나눠서 명사와 조사라고 답해야 하고, 성분을 물으면 묶어서 주어라고 답해야 해요.
문제를 풀 때 연필로 표시하는 방법을 다르게 해 보세요. 품사를 볼 때는 단어 사이에 짧은 세로줄을 긋고, 성분을 볼 때는 어절마다 아래에 밑줄을 긋는 거예요. 눈으로 끊는 단위가 보이면 질문을 헷갈리는 일이 확 줄어요.
이름표와 배역이 어긋나는 단골 장면
시험에 잘 나오는 어긋남이 몇 가지 있어요. "나는 학생이다"에서 학생은 명사지만, '이다'와 붙어 문장을 끝맺으니 '학생이다'는 서술어예요. 명사가 서술어 배역을 맡은 거죠. "철수의 가방"에서 철수는 명사인데 '철수의'는 가방을 꾸미는 관형어가 돼요. "아주 빨리 달린다"에서 아주는 부사이면서 빨리를 꾸미는 부사어이고요. 이 경우는 이름표와 배역이 비슷해 보여서 오히려 헷갈리는 아이가 많아요.
이런 장면을 만날 때마다 노트 한 귀퉁이에 "이름표는 ○○, 배역은 ○○"라고 적어 두세요. 다섯 개쯤 모이면 어긋나는 규칙이 스스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험에서는 이 두 질문이 한 문제 안에 섞여 나오기도 해요. 보기의 밑줄 친 단어들을 두고 "품사가 같은 것끼리, 문장 성분이 같은 것끼리" 묶으라는 식이죠. 이럴 때 한꺼번에 판단하려 하면 머리가 엉켜요. 먼저 모든 단어의 이름표를 적고, 그다음 모든 단어의 배역을 따로 적은 뒤 비교해 보세요.
교과서 문장으로 하루 한 번만 해 보세요
연습 재료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어요. 오늘 국어 교과서에서 아무 문장이나 하나 골라 두 번 읽어 보세요. 한 번은 이름표로, 한 번은 배역으로. 길지 않은 문장이면 3분이면 충분합니다. 일주일만 해 봐도 "둘 다 맞아요"라는 대답이 더는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