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을 매일 읽는데 남는 게 없다면, 읽은 뒤 세 줄을 써 보세요
방학 첫날, 엄마가 신문을 한 부 내밀어요. "오늘부터 사설 하나씩 읽어." 중3 학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말이죠. 처음 며칠은 성실하게 읽어요.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면 눈으로 글자만 훑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물어보면 "어… 경제 얘기?" 정도의 대답이 나와요.
사설 읽기가 독해력에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된다"예요. 다만 조건이 하나 붙어요. 읽고 나서 손을 움직여야 해요. 눈으로만 읽은 사설은 생각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거든요.
사설이 독해 연습에 좋은 이유
사설은 독해 연습용으로 꽤 잘 만들어진 글이에요. 길이가 적당하고, 주장이 분명하고, 그 주장을 받치는 근거가 몇 개 나오고, 대개 반대 의견을 한 번쯤 언급한 뒤 다시 반박해요. 고등학교 국어의 독서 지문, 특히 사회나 인문 영역 지문과 뼈대가 많이 닮았어요.
또 사설에는 교과서에서 잘 보지 못하는 어휘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요. 재정, 규제, 형평성, 공론화 같은 말들이요. 이런 단어를 문맥 속에서 자주 만나 두면 고등학교 비문학 지문에서 덜 낯설어요.
읽기만 하면 남지 않는 이유
문제는 사설이 너무 잘 읽힌다는 데 있어요. 문장이 매끄럽고 주장이 분명하니까 눈이 술술 넘어가요. 술술 넘어간 글은 머릿속에 구조가 남지 않아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어렴풋한데, 어떤 순서로 무슨 근거를 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 거죠.
독해력은 그 구조를 잡는 힘이에요. 글쓴이가 무엇을 주장했고, 그걸 위해 어떤 근거를 들었으며, 어디서 반대 의견을 꺼내 어떻게 받아쳤는지. 이 흐름이 머릿속에 그려져야 비로소 '읽었다'고 할 수 있어요.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이 있어요. 사설은 한쪽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는 글이에요. 그래서 한 신문의 사설만 오래 읽으면 그 신문의 시각이 내 생각처럼 느껴지기 쉬워요. 독해력이 자란다는 건 글쓴이의 주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그 주장과 거리를 두고 따져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해요. 가끔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신문의 사설을 찾아 나란히 읽어 보세요. 같은 사실을 두고 근거를 어떻게 다르게 고르는지 비교하다 보면, 글을 읽는 눈이 한 뼘 더 깊어져요.
읽은 뒤 5분이면 충분해요
사설을 읽은 뒤에 딱 5분만 투자해 보세요. 공책을 펴고 세 줄을 적는 거예요. 첫 줄에는 글쓴이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둘째 줄에는 그 주장의 근거 가운데 가장 강한 것 하나를, 셋째 줄에는 내 생각을 한 문장으로.
처음엔 첫 줄부터 막힐 거예요. 주장이 뭔지 알 것 같은데 한 문장으로 쓰려니 어려운 거죠. 이게 정상이에요. 그 어려움이 바로 독해력이 자라는 자리예요. 다시 글을 훑어보며 주장이 드러난 문장을 찾아보세요. 대개 첫 문단 끝이나 마지막 문단에 숨어 있어요.
모르는 단어가 있었다면 세 줄 아래에 따로 적어 두세요. 뜻을 바로 찾지 말고, 앞뒤 문맥으로 뜻을 먼저 짐작해 적은 다음 사전으로 확인하는 순서가 좋아요. 짐작이 맞았을 때의 작은 기쁨이 다음 사설을 펼치게 만들어요.
사설을 고르는 시간도 줄여 두세요. 매일 어떤 사설을 읽을지 고민하다 보면 그 고민에 지쳐요. 신문 한 곳을 정해 두고 그날 첫 번째 사설을 읽는 식으로 규칙을 정하면, 시작하는 데 드는 힘이 확 줄어요.
매일이 어렵다면 주 3회도 괜찮아요
하루 한 편은 생각보다 부담이 커요. 특히 학기 중에는 지켜 내기 어렵죠. 그럴 땐 일주일에 세 편으로 줄이고, 대신 세 줄 쓰기는 꼭 지키세요. 매일 읽고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사흘 읽고 제대로 정리하는 편이 훨씬 남아요.
사설을 고를 때는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주제부터 시작하세요. 스포츠, 기술, 환경, 학교 이야기처럼요. 관심 없는 주제는 첫 문단에서 이미 마음이 떠나요. 습관이 잡힌 뒤에 주제를 넓혀도 늦지 않아요.
사설에 익숙해지면 칼럼으로 넓혀 보는 것도 좋아요. 사설은 신문사의 공식 입장이라 말투가 비슷한데, 칼럼은 글쓴이마다 문체와 논리 전개가 달라요. 같은 '주장하는 글'이라도 여러 모양이 있다는 걸 겪어 두면, 고등학교 독서 지문에서 처음 보는 글쓴이의 말투를 만나도 덜 흔들려요. 다만 처음 몇 주는 사설 하나로 습관을 다지는 데 집중하세요.
일주일 뒤 공책을 펴 보세요
세 줄 쓰기를 일주일 해 보고 나서 첫날 쓴 것과 마지막 날 쓴 것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주장을 적는 문장이 짧아지고 분명해졌다면, 여러분의 독해력은 이미 자라고 있는 거예요. 오늘 읽을 사설 한 편을 골라 공책 첫 쪽에 날짜부터 적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