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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전략

고1 3월에 교과서가 두꺼워 보이지 않으려면

EDU HIGH 운영자 · 2025.12.08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하다 보면 3월 둘째 주쯤 비슷한 하소연을 듣게 돼요. "교과서가 너무 두꺼워요." "수행평가 안내문 읽다가 시간이 다 가요." 중학교 때 성적이 괜찮았던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고등학교 교과서는 중학교 교과서보다 글자가 빽빽하고, 개념은 추상적이고, 한 문장이 길어요.

이 벽을 쉽게 넘는 아이와 오래 헤매는 아이를 가르는 건 대부분 문해력이에요. 그리고 그 문해력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기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중학교 시기가 적기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방 안에 놓인 갈색 책상 네 개

고등학교는 읽기를 가르쳐 주지 않아요

초등학교 때는 읽기 자체를 가르쳐요. 중학교 국어에서도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요약하는 법을 배우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면 수업은 읽기를 할 줄 안다는 전제 위에서 진행돼요. 선생님들은 교과서를 읽으며 개념을 설명할 뿐, 한 문단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따로 가르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문해력이 약한 상태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매 수업이 이중의 부담이 돼요. 내용을 배우는 동시에 그 내용을 담은 글을 읽어 내는 일까지 혼자 해야 하니까요. 친구들보다 한 걸음씩 늦게 출발하는 셈이에요.

고등학교 공부에서 글을 읽는 양은 생각보다 훨씬 많아요. 교과서와 학습지는 물론이고, 수행평가 안내문, 탐구 보고서를 쓰기 위한 자료, 모의고사 지문까지. 하루에 읽어야 하는 글자가 중학교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나요. 이 양을 감당하는 학생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걸 배우고,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은 읽는 데만 시간을 다 써요. 그 차이가 한 학기, 한 해 쌓이면 성적으로 나타나요. 문해력은 고등학교 공부의 속도를 정하는 엔진 같은 거예요.

중학교는 아직 여유가 있는 마지막 구간이에요

중학교도 바쁘죠. 그래도 고등학교와 비교하면 아직 여유가 있어요. 내신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자유학기 같은 시간도 있고, 방학도 비교적 온전하게 쓸 수 있어요. 이 여유가 문해력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에요.

고등학교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내신, 수행평가, 모의고사, 학생부 활동이 동시에 몰려와요. 책 한 권을 천천히 따져 읽을 시간이 나지 않아요. 그 시기에 문해력을 처음부터 기르려고 하면, 다른 모든 걸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죠.

문해력은 과목을 가리지 않아요

중학생 부모님 중에는 "국어 성적은 괜찮은데요"라고 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런데 문해력은 국어 시험 점수만으로는 다 보이지 않아요. 수학 서술형에서 조건을 놓치거나, 과학 실험 문제에서 자료 해석을 엉뚱하게 하거나, 사회 교과서를 몇 번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해력의 문제일 수 있어요.

램프와 의자가 놓인 오래된 나무 책상

중학교에서 문해력을 다지면 효과가 모든 과목에 퍼져요. 고등학교에 가서 과목마다 따로 따라잡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에요. 지금 들이는 한 시간이 고등학교에서 여러 시간을 아껴 주는 셈이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작아요

문해력을 다진다고 해서 거창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교과서를 제대로 읽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시험 기간에만 교과서를 펴는 대신, 수업이 끝난 날 그날 배운 쪽을 한 번 더 읽고 세 문장으로 줄여 보는 거예요. 이것만 꾸준히 해도 고등학교 교과서의 벽은 한결 낮아져요.

책 읽기도 마찬가지예요. 소설만 읽는 아이라면 비문학 교양서를, 비문학만 읽는 아이라면 소설을 한 권씩 섞어 주세요. 다른 종류의 글을 읽어 보는 경험이 고등학교에서 만날 여러 분야의 글을 준비시켜 줘요. 학기 중에 한 달 한 권, 방학에 두세 권이면 충분해요.

학교 도서관도 적극적으로 써 보세요. 중학교 도서관에는 그 나이대에 맞춰 고른 교양서와 문학 작품이 잘 갖춰져 있어요. 사서 선생님께 아이 관심사를 말씀드리고 추천을 받으면, 서점에서 막연히 고를 때보다 훨씬 잘 맞는 책을 만날 수 있어요. 빌려 읽는 책은 반납 날짜가 있어서 오히려 끝까지 읽게 되는 효과도 있고요.

부모님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아이에게 문해력 이야기를 할 때 "고등학교 가면 큰일 난다"는 말은 피해 주세요. 겁을 주면 아이는 오히려 피해요. 대신 "지금 해 두면 나중이 편해"라는 말로 바꿔 주세요. 오늘 저녁 아이가 교과서를 펼쳤다면, 그날 배운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들려 달라고 부탁해 보세요. 그 짧은 대화가 중학생 문해력을 다지는 가장 쉬운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