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평가 영어 1등급이 1%대에서 19%로, 난도가 튀어도 버티려면
1.47%. 몇 해 전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에요. 백 명 중 한 명 반 정도였죠. 그리고 1년 뒤 같은 6월 모의평가에서는 이 숫자가 19.1%가 됐어요.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1등급이 나온 거예요. 같은 기관이 같은 시기에 출제한 시험인데, 1등급 비율이 열 배 넘게 차이가 났어요.
영어는 90점만 넘으면 1등급인 절대평가 과목이에요. 그런데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 90점 넘기가 갑자기 어려워지고, 쉽게 나오면 너도나도 넘어요. 수능을 앞둔 고3도 그 출렁임을 똑같이 겪고 있어요.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는 1등급이 4.13%였는데, 9월 모의평가에서는 15%를 넘겼다는 발표가 나왔죠. 어느 쪽이 실제 수능의 모습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쉬운 시험의 90점은 실력을 말해 주지 않아요
19.1%짜리 시험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기분이 좋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 학생이 1.47%짜리 시험을 봤다면 어땠을까요. 쉬운 시험에서의 1등급은 실력이 1등급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 시험에서 90점을 넘겼다는 뜻일 뿐이에요.
그래서 모의평가 점수를 볼 때는 그 시험의 1등급 비율도 함께 봐야 해요. 1등급이 많이 나온 시험에서 받은 92점과 1등급이 드물었던 시험에서 받은 88점이라면, 오히려 뒤쪽이 더 단단한 실력일 수 있어요. 숫자 하나에 안심하거나 좌절하기 전에, 그 숫자가 어떤 시험에서 나왔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어려운 시험에서 무너지는 지점은 정해져 있어요
영어가 어렵게 나온 해를 돌아보면, 학생들이 무너진 자리는 비슷해요. 빈칸 추론, 순서 배열, 문장 삽입처럼 글의 논리를 따라가야 하는 유형이에요. 여기에 지문 자체의 추상도가 올라가고, 어휘가 까다로워지면 시간이 급격히 모자라요.
반대로 듣기와 쉬운 독해 유형은 시험이 어려워져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어떤 난도에도 버티는 실력이란 결국 어려운 유형에서 무너지지 않는 실력이에요. 쉬운 문제를 더 빨리 푸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건 어려운 문제에 쓸 시간을 벌기 위해서예요.
가장 어려웠던 시험지로 연습하세요
남은 기간에 실전 연습을 한다면, 1등급 비율이 낮았던 시험지를 골라 푸는 걸 권해요. 어려운 시험지에서 버틸 수 있다면 쉬운 시험은 걱정할 필요가 없거든요. 반대로 쉬운 시험지로만 연습하면 실제 수능이 어렵게 나왔을 때 처음 겪는 압박에 당황하게 돼요.
어려운 시험지를 풀 때는 시간 배분을 꼭 기록해 보세요. 듣기를 마치고 독해에 들어간 시각, 빈칸 유형을 시작한 시각, 마지막 문제를 끝낸 시각. 이 기록을 몇 번 모아 보면 내가 어디서 시간을 흘리는지 보여요. 대개는 한 문제를 붙잡고 3분, 4분씩 버티는 순간이 범인이에요.
틀린 문제를 다시 볼 때는 답만 확인하지 말고 지문 전체를 한 번 더 읽어 보세요. 시험 시간에 놓쳤던 문장, 잘못 끊어 읽었던 구문이 보일 거예요. 어려운 시험의 지문은 대개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고 문장이 길어요. 이런 지문을 한 문장씩 해석해 보며 주어와 동사를 확인하는 작업이 남은 기간에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강이에요. 새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어려운 지문 몇 개를 완전히 소화하는 편이 실전에서 훨씬 큰 힘이 돼요.
버리는 문제를 정하는 것도 실력이에요
90점이 1등급 기준이라는 건, 몇 문제는 틀려도 된다는 뜻이기도 해요. 어려운 시험에서 모든 문제를 다 맞히려다 시간이 모자라 뒤쪽 쉬운 문제까지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막히는 문제는 표시만 하고 넘어갔다가 마지막에 돌아오는 습관이 필요해요.
이건 연습 때부터 해 둬야 실제 시험에서 할 수 있어요. 모의고사를 풀 때 "이 문제는 1분 30초 안에 안 풀리면 넘어간다" 같은 자기만의 기준을 정해 두세요. 넘어가는 게 처음엔 불안하지만, 다 풀고 돌아왔을 때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험을 몇 번 하면 그 불안이 줄어요.
점수를 기록할 때는 원점수만 적지 말고, 그 시험의 공식 1등급 비율도 함께 적어 두세요. 평가원 모의평가와 수능은 채점 결과가 발표될 때 등급 비율이 공개돼요. 그 숫자와 내 점수를 나란히 적어 두면, 어떤 난도에서 내가 얼마나 버티는지가 한눈에 보이는 나만의 기록이 생겨요.
수능 날 난도는 고를 수 없어요
수능이 쉽게 나올지 어렵게 나올지는 수험생이 고를 수 없어요. 고를 수 있는 건 어떤 난도에도 흔들리지 않을 준비를 하는 것뿐이에요. 오늘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지금까지 푼 모의고사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시험지를 꺼내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 보세요. 그 시험지가 수능장에서 여러분을 가장 든든하게 지켜 줄 연습 상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