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어려웠던 해, 수시 최저와 정시 점수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영어는 절대평가라 정시에서는 별 영향 없다면서요?" 지난해 수능 성적표를 받은 집에서 이런 말이 많이 나왔어요. 그해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3.11%였어요. 응시생 백 명 중 세 명 남짓이었죠. 90점만 넘으면 되는 시험인데, 그 90점을 넘긴 학생이 그만큼 적었던 거예요.
절대평가라는 말 때문에 영어를 가볍게 보는 분이 많지만, 영어가 어렵게 나온 해에는 이야기가 달라져요. 수능을 앞둔 고3 부모님이라면 지난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어요.
수시 최저에서 먼저 흔들려요
영어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건 사실 정시가 아니라 수시예요. 많은 대학이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일부 종합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둬요. 예를 들어 몇 개 영역 등급 합이 일정 수준 이내여야 합격할 수 있는 식이죠. 영어 등급은 이 합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평소 영어 1등급이던 학생이 2등급, 3등급으로 내려가면 최저를 맞추지 못해 수시에서 떨어질 수 있어요. 수시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정시로 넘어오고, 수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도 정시로 넘어와요. 영어 한 과목의 난도가 수시와 정시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셈이에요.
이 흐름은 정시 지원 전략에도 영향을 줘요. 수시에서 최저를 맞추지 못해 떨어진 학생이 많아지면, 수시 미충원 인원이 정시로 넘어가 정시 모집 인원이 처음 계획보다 늘어나는 경우가 생겨요. 지원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조금 넓어지는 셈이지만, 반대로 수시에서 떨어진 상위권 학생들도 함께 정시로 몰려와요. 그래서 영어가 어려웠던 해에는 수시 결과가 나온 뒤 정시 모집 인원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특히 중요해요. 최종 모집 인원은 각 대학 입학처에서 공지하니, 원서 접수 직전에 꼭 한 번 더 살펴보세요.
정시에서는 대학마다 영어를 다르게 계산해요
정시에서 영어를 반영하는 방식은 대학마다 꽤 달라요. 등급별로 점수를 주고 다른 영역과 합산하는 대학도 있고, 1등급을 기준으로 등급이 내려갈수록 총점에서 깎는 대학도 있어요. 그리고 등급 사이의 점수 차이도 대학마다 다르게 정해요.
그래서 영어가 어려운 해에는 어느 대학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영어 등급의 무게가 달라져요.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이가 작은 대학이라면 영어 2등급이 크게 불리하지 않지만, 차이가 큰 대학이라면 그 몇 점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를 수 있어요. 지원 대학을 정할 때는 반드시 그 대학 모집요강에서 영어 반영 방법을 확인하세요.
같은 2등급이라도 의미가 달라져요
영어 1등급이 흔한 해에 2등급을 받으면 상당히 불리해요. 경쟁자 대부분이 1등급이니까요. 반대로 1등급이 3%대였던 해에는 2등급도 상위권에 속해요. 많은 수험생이 함께 2등급, 3등급으로 내려왔기 때문이에요.
이 말은 영어가 어려운 해에는 정시에서 영어로 생기는 차이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다만 이건 상대적인 이야기예요. 국어와 수학 같은 상대평가 과목이 함께 어려웠다면, 결국 승부는 그 과목들에서 갈리게 돼요. 영어 하나만 떼어 놓고 유불리를 판단하기보다 전체 성적표를 놓고 봐야 해요.
수능을 앞둔 부모님께
영어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부모님이 지금 해 주실 수 있는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이가 지원하려는 대학의 수시 최저 조건에 영어가 어떻게 들어가는지 함께 확인해 보는 거예요. 영어가 한 등급 내려갔을 때도 최저를 맞출 수 있는지, 다른 영역으로 보완할 여지는 있는지요.
다른 하나는 아이에게 "영어는 절대평가니까 괜찮아"라는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그 말은 아이가 영어를 마지막까지 놓지 않을 이유를 빼앗아요. 수능 직전까지 영어 지문을 매일 읽는 습관이 유지되도록 응원해 주세요.
정시 모의지원을 해 볼 때도 영어 등급이 한 단계 바뀌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영어 1등급을 가정했을 때와 2등급을 가정했을 때, 대학별 환산 점수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확인하면 아이에게 영어가 어떤 무게를 갖는지 숫자로 보여요.
성적표 받는 날을 위해
수능이 끝나고 성적표가 나오면, 영어 등급만 보고 실망하거나 안심하지 마세요. 그해 영어 1등급 비율이 얼마인지부터 확인하세요. 그 숫자가 아이의 영어 등급이 정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 주는 첫 단서예요. 오늘은 아이와 함께 지원 희망 대학의 모집요강을 펴고 영어 반영 방법이 적힌 쪽을 찾아 표시해 두는 것부터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