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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전략

90점 기준은 그대로인데 해마다 등급이 달라지는 영어

EDU HIGH 운영자 · 2026.01.12

"영어는 90점만 넘으면 되잖아." 고2 교실에서 영어 이야기가 나오면 꼭 이 말이 나와요. 맞는 말이에요.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라서 다른 학생이 몇 점을 받든 상관없이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에요.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죠.

그런데 고3 선배들 표정은 그렇게 편하지 않아요. 영어가 오히려 가장 불안한 과목이라는 선배도 많아요. 기준은 분명히 절대적인데, 왜 불안할까요. 90점이라는 기준은 고정되어 있지만, 그 90점에 닿는 길의 높이가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흰 인쇄 용지

기준은 고정, 시험은 출렁여요

수능 영어의 1등급 비율은 해마다, 같은 해 안에서도 시험마다 크게 달라졌어요. 한 해 수능에서는 1등급이 3.11%였어요. 같은 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19.1%가 나오기도 했고요. 같은 90점 기준인데, 어떤 시험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넘었고 어떤 시험에서는 서른 명 중 한 명 정도만 넘은 거예요.

상대평가 과목은 시험이 어려워도 등급 비율이 대체로 정해져 있어요. 시험이 어려우면 모두의 점수가 내려가니까 등급은 크게 흔들리지 않죠. 절대평가는 반대예요. 시험이 어려우면 등급 자체가 우르르 내려가요. 절대평가가 오히려 난도 변화를 그대로 맞는 구조인 셈이에요.

이 구조에서 가장 억울한 건 평소 실력이 90점 근처인 학생이에요. 쉬운 시험에서는 93점, 어려운 시험에서는 86점. 실력은 그대로인데 등급은 1과 2를 오가요. 수능은 단 한 번의 시험이라서, 그날 시험이 어느 쪽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등급이 갈려요. 그래서 고3 선배들이 영어를 불안해하는 거예요. 이 불안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실력을 90점 근처가 아니라 그보다 한참 위로 끌어올려 두는 거예요. 어려운 시험에서도 90점 위에 머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필요해요.

등급은 다른 데서 쓰여요

영어 등급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아요.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에서 다른 영역 등급과 합산되고, 정시에서는 대학마다 정한 방식으로 점수에 반영돼요. 영어가 어렵게 나온 해에 2등급을 받으면, 다른 영역에서 그만큼을 메워야 최저를 맞출 수 있어요.

그래서 영어는 절대평가지만, 결과는 다른 과목과 얽혀 상대적인 의미를 갖게 돼요. 내 영어 등급이 지원하려는 대학의 조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면, 영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거예요.

고2가 지금 해야 할 일

다행히 고2는 아직 시간이 있어요. 이 시기에 할 일은 쉬운 시험에서의 90점에 만족하지 않는 거예요. 학교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 나왔다면 기뻐하되, 그 시험이 쉬웠는지 어려웠는지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1등급 비율이 낮았던 평가원 기출을 구해 풀어 보세요. 그 시험에서도 90점이 나오는지가 진짜 실력이에요.

글자가 인쇄된 흰 종이

어려운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진다면, 어느 유형에서 떨어졌는지 살펴보세요. 대개는 빈칸 추론, 순서 배열, 문장 삽입 같은 논리 유형이에요. 이 유형은 단어 암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요. 글의 흐름을 따라가는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은 꾸준한 독해 연습으로만 생겨요.

어휘와 구문은 기본기예요

어려운 시험에서 무너지는 학생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기본기의 빈틈이에요. 지문 속 어휘 몇 개를 모르면 문장 전체가 흐려지고, 복잡한 구문을 만나면 주어와 동사를 찾지 못해 헤매요. 쉬운 시험에서는 이런 빈틈이 드러나지 않다가, 어려운 시험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와요.

고2라면 어휘와 구문을 다시 점검하기에 좋은 때예요. 모의고사 지문에서 막혔던 문장을 따로 모아 주어와 동사, 수식 관계를 표시해 보세요. 그 문장들이 쌓이면 나만의 구문 노트가 돼요. 어휘도 마찬가지로, 기출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를 골라 문장째로 외우는 게 단어장만 보는 것보다 훨씬 오래 남아요.

구문 노트를 만들 때는 한 문장을 오래 붙잡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처음엔 한 문장을 분석하는 데 몇 분씩 걸려도 괜찮아요. 그 문장에서 익힌 구조는 다른 지문에서도 반복해서 나와요. 같은 구조를 세 번째 만날 때쯤이면 거의 자동으로 읽히기 시작해요.

절대평가라는 말에 기대지 마세요

절대평가는 경쟁의 부담을 덜어 주지만, 난도의 위험은 덜어 주지 않아요. 고3이 되어 다른 과목에 쫓기면 영어에 시간을 쓰기 어려워져요. 지금 기초를 단단히 해 두면 고3 때 영어는 유지만 해도 되는 과목이 돼요. 오늘 풀었던 영어 지문 가운데 가장 막혔던 문장 하나를 골라, 공책에 옮겨 적고 구조를 나눠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