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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전략

1등급이 3%대인 영어 시험, 부모님은 어떻게 보면 될까요

EDU HIGH 운영자 · 2026.09.29

"영어는 절대평가라 부담이 적대요." 아이가 중학생일 때 이런 말을 들으셨다면, 최근 몇 년의 수능 소식이 꽤 당황스러우셨을 거예요. 2026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전체의 3.11%였어요. 상대평가였다면 상위 4%까지 1등급을 줬을 테니, 절대평가인데 오히려 더 좁아진 셈이에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질문이 생겨요. 처음 절대평가를 도입할 때 했던 약속은 무엇이었고, 왜 지금은 이렇게 됐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탁자에 앉은 여성과 아이

처음 약속은 경쟁을 줄이자는 것이었어요

수능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바뀌었어요. 다른 학생과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대신, 90점 이상이면 누구나 1등급을 받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친 점수 경쟁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었어요.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학교 수업만 충실히 따라가도 충분히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뜻이었죠.

도입 첫해에는 1등급 비율이 10% 정도였어요. 취지대로 간다면 시험이 너무 어렵지 않게 출제되고,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라면 1등급이나 2등급을 받는 그림이 그려졌을 거예요.

그런데 해마다 난이도가 크게 출렁였어요

문제는 그다음 해들이에요. 1등급 비율이 어떤 해에는 12%를 넘었고, 어떤 해에는 5% 안팎까지 떨어졌어요. 2024학년도에는 4.71%, 2026학년도에는 3.11%였어요. 같은 절대평가 제도 안에서 해마다 1등급이 두세 배씩 차이 나는 일이 반복된 거예요.

난이도가 출렁이는 이유는 한 가지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요. 절대평가는 시험의 난이도가 곧 등급 비율이 되는 구조라서, 출제진이 의도한 것보다 조금만 어렵게 나와도 1등급이 확 줄어들어요. 그해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평가원장도 영어가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적정 난이도를 지키지 못했다며 유감을 밝혔어요.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난이도 조정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나왔고요.

학생들은 결국 상대평가처럼 준비하게 됐어요

난이도가 예측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가장 어려운 해를 기준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어요. 90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어려운 해에는 통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영어에서도 고난도 문제를 대비하는 사교육이 다시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요. 경쟁을 줄이자는 처음 취지와는 거리가 생긴 거죠.

입시에서도 영향이 있어요.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영어 등급을 넣는 대학이 많아서, 영어가 어려운 해에는 최저를 맞추지 못해 불합격하는 학생이 늘어나요. 정시에서도 대학마다 영어 등급 반영 방식이 달라, 등급 하나의 무게가 대학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요. 어떤 대학은 등급 사이 점수 차이를 작게 두고, 어떤 대학은 크게 둬요. 그래서 영어가 어려웠던 해에는 같은 성적이라도 어느 대학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꽤 갈려요. 지원을 앞두고 있다면 관심 대학의 모집요강에서 영어 반영 방식을 꼭 확인해 보세요.

탁자에서 함께 색칠하는 어른과 아이

부모님이 기대를 조정해 주시면 아이가 편해져요

이런 흐름을 아시면 아이와 이야기할 때 도움이 돼요. 영어 2등급을 받아 온 아이에게 "절대평가인데 그것도 못 받았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억울함부터 느껴요. 어려운 해의 2등급은 쉬운 해의 1등급만큼 노력한 결과일 수 있거든요.

대신 아이가 모의고사에서 영어 점수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는지, 어려운 회차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지를 함께 봐 주세요. 쉬운 시험에서 95점을 받는 것보다, 어려운 시험에서도 85점을 지키는 힘이 지금의 수능에서는 더 쓸모가 있어요.

제도가 흔들려도 아이가 할 일은 같아요

앞으로 영어 난이도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난이도를 안정시키겠다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 결과는 시험이 끝나 봐야 알 수 있죠. 그래서 아이에게 필요한 건 특정 난이도에 맞춘 요령이 아니라, 어떤 지문이 나와도 정확하게 읽어 내는 기본기예요. 긴 문장을 끝까지 읽는 힘, 글의 논리를 따라가는 힘은 쉬운 해든 어려운 해든 배신하지 않아요.

오늘 저녁 아이에게 영어 모의고사 점수 대신 "요즘 영어 지문 읽을 때 어디가 제일 막혀?" 하고 한번 물어봐 주세요. 그 대답 안에 다음 공부의 방향이 들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