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풀어 본 모의고사 지문이 내신에서는 낯설게 나올 때
"이번 영어 시험 범위는 교과서 3과까지, 그리고 6월 모의고사 18번부터 45번까지." 시험 범위 공지를 받아 든 고2들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져요. 교과서야 수업 시간에 다뤘다지만, 모의고사 지문 스물몇 개는 이미 한 번 풀어 본 문제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거든요. 답도 알고 해설도 있는데, 그걸 다시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내신 시험장에서 그 지문들은 모의고사 때와 같은 모습으로 나오지 않아요. 빈칸 문제였던 지문이 순서 문제로, 주제 문제였던 지문이 어법 문제로 바뀌어 나와요. 이걸 흔히 변형 문제라고 불러요.
변형 문제는 지문을 다른 각도에서 묻는 거예요
변형 문제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원리는 단순해요. 같은 지문을 두고 출제자가 묻는 방향만 바꾸는 거예요. 원래 빈칸이 뚫려 있던 자리 대신 다른 문장에 빈칸을 뚫고, 문단 순서를 섞고, 밑줄 친 단어를 바꿔 어법이나 어휘를 물어요. 지문 내용을 요약한 문장을 영어로 쓰게 하는 서술형도 자주 나와요.
그래서 모의고사 때 정답을 맞혔다고 해서 그 지문을 안다고 볼 수 없어요. 원래 문제는 지문의 한 부분만 물었으니까요. 내신을 대비하려면 지문의 모든 문장을 시험 문제가 될 수 있는 재료로 보고 공부해야 해요.
첫 번째 단계는 한 줄 요약이에요
지문 공부의 첫걸음은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거예요. 지문 하나를 읽고 나서 이 글의 주제를 우리말 한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그리고 문단이 나뉘어 있다면 문단마다 한 줄씩 역할을 적어요. "문제 제기", "예시", "반론", "결론" 같은 식으로요.
이 요약이 있으면 순서 문제와 문장 삽입 문제에 강해져요. 글의 흐름을 알고 있으니 문장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금방 보이거든요. 주제와 제목, 요지를 묻는 문제도 이 한 줄 요약으로 대부분 해결돼요. 요약을 영어로도 한 문장 써 보면 서술형 대비까지 함께 할 수 있어요. 처음엔 본문 표현을 빌려 써도 괜찮아요. 몇 번 하다 보면 본문의 핵심 표현이 자연스럽게 손에 익어서, 요약문 쓰기 문제가 나와도 덜 막혀요.
두 번째는 문장마다 시험 포인트 찾기예요
내용을 파악했으면 이제 문장을 하나씩 뜯어볼 차례예요. 어법 문제로 나올 만한 곳을 찾는 거예요. 관계대명사 that과 what, 분사의 능동과 수동, 주어와 동사의 수 일치, 병렬 구조 같은 곳이 단골이에요. 이런 부분에 표시를 해 두고, 왜 그 형태가 맞는지 이유를 한마디로 적어 보세요.
어휘 문제도 준비해야 해요. 지문 속 핵심 단어들이 반대말로 바뀌어 나올 수 있으니, 글의 흐름상 중요한 단어 옆에 반대말을 적어 두세요. 이 단어가 반대말로 바뀌면 글의 뜻이 어떻게 어긋나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에요.
세 번째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보는 거예요
여기까지 했다면 마지막으로 스스로 출제자가 되어 보세요. 지문 하나를 보고 "내가 선생님이라면 이 지문으로 무슨 문제를 낼까" 생각해 보는 거예요. 빈칸을 뚫을 자리를 고르고, 순서를 섞을 위치를 정하고, 어법 문제로 바꿀 단어를 골라 보는 거죠.
처음엔 어색해도 몇 개 해 보면 출제 포인트가 눈에 보이기 시작해요. 친구와 함께 서로 문제를 만들어 바꿔 풀어 보면 더 좋아요. 내가 놓친 포인트를 친구가 잡아낼 수 있으니까요. 시중의 변형 문제집을 사서 풀기도 하는데, 그전에 이 과정을 한 번 거치면 문제집을 풀 때도 훨씬 빨리 흡수돼요.
지문 수가 많다면 우선순위를 정하세요
시험 범위에 모의고사 지문이 스무 개가 넘으면 모든 지문을 같은 깊이로 공부하기 어려워요. 이럴 때는 우선순위가 필요해요.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이 다룬 지문, 수업 중에 강조한 지문을 먼저 깊게 보세요. 그다음은 길고 문장 구조가 복잡한 지문이에요. 어법과 서술형 문제로 만들기 좋은 지문이 이런 지문이거든요.
반대로 짧은 실용문이나 도표 지문은 내용 파악 정도로 가볍게 봐도 괜찮은 경우가 많아요. 시험 3주 전쯤 범위에 있는 지문 목록을 쭉 적어 놓고, 지문 옆에 중요도를 표시해 보세요. 그 목록 한 장이 시험 기간 내내 길잡이가 될 거예요. 공부를 끝낸 지문에는 하나씩 줄을 그어 가세요. 줄이 늘어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