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쪽에서 멈춘 영어 소설 대신 첫 원서로 고를 책
원서 읽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학생의 책장에는 대개 비슷한 책이 한 권 꽂혀 있어요. 유명한 판타지 소설 시리즈의 첫 권, 그것도 30쪽쯤에 책갈피가 끼워진 채로요. 영화로 봐서 내용도 알고, 다들 재밌다고 하니 골랐는데, 막상 펴 보니 모르는 단어가 한 쪽에 열 개도 넘었던 거죠.
원서 읽기가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된다는 건 많이들 알아요. 그런데 시작이 어려워요. 그리고 첫 책을 잘못 고르면 원서는 어렵고 재미없는 거라는 생각이 굳어져서 다시 시작하기가 더 힘들어져요. 그래서 첫 책 고르기가 생각보다 중요해요.
유명한 책보다 내 수준에 맞는 책
첫 원서를 고를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유명한 책이나 좋아하는 영화의 원작을 고르는 거예요. 그런 책 중에는 원어민 청소년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 많아서, 중1에게는 단어와 문장이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내 수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어요. 책을 아무 데나 펴서 한 쪽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보세요. 한 쪽에 손가락 다섯 개를 다 접기 전에 끝나면 읽을 만한 책이에요. 다섯 개를 넘어가면 지금 읽기엔 조금 이른 책이니 나중을 위해 아껴 두세요.
처음에는 얇고 그림 있는 책도 좋아요
중학생이 되면 그림이 있는 얇은 책을 읽는 게 왠지 부끄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런데 원서 읽기의 첫 단계에서는 오히려 그런 책이 좋아요. 영어 읽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 출판사들이 단계별로 만든 리더스북이나 챕터북이 있어요. 짧은 장으로 나뉘어 있고 그림이 이해를 도와줘서 끝까지 읽기 쉬워요.
한 권을 끝까지 읽어 본 경험은 생각보다 큰 힘이 돼요. "나도 영어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자신감이 다음 책을 집어 들게 만들거든요. 처음 몇 권은 쉽고 얇은 책으로 시작해서 읽는 재미를 먼저 느끼는 게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고르세요
수준만큼 중요한 게 흥미예요. 아무리 수준이 맞아도 관심 없는 내용이면 몇 쪽 못 가서 덮게 돼요.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학교생활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지, 웃긴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우리말 책을 고를 때 손이 가는 장르가 영어책에서도 끝까지 읽게 되는 장르예요.
시리즈물도 좋은 선택이에요. 첫 권이 마음에 들면 같은 인물이 나오는 다음 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거든요. 인물과 배경에 이미 익숙하니까 두 번째 권부터는 훨씬 빨리 읽혀요. 같은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는 것도 읽기 속도를 높여 줘요.
모르는 단어는 다 찾지 마세요
원서를 읽을 때 모르는 단어마다 사전을 찾으면 흐름이 끊겨서 재미가 사라져요. 원서 읽기의 목적은 단어 공부가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경험이에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앞뒤 내용으로 짐작이 되면 그냥 넘어가세요.
같은 단어가 여러 번 나오는데 계속 뜻을 모르겠다면 그때 한 번 찾아보면 돼요. 여러 번 나온다는 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단어라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찾은 단어는 이야기 속 장면과 함께 기억에 남아서 쉽게 잊히지 않아요.
오디오북이 함께 있는 책이라면 듣기와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좋아요. 처음엔 소리를 들으며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고, 익숙해지면 소리 없이 혼자 읽어 보는 거예요. 발음을 모르는 단어에서 막히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따라갈 수 있어서, 원서 읽기가 처음인 학생에게 특히 도움이 돼요. 듣기 실력까지 함께 자라는 건 덤이고요.
도서관에서 시작해 보세요
원서는 생각보다 비싸요. 처음부터 여러 권을 사기 부담스럽다면 학교 도서관이나 동네 공공도서관의 영어책 코너를 찾아가 보세요. 많은 도서관에 단계별 원서가 갖춰져 있어요. 여러 권을 빌려 몇 쪽씩 읽어 보고, 마음에 드는 책만 끝까지 읽으면 돼요.
학교 영어 선생님께 추천을 부탁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내 영어 실력을 아시는 분이니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주실 수 있어요. 맞지 않는 책은 과감히 덮어도 괜찮아요. 다 읽지 못한 책이 실패가 아니라, 내게 맞는 책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이번 주말에 도서관 영어책 코너에 가서 세 권을 골라 첫 장씩 읽어 보세요. 그중 다음 장이 가장 궁금해지는 책이 바로 나의 첫 원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