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습 전략

관계대명사는 아는데 동사에 s를 빼먹는 아이

EDU HIGH 운영자 · 2026.04.10

"우리 애 학원에서 벌써 관계대명사 끝냈대요." 상담 자리에서 이 말을 들은 다음, 아이에게 짧은 문장 하나를 영어로 써 보라고 하면 종종 이런 답이 돌아와요. "My brother like soccer." 관계대명사까지 배운 아이가 동사 뒤에 s 하나를 빠뜨리는 거죠. 부모님은 당황하시고, 아이는 "알긴 아는데 깜빡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에요. 문법을 앞으로만 배우고 뒤로 돌아가 본 적이 없을 때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예요. 진도는 계속 나가는데, 처음 배운 규칙들이 손에 붙을 시간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거예요.

활자가 인쇄된 흰 종이

아는 문법과 쓰는 문법은 다른 서랍에 있어요

중학 영어 문법은 대부분 "이럴 땐 이렇게 바꾼다"는 규칙이에요. 주어가 3인칭 단수면 동사에 s를 붙이고, 과거 일이면 동사를 과거형으로 바꾸고, 비교할 땐 er이나 more를 쓰죠. 아이들은 이 규칙을 설명은 잘해요. 문제는 문장을 직접 만들 때 그 규칙이 저절로 튀어나오느냐예요.

설명할 수 있는 지식과 손이 먼저 움직이는 지식은 머릿속 다른 서랍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학원 수업은 주로 첫 번째 서랍을 채워 줍니다. 두 번째 서랍은 같은 규칙을 여러 번, 날짜를 두고 다시 꺼내 써 봐야 채워져요. 진도가 빠를수록 첫 번째 서랍만 꽉 차고 두 번째 서랍은 비어 있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이 차이는 중학교 시험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아요. 객관식 위주의 시험에서는 설명할 수 있는 지식만으로도 꽤 높은 점수가 나오거든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긴 지문을 빠르게 읽고, 서술형으로 영작을 해야 하는 순간 갑자기 구멍이 보여요. 그때 가서 기초 문법을 다시 잡으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들어요. 중학교 때 두 번째 서랍을 채워 두는 게 결국 가장 싸게 먹히는 방법이에요.

문제집을 한 권 더 사기 전에

복습이라고 하면 많은 집에서 문법 문제집을 한 권 더 사요. 그런데 객관식 문법 문제는 보기 중에서 고르는 일이라, 정답을 맞혀도 아이가 그 문장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고르는 힘과 만드는 힘은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제가 권하는 복습은 아주 단순해요. 지난주에 배운 문법 하나를 골라 아이가 자기 이야기로 짧은 문장 세 개를 써 보는 거예요. 현재완료를 배웠다면 "나는 제주도에 두 번 가 봤다", "나는 아직 숙제를 안 끝냈다" 같은 자기 생활 문장을 영어로 옮겨 보는 식이죠. 교과서 예문을 베끼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그래서 훨씬 오래 남아요.

오늘 배운 것보다 3주 전 것을 다시 꺼내 보세요

복습 시기도 한번 바꿔 보시면 좋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오늘 배운 걸 오늘 복습해요. 물론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쪽은 잊어버릴 즈음 다시 꺼내 본 내용이에요. 한 번 가물가물해졌다가 다시 떠올리는 그 과정에서 기억이 단단해지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15분 정도만 3주 전쯤 배운 문법을 다시 써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지금 학원에서 to부정사를 배우고 있다면 주말에는 3주 전에 배운 비교급으로 문장 세 개를 쓰는 거예요. 진도표와는 반대 방향으로 걷는 시간이 따로 있어야 앞으로 나간 진도도 무너지지 않아요.

펼친 책 위에 놓인 빨간 펜

틀린 문장이 가장 좋은 교재예요

아이가 쓴 문장에서 틀린 부분이 나오면 바로 고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드실 거예요. 그런데 한 박자만 참아 주세요. "이 문장에서 하나가 어색한데 찾아볼래?" 하고 범위만 알려 주는 편이 아이에게 더 오래 남아요. 스스로 찾은 실수는 다음에 같은 문장을 쓸 때 손이 먼저 멈추거든요.

부모님이 영어를 잘 모르셔도 괜찮아요. 아이가 쓴 문장을 소리 내어 읽게 하고, 왜 이 동사를 이렇게 썼는지 설명해 달라고만 하셔도 충분해요. 설명하다가 스스로 "아, 여기 s 빠졌네" 하는 순간이 꽤 자주 옵니다. 아이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면 그날 복습은 성공이에요.

학원 진도를 물을 때 같이 물어봐 주세요

학원 상담에서 "지금 어디까지 나갔어요?"만 묻지 마시고 "앞에서 배운 문법은 언제 다시 다뤄요?"도 같이 물어봐 주세요. 중간중간 누적 복습을 넣는 곳도 있고, 진도만 쭉 나가는 곳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집에서 메워 줄 부분이 어디인지 알게 되죠.

이번 주말, 아이에게 지난달 배운 문법 하나로 자기 이야기를 세 문장만 써 달라고 해 보세요. 그 세 문장이 학원 진도표 한 장보다 우리 아이 영어 실력을 더 정확하게 보여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