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겨울, 선행반 말고 역사 교과서를 다시 펴 보세요
중3 겨울방학이 다가오면 학부모님들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고등학교 가면 한국사가 필수라던데, 지금 뭘 미리 시켜야 할까요?" 학원 선행반 광고도 이 무렵 부쩍 늘어나죠.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은 대개 조금 싱거워요. 지금 가방 안에 있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다시 꺼내 보라는 거예요.
고등학교 한국사는 완전히 새로운 과목이 아니에요. 중학교 역사에서 한 번 훑고 지나간 이야기를 더 깊게, 더 촘촘하게 다시 보는 과목이에요. 그래서 중학교 때 만든 기초가 얼마나 단단한지가 고1 첫 시험의 출발선을 정해요.
고등학교 한국사는 같은 길을 한 번 더 걷는 일이에요
고등학교 한국사는 1학년 때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이에요. 고등학교 내신에 들어가고, 수능에서도 필수로 응시해요. 다루는 시대는 중학교 역사와 거의 겹쳐요. 차이는 깊이에요. 중학교에서 한 문단으로 넘어간 개혁이 고등학교에서는 한 차시를 통째로 차지하고, 이름만 나왔던 제도의 내용과 한계까지 물어요.
그러니까 중학교 역사를 대충 지나왔다면 고1 한국사는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제대로 지나왔다면 아는 길을 다시 걷는 느낌이 들어요. 같은 수업을 들어도 두 학생이 받아들이는 양이 확연히 달라요.
게다가 고1은 바쁜 학년이에요. 국어, 영어, 수학의 난도가 한꺼번에 올라가고, 수행평가와 동아리 활동까지 처음 겪는 일이 쏟아져요. 이런 시기에 한국사를 처음부터 새로 쌓아야 한다면 부담이 꽤 커요. 중3 겨울에 기초를 다져 둔 학생은 고1 한국사에 드는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을 다른 과목에 쓸 수 있어요. 미리 해 두는 일의 진짜 이득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한 번 더 읽어 두세요
그래서 첫 번째로 권하는 건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한국사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 거예요. 문제집이 아니라 교과서예요. 교과서는 이야기가 끊기지 않게 이어져 있어서 흐름을 잡기에 가장 좋은 책이에요.
읽을 때는 외우려고 애쓰지 마세요. 시대가 바뀌는 지점에서만 잠깐 멈추고 "앞 시대는 왜 끝났고, 다음 시대는 어떻게 시작됐지?"를 스스로 말해 보면 충분해요. 겨울방학 동안 하루 30분씩이면 넉넉하게 끝나요.
낯선 한자어에 미리 익숙해지기
고1 한국사에서 학생들이 처음 부딪히는 벽은 내용보다 단어예요. 도병마사, 비변사, 전시과, 균역법처럼 한자로 된 용어가 한 단원에 수십 개씩 쏟아져요. 뜻을 모르면 그냥 소리로 외워야 해서 금방 섞여요.
중3 때 이런 용어를 만나면 한 글자씩 뜻을 짚어 보는 습관을 들여 두세요. 균역법이라면 "균은 고르게, 역은 군대에 가는 의무, 그러니까 군역 부담을 고르게 하려던 법이구나" 하는 식이에요. 사전을 찾아도 되고 부모님께 물어봐도 돼요. 단어의 뜻이 보이면 제도의 내용이 짐작되고, 짐작이 되면 외울 게 줄어요.
근현대사는 뉴스와 같이 읽어 보세요
고등학교 한국사에서 비중이 큰 부분이 개항 이후부터 현대까지의 근현대사예요. 사건이 촘촘하고 비슷한 이름의 단체와 조약이 많아서 고1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구간이에요.
이 시기는 지금 우리 생활과 바로 이어져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광복절이나 삼일절 즈음 나오는 뉴스, 역사 다큐멘터리, 기념관 방문 같은 경험이 다 공부가 돼요. 중3 때 한두 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해 두면 고등학교 교과서 속 사건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장면으로 남아요.
선행 문제집보다 먼저 할 일
고등학교 한국사 문제집을 미리 푸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다만 순서가 중요해요. 중학교 내용이 흐릿한 상태에서 문제집부터 풀면 틀린 문제의 해설만 외우게 되고, 흐름은 오히려 더 엉켜요. 교과서로 흐름을 다시 세우고, 낯선 용어에 익숙해진 뒤라면 그때 문제집이 제 역할을 해요.
부모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아이가 교과서를 읽은 날 저녁에 "오늘 읽은 시대에서 제일 기억나는 사람이 누구야?" 하고 한마디만 물어봐 주세요. 길게 대화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군가에게 말로 꺼내 보는 순간 읽은 내용이 한 번 더 정리되거든요. 시험 문제처럼 묻기보다는 궁금해서 묻는 말투가 아이에게 훨씬 편하게 들려요.
이번 주에 중학교 역사 교과서 목차를 한 번 펴 보세요. 단원 제목만 보고 그 시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두 마디라도 떠오르는지 확인해 보는 거예요. 떠오르지 않는 단원이 겨울방학 첫 주에 읽을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