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습 전략

똑같이 A였는데 옆집 아이만 1등급이라면

EDU HIGH 운영자 · 2025.05.08

"둘이 중학교 때 성적이 똑같았거든요." 학부모 상담에서 이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참 많아요. 같은 아파트, 같은 학원, 같은 A. 그런데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옆집 아이는 1등급, 우리 아이는 3등급이 나왔대요. 어머니는 학원을 바꿔야 하나, 아이가 게을렀던 건가 고민하고 계셨어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중학교 성적표의 A가 무엇을 알려 주고, 무엇을 알려 주지 않았는지부터 봐야 해요. 두 아이는 처음부터 똑같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요. 다만 성적표가 그 차이를 보여 주지 않았을 뿐이죠.

흰 종이 위의 빨간 노크식 펜

A라는 글자 하나에 담긴 넓은 폭

중학교 성취평가는 점수 구간으로 등급을 매겨요. 보통 90점 이상이면 A예요. 이 방식에서는 90점과 100점이 같은 글자로 표시돼요. 반에서 A를 받은 아이가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모두 같은 A죠.

고등학교는 다르게 계산해요. 고등학교 내신 5등급제에서 1등급은 같은 과목을 들은 학생 중 상위 10%, 2등급까지 합쳐 34%, 3등급까지 66%예요. 중학교에서 A를 받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한 교실에 모이면, 그 안에서 다시 순서가 매겨져요. 중학교 A 안에 있던 폭이 그대로 등급 차이로 펼쳐지는 거예요.

점수 말고 시험지를 보면 보이는 것들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께 중학교 성적표의 A 대신 실제 점수와 시험지를 보시라고 말씀드려요. 같은 A라도 시험지에는 꽤 다른 이야기가 적혀 있거든요.

한 아이는 시험마다 98점, 100점을 오가며 틀린 문제도 대개 계산 실수 하나였어요. 다른 아이는 91점, 93점 근처에서 맴돌았고, 틀린 문제가 대부분 마지막 서너 문항, 생각을 몇 단계 이어 가야 하는 문제였어요. 성적표에서는 둘 다 A였지만, 고등학교 시험이 묻는 능력에서는 이미 차이가 있었던 거예요. 고등학교 수학 시험은 바로 그 마지막 서너 문항 같은 문제의 비중이 훨씬 커요.

나무 탁자 위의 스탠드

갈림길은 대개 공부하는 방식에 있어요

두 아이의 차이는 머리보다 공부 방식에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1등급이 나온 아이들의 공부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때 바로 해설을 펴지 않고 한참을 붙잡고 있어 봤던 경험, 풀고 나서 "왜 이렇게 푸는지"를 스스로 설명해 봤던 경험이에요.

반대로 3등급에서 멈춘 아이들 중에는 성실하게 많은 문제를 풀었지만, 막히면 금방 해설을 보고 이해한 뒤 넘어가는 방식이 몸에 밴 경우가 많아요. 중학교 시험은 이 방식으로도 A가 나와요. 고등학교 시험에서는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 혼자 버티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 차이가 등급으로 드러나요.

시간을 쓰는 방식도 달라요. 1등급 아이들은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한 문제를 끝까지 소화하는 데 시간을 써요. 틀린 문제를 며칠 뒤에 다시 풀어 보고, 비슷한 문제가 나오면 처음 문제를 떠올려요. 3등급 아이들은 대개 새 문제를 계속 풀어 나가요. 문제집 한 권을 끝냈다는 성취감은 크지만, 틀렸던 문제가 다시 나오면 또 틀리는 경우가 많아요. 양으로는 오히려 3등급 아이들이 더 많이 풀었을 수도 있어요. 차이는 양이 아니라 소화의 깊이에 있어요.

이건 아이의 재능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라서, 지금부터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에요. 한 학기만 공부 방식을 바꿔도 다음 시험지는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학원을 바꾸기 전에 확인해 보실 것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학원 교체예요. 그런데 공부 방식이 원인이라면 학원을 바꿔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어요. 새 학원에서도 막히면 설명을 듣고 넘어가는 건 똑같으니까요.

학원을 바꾸기 전에 아이와 함께 고등학교 시험지를 펴 보세요. 틀린 문제를 몰라서 틀렸는지, 시간이 없어서 못 풀었는지, 실수였는지 나눠 보는 것만으로도 원인이 꽤 선명해져요. 그리고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해설 없이 혼자 끝까지 풀어 보는 시간이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그 시간이 없다면 학원보다 그 시간을 먼저 만들어 주는 게 순서예요.

옆집 아이와 비교하는 말은 잠시 내려 두세요

부모님 마음에는 옆집 아이가 자꾸 떠오르실 거예요. 그래도 아이 앞에서는 그 비교를 잠시 내려 두셨으면 해요. 아이도 이미 알고 있고, 이미 충분히 속상해하고 있어요. 비교의 말은 아이가 시험지를 다시 펴 볼 힘을 빼앗아요.

대신 오늘은 "중학교 때 틀렸던 문제들, 주로 어떤 문제였어?" 하고 한 번 물어봐 주세요. 그 대답 속에 지금 3등급의 이유와 다음 시험의 실마리가 함께 들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