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제를 못 푼 날, 포기할지 붙잡을지 정하는 기준
고2 수학 시험이 끝나면 꼭 이런 대화가 오가요. "마지막 문제 풀었어?" "아니, 손도 못 댔어." "나도. 근데 걔는 풀었대." 그 한 문제를 푼 친구는 1등급이고, 못 푼 아이들은 2등급과 3등급 사이에 몰려 있어요. 문제 하나가 등급을 가른 거예요.
그래서 많은 학생이 고민해요. 이 한 문제를 위해 몇 주를 더 쏟아야 할까, 아니면 처음부터 버리고 나머지를 완벽하게 할까. 정답은 어느 한쪽이 아니에요. 지금 내 점수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그 한 문제는 일부러 거기 있어요
내신 시험의 고난도 문항은 실수로 어렵게 나온 게 아니에요. 출제하는 선생님이 의도적으로 넣은 문제예요. 5등급제에서 1등급은 상위 10%만 받을 수 있어요. 대부분 학생이 비슷하게 잘하는 학교라면 그 10%를 가려내기 위해 변별력 있는 문항이 꼭 필요하죠.
그러니 "이번 시험만 이상하게 어려웠어"라고 생각하면 다음 시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돼요. 우리 학교 수학 시험에는 이런 문항이 매번 한두 개씩 들어간다고 보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 현실적이에요. 지난 시험지를 몇 회분 모아 보면 어떤 단원에서, 어떤 모양으로 나오는지도 대략 보여요.
지금 점수대에 따라 답이 달라져요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모두 표시해 보세요. 고난도 문항 말고 다른 문제도 틀렸다면, 그 문제들이 먼저예요. 중간 난도 문제에서 두세 개씩 새고 있는 상태라면 고난도 한 문제에 시간을 쏟는 건 순서가 뒤바뀐 거예요. 같은 시간을 들이면 중간 난도 문제를 다 맞히는 쪽이 점수를 훨씬 많이 올려 줘요.
반대로 고난도 문항 말고는 거의 다 맞히는 학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요. 이 학생에게는 그 한 문제가 바로 1등급의 문이에요. 이때는 고난도 문항을 버리면 안 되고, 오히려 정면으로 다뤄야 해요. 같은 질문이라도 학생마다 답이 정반대가 되는 거예요.
그 사이에 있는 학생도 있어요. 중간 난도에서 한 문제 정도 틀리고, 고난도도 못 푼 경우예요. 이때는 우선순위를 두 단계로 두면 돼요. 시험 3주 전부터 2주 전까지는 중간 난도의 실수를 없애는 데 집중하고, 마지막 일주일에 고난도 문항 몇 개를 깊게 다뤄 보는 식이에요. 한꺼번에 둘을 다 잡으려 하면 어느 쪽도 제대로 안 잡혀요.
시험장에서 버리는 것과 공부에서 버리는 것은 달라요
또 하나 구별해야 할 게 있어요. 시험장에서 고난도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과, 평소 공부에서 고난도 문제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시험장에서는 고난도 문항을 마지막으로 미루는 게 거의 언제나 맞아요. 앞의 문제들을 모두 확인하고 남은 시간에 도전하는 거죠. 이건 버리는 게 아니라 순서를 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평소 공부에서까지 어려운 문제를 피하면, 시험장에서 남은 시간이 생겨도 손을 댈 수가 없어요. 고난도 문제를 붙잡고 생각해 본 경험이 없으니까요.
고난도를 다루는 공부는 양보다 깊이예요
1등급을 노리는 학생이라면 고난도 문항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어려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적은 수를 깊게 파는 게 좋아요. 일주일에 서너 문제면 충분해요. 대신 한 문제당 최소 20분에서 30분은 해설 없이 붙잡고 있어 보세요.
풀리면 좋고, 안 풀려도 괜찮아요. 해설을 본 뒤에는 "내가 어느 단계에서 막혔는지", "어떤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는지"를 한 줄로 적어 두세요. 내신 고난도 문항은 대개 두세 개의 개념을 이어 붙인 형태라서, 내가 어떤 연결을 잘 못 떠올리는지 알면 다음 문제에서 그 연결을 먼저 의심해 볼 수 있어요.
학교 선생님의 출제 습관을 읽어 보세요
내신은 우리 학교 선생님이 내는 시험이에요. 그래서 고난도 문항에도 그 선생님만의 습관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수업 시간에 유난히 오래 설명한 증명, 칠판 구석에 "심화"라고 써 둔 문제, 프린트 마지막에 붙은 어려운 문항. 이런 곳에서 고난도 문항의 씨앗이 나오기도 해요.
지난 시험지가 있다면 고난도 문항만 모아서 비교해 보세요. 어떤 단원의 어떤 개념을 엮었는지 보면, 다음 시험에서 어디를 깊게 파야 할지 감이 와요.
마지막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이유를 스스로 분명히 알고 있었으면 해요. "어려우니까 버린다"가 아니라 "지금은 중간 난도를 먼저 잡는 단계라서 미룬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포기가 아니라 전략이에요.
이번 시험지를 펴서 틀린 문제를 난도별로 나눠 보세요. 고난도 말고도 틀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그 한 번의 분류가 다음 3주 동안 어디에 시간을 쓸지 정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