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60인데 120을 쓴 이유, 같은 경우를 두 번 센 탓
확률과 통계 시험을 채점하다 보면 묘한 오답을 자주 만나요. 정답이 60인데 120을 쓴 학생, 정답이 36인데 30을 쓴 학생. 완전히 엉뚱한 답이 아니라 정답의 두 배이거나, 조금 모자란 답이에요. 풀이를 보면 방법도 대체로 맞아요. 그런데 어딘가에서 같은 경우를 두 번 셌거나, 몇 가지를 빠뜨린 거예요.
경우의 수는 확률과 통계의 출발점이라서 여기서 생긴 습관이 확률 단원까지 그대로 이어져요. 중복과 누락은 실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세는 방식에 구조적인 이유가 있어요.
두 배가 나왔다면 순서를 셌을 가능성
정답의 정확히 두 배, 혹은 몇 배가 나왔다면 대개 순서가 없는 상황에서 순서를 센 거예요. 예를 들어 다섯 명 중 두 명을 대표로 뽑는 문제에서, A와 B를 뽑은 것과 B와 A를 뽑은 것은 같은 경우예요. 그런데 "첫 번째 사람을 고르고, 두 번째 사람을 고르고" 하는 식으로 세면 이 둘을 따로 세게 돼요.
그래서 경우의 수 문제를 보면 먼저 이렇게 물어보세요. "순서를 바꾸면 다른 경우가 되나?"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다면 순서가 의미가 있어요. 그냥 대표 두 명을 뽑는다면 의미가 없죠. 이 질문 하나로 순열을 쓸지 조합을 쓸지가 정해져요. 공식을 고르기 전에 상황을 먼저 판단하는 습관이에요.
같은 것을 다른 것처럼 셀 때
비슷한 함정이 하나 더 있어요. 같은 것이 여러 개 섞여 있을 때예요. 빨간 공 세 개와 파란 공 두 개를 일렬로 늘어놓는 문제에서, 빨간 공 세 개를 서로 다른 공처럼 세면 경우의 수가 훨씬 크게 나와요. 빨간 공끼리 자리를 바꿔도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니까 같은 경우로 봐야 하거든요.
이런 문제에서는 "이 물건들이 구별되나?"를 먼저 확인해야 해요. 문제에 "서로 다른"이라는 말이 있는지, 아니면 "같은 색의 공"처럼 구별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는지. 문제 문장 속 이 몇 글자가 답을 몇 배씩 바꿔요. 그래서 경우의 수 문제는 다른 단원보다 문제를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 읽어야 해요.
조금 모자랐다면 경계를 놓쳤을 가능성
반대로 답이 정답보다 조금 작게 나왔다면 대개 누락이에요. 그리고 누락은 경계에서 자주 생겨요. "적어도 하나", "이상", "이하" 같은 말이 들어간 문제에서 끝 경우를 빼먹는 거죠. 3 이상이라고 했는데 4부터 센다거나, 0인 경우를 생각하지 못한다거나요.
또 경우를 나눠서 셀 때 누락이 잘 생겨요. 첫 자리가 1인 경우, 2인 경우, 3인 경우로 나눴는데 사실 4인 경우도 있었던 거예요. 경우를 나눌 때는 나눈 기준이 빠짐없이 전체를 덮는지 꼭 확인하세요. 각 경우의 수를 더한 값이 전체와 맞는지 검산해 볼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작은 수로 직접 나열해 보는 습관
중복과 누락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나열해 보는 거예요. 물론 시험 문제처럼 큰 수에서는 다 나열할 수 없죠. 그럴 땐 숫자를 작게 줄인 비슷한 문제를 만들어서 나열해 보세요. 다섯 명 중 두 명이 아니라 세 명 중 두 명이라면 직접 다 적어 볼 수 있어요.
직접 적은 개수와 공식으로 구한 개수가 같은지 확인해 보면, 내가 세는 방식이 맞는지 바로 드러나요. 다르다면 어디서 중복이나 누락이 생겼는지 나열한 목록을 보면서 찾을 수 있고요.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이 확인 습관이 붙은 학생들은 경우의 수 단원에서 거의 흔들리지 않아요.
여사건으로 돌아가는 길도 열어 두세요
"적어도 하나"가 들어간 문제는 직접 세면 경우가 너무 많아서 누락이 생기기 쉬워요. 이럴 땐 반대쪽을 세는 게 훨씬 안전해요. 전체에서 "하나도 없는 경우"를 빼는 거죠. 이렇게 하면 나눠야 할 경우가 확 줄어서 실수할 틈도 줄어요.
직접 세는 길과 반대쪽에서 빼는 길, 두 가지를 모두 써 보고 답이 같은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연습이에요. 두 길의 답이 같다면 그 답은 꽤 믿을 만해요.
오답을 정리할 때도 이 분류를 써 보세요. 틀린 경우의 수 문제 옆에 "중복" 또는 "누락"이라고 적고, 그 원인이 순서였는지, 구별이었는지, 경계였는지를 덧붙이는 거예요. 몇 주만 모아 봐도 내가 주로 어느 쪽으로 틀리는지 분명해져요. 중복이 많은 학생은 순서와 구별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누락이 많은 학생은 경계와 경우 나누기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면 돼요. 나에게 맞는 점검 질문 하나가 생기는 거예요.
오늘 경우의 수 문제 하나를 골라 숫자를 작게 줄인 다음 직접 다 나열해 보세요. 공식으로 구한 답과 나열한 개수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중복과 누락이 어디서 생기는지 손으로 느끼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