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모의고사는 잘 보는데 학교 시험만 만나면 점수가 새요
학부모 상담에서 고2 아이의 성적표를 같이 볼 때가 있어요. 수학 모의고사는 2등급, 그런데 내신은 4등급이에요. 부모님은 혼란스러워하세요. "실력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억울해해요. "모의고사 보면 실력은 있는 거잖아요. 내신은 학교 시험이 이상한 거예요."
둘 다 반은 맞아요. 아이에게 수학 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내신 시험이 모의고사와 다른 방식으로 출제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문제는 그 다름을 알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데 있어요.
두 시험은 경쟁 상대부터 달라요
모의고사는 전국의 같은 학년 학생들과 비교해요. 여러 수준의 학생이 모두 들어가 있는 큰 집단이죠. 반면 내신은 우리 학교에서 같은 과목을 듣는 학생들과 비교해요. 학교에 따라 이 집단의 수준이 꽤 높을 수 있어요. 전국에서는 상위권이지만 우리 학교 안에서는 중간쯤인 경우가 생기는 거예요.
게다가 5등급제에서는 내신 1등급이 상위 10%, 2등급까지 34%예요. 학교 안의 작은 차이가 등급으로 드러나기 쉬운 구조예요. 모의고사 등급과 내신 등급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면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내신은 우리 학교 선생님의 시험이에요
더 큰 차이는 출제 방식이에요. 모의고사는 전국 공통의 출제 기준에 따라 만들어져요.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기출문제를 많이 풀수록 익숙해져요. 내신은 우리 학교 선생님이 직접 내요. 수업 시간에 강조한 내용, 프린트에 나온 문제, 교과서의 특정 예제가 바탕이 돼요.
모의고사형 공부를 주로 하는 학생은 바로 이 부분을 놓쳐요. 학원에서 모의고사 유형을 많이 다루다 보니 학교 수업과 프린트를 가볍게 보게 되는 거죠. 그런데 내신 시험지에는 학교 수업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내용이 꽤 들어가 있어요. 실력이 있어도 그 내용을 놓치면 점수가 깎여요.
서술형과 시간에서 점수가 새요
세 번째 차이는 형식이에요. 많은 학교의 내신 수학에는 서술형이 들어가요. 모의고사는 답만 맞으면 되지만, 서술형은 풀이 과정을 채점해요. 모의고사에서 머릿속으로 빠르게 풀던 학생은 서술형에서 과정을 생략해 감점을 받기 쉬워요.
시험 시간과 문항 구성도 달라요. 내신은 짧은 시간에 여러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에 따라 계산이 꽤 복잡한 문제가 나오기도 해요. 모의고사에서 여유 있게 풀던 학생도 내신에서는 시간에 쫓기는 경험을 해요. 실력은 같은데 형식에 적응하지 못해서 점수가 새는 거예요.
내신 시험 3주 전에는 모드를 바꾸세요
그래서 이런 학생에게 권하는 건 시기별로 공부 모드를 바꾸는 거예요. 평소에는 지금처럼 모의고사형 공부를 해도 괜찮아요. 그 실력은 수능에도 그대로 쓰이니까요. 그런데 내신 시험 3주 전부터는 완전히 학교 모드로 바꿔야 해요.
학교 모드에서는 교과서, 수업 노트, 프린트, 부교재가 중심이에요. 특히 프린트와 교과서 예제는 해설 없이 두 번 이상 풀어 보세요. 서술형 대비로 풀이를 끝까지 써 보는 연습도 꼭 넣고요. 학교 기출문제가 있다면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춰 풀어 보면서 시간 감각도 맞춰 두세요. 이 3주 동안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는 잠시 줄여도 돼요.
모드를 바꿀 때 가장 어려운 건 마음이에요. 모의고사를 잘 보는 학생일수록 학교 프린트의 기본 문제를 시시하게 느껴요. 이미 아는 내용 같으니까 대충 넘기게 되죠. 그런데 내신에서 점수가 새는 곳은 대개 바로 그 시시해 보이는 문제들이에요. 숫자 하나, 조건 하나가 바뀐 문제에서 실수하거나, 서술형에서 과정 한 줄을 빠뜨려서요. 기본 문제를 서술형처럼 끝까지 써 보는 연습이 이 학생들에게 특히 효과가 커요.
내신 성적이 대입에서 갖는 무게도 생각해 주세요
모의고사가 잘 나오니 정시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어요. 그런데 학생부 위주 전형은 물론이고, 정시에서도 일부 대학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함께 보는 흐름이 있어요. 지원하려는 대학의 모집요강에서 정시에 교과 성적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해 두세요. 어느 쪽이든 내신을 완전히 내려놓는 건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는 일이 될 수 있어요.
다행히 모의고사 2등급의 실력이 있다는 건 내신을 올릴 바탕이 이미 있다는 뜻이에요. 부족한 건 실력이 아니라 학교 시험에 맞춘 준비예요.
이번 시험이 끝났다면 내신 시험지를 꺼내서 틀린 문제를 하나씩 보며 "모의고사였다면 맞혔을 문제인가?"를 물어보세요. 그렇다고 답한 문제들이 바로 다음 내신에서 되찾을 점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