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특강 다 풀고 나서 손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능특강 수학을 다 풀었다는 학생의 교재를 펼쳐 보면, 대개 빨간 동그라미가 가득해요. 틀린 문제에는 별표가 하나둘 붙어 있고, 해설지에는 몇 군데 밑줄이 있어요. 성실하게 공부한 흔적이죠. 그런데 그 학생에게 "이 단원에서 제일 쓸모 있었던 아이디어가 뭐였어?" 하고 물으면 잠깐 말이 끊겨요.
맞힌 문제는 그냥 지나가고, 틀린 문제는 해설을 읽고 지나가요. 교재 한 권을 다 풀었는데 손에 남은 건 채점 결과뿐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맞힌 문제에도 배울 게 남아 있어요
학생들은 보통 틀린 문제만 다시 봐요. 시간이 부족하니 당연한 선택 같지만, 수능특강 같은 교재에서는 맞힌 문제에서도 건질 게 많아요. 특히 맞히긴 했는데 오래 걸린 문제, 감으로 찍었는데 맞은 문제, 해설을 보니 내 풀이보다 훨씬 짧은 길이 있었던 문제가 그래요.
이런 문제는 채점표에서 동그라미로 표시돼서 그냥 묻혀요. 하지만 시험장에서 같은 상황이 오면 또 오래 걸리거나 또 찍게 돼요. 맞힌 문제 중에서도 다시 볼 문제를 고르는 기준을 따로 두는 게 좋아요. 시간을 재고 풀었다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걸린 문제에 작은 세모 표시를 해 두세요.
발상은 한 문장으로 남겨야 쓸 수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발상은 풀이를 출발하게 만든 생각이에요. 길게 쓸 필요 없어요. 오히려 짧을수록 좋아요. "정적분으로 정의된 함수는 미분해서 원래 함수를 꺼낸다", "조건이 대칭이면 대칭축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수열 문제에서 처음 몇 항을 직접 써 본다" 같은 문장이요.
해설지를 그대로 베껴 쓰는 건 발상 정리가 아니에요. 해설은 문제 하나에만 맞게 쓰여 있어서, 다른 문제에 옮겨 쓰기 어렵거든요. 발상 문장은 다른 문제에도 들고 갈 수 있게 일반적인 말로 바꿔 적어야 해요. 그 바꾸는 과정에서 머리가 한 번 더 일을 하고, 그게 실력이 돼요.
발상을 적다 보면 처음엔 어떤 말로 써야 할지 막막할 수 있어요. 그럴 땐 친구에게 이 문제 푸는 요령을 한마디로 알려 준다면 뭐라고 할지 떠올려 보세요. 그 한마디가 바로 발상 문장이에요. 해설지에 쓰인 어려운 표현보다 내가 평소에 쓰는 말이 시험장에서 훨씬 빨리 떠올라요.
노트 한 권에 모으면 단원끼리 이어져요
발상 문장은 교재 여백에 흩어 놓지 말고 작은 노트 한 권에 모으는 게 좋아요. 단원별로 몇 쪽씩 비워 두고, 문제를 풀 때마다 새 발상이 나오면 해당 쪽에 한 줄씩 쌓아요. 같은 발상이 또 나오면 옆에 바를 정 자로 표시만 하고요.
이렇게 몇 주만 모아도 신기한 일이 생겨요. 서로 다른 단원에서 비슷한 발상이 반복되는 게 보이거든요. 함수 단원에서 쓴 "그래프를 그려서 교점 개수를 센다"가 수열이나 적분 문제에서도 등장해요. 이걸 알아차리면 수학이 단원별로 따로 노는 과목이 아니라 몇 가지 생각을 돌려 쓰는 과목이라는 감각이 생겨요. 이 감각이 생긴 학생은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도 덜 당황해요.
노트가 어느 정도 쌓이면 가끔 한 단원 쪽을 펴 놓고 발상 문장만 보면서 어떤 문제였는지 떠올려 보세요. 문제가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문장을 쓸 수 있는 다른 문제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길이 한 번 더 다져져요.
수능 직전에는 이 노트만 보면 돼요
수능 일주일 전쯤 되면 교재를 다시 펼칠 시간도, 여유도 없어요. 그때 발상 노트가 진가를 발휘해요. 교재 몇 권 분량의 생각이 몇 쪽 안에 압축되어 있으니까요. 시험 전날 밤 이 노트를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 서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 거예요.
그리고 EBS 연계 문제가 나왔을 때도 이 노트가 힘이 돼요. 연계는 문제를 그대로 내는 게 아니라 비슷한 아이디어를 다른 모양으로 내는 경우가 많아서, 답보다 발상을 기억한 학생이 훨씬 빨리 알아봐요.
시험장에서 처음 보는 문제를 만났을 때도, 머릿속에서 이 노트를 넘겨 보며 비슷한 발상을 찾는 습관이 생겨요. 그게 발상 노트의 진짜 쓸모예요.
오늘 푼 문제 중 하나만 골라 보세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어요. 오늘 풀었던 수능특강 문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를 골라, 그 풀이를 출발하게 만든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해설 말투 말고 내 말투로요. 노트 첫 줄이 채워지면 둘째 줄은 훨씬 쉽게 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