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실모를 하루 세 개 푼대요, 저는 하나인데
수능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 볼게요. "옆 반 누구는 하루에 실모를 세 개씩 푼대요. 저는 하나 풀고 채점하면 끝인데, 이래도 되나 싶어요." 목소리에 초조함이 잔뜩 묻어 있죠.
실전 모의고사, 줄여서 실모는 이 시기 고3에게 가장 눈에 보이는 공부예요. 몇 회를 풀었는지 셀 수 있으니 하루를 잘 보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하루에 몇 회를 푸느냐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게 있어요. 한 회를 풀고 나서 무엇을 하느냐예요.
한 회를 푸는 데 걸리는 진짜 시간
수학 시험 시간은 100분이에요. 실모 한 회를 제대로 풀면 그것만으로 한 시간 반이 넘게 지나가요. 그다음 채점하고, 틀린 문제 해설을 읽고, 다시 풀어 보고, 왜 틀렸는지 적는 데까지 하면 적어도 한 시간은 더 필요해요. 어려운 회차라면 두 시간도 금방이고요.
그러니 실모 한 회는 사실 세 시간 가까운 공부예요. 하루 세 회를 푼다는 건 아홉 시간을 실모에만 쓴다는 뜻인데, 그렇게 하면서 다른 과목까지 챙기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하루 세 회를 푼다는 학생들은 대개 채점까지만 하고 다음 회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풀기만 하고 다시 보지 않은 실모는 점수 확인용 시험으로 끝나요.
하루 한 회가 기본, 나머지는 다시 보기에
수능 한 달 전이라면 하루 한 회 정도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에요. 다른 과목 공부와 학교 일정까지 생각하면 이 정도가 꾸준히 지킬 수 있는 양이에요. 하루 한 회도 버겁다면 이틀에 한 회도 괜찮아요. 대신 푼 날과 다시 보는 날을 짝지어 두는 거예요.
중요한 건 푸는 시간과 다시 보는 시간의 비율이에요. 풀이에 백 분을 썼다면 다시 보기에도 그에 가까운 시간을 쓰는 게 좋아요. 다시 볼 때는 틀린 문제는 물론이고 맞혔지만 자신 없던 문제, 시간이 오래 걸린 문제까지 챙겨야 해요. 이 과정에서 비로소 실모가 실력으로 바뀌어요.
회차마다 연습할 것을 하나씩 정해 보세요
실모를 그냥 풀지 말고, 매 회차에 연습할 목표를 하나씩 정해 두면 훨씬 많이 남아요. 어떤 날은 앞쪽 문제를 정해 둔 시간 안에 끝내는 연습, 어떤 날은 막히는 문제를 과감하게 넘기는 연습, 또 어떤 날은 마지막 십 분에 검산할 시간을 남기는 연습. 이렇게 목표가 있으면 점수가 조금 덜 나와도 그날 실모의 의미가 분명해져요.
그리고 점수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해요. 실모는 만드는 곳마다 난도가 들쑥날쑥해요. 어떤 회차는 수능보다 훨씬 어렵게 나오기도 해요. 그런 날 점수가 떨어졌다고 실력이 떨어진 건 아니에요. 점수보다는 내가 정한 목표를 지켰는지를 먼저 보세요.
다시 보기를 할 때는 채점 결과보다 시간 기록을 먼저 보세요. 앞쪽 문항에서 계획보다 시간을 많이 썼다면 그날 뒤쪽 문항이 무너진 이유가 거기 있을 수 있어요. 문제마다 걸린 시간을 대략이라도 적어 두면, 다음 회차에서 어디를 더 빨리 넘어가야 할지가 구체적으로 보여요.
수능이 다가올수록 조금씩 줄이세요
수능 일주일 전쯤부터는 오히려 새 실모를 줄이는 게 좋아요. 이 시기에 낯선 고난도 실모를 풀다가 크게 무너지면 자신감만 잃기 쉬워요. 대신 이미 푼 실모 중 틀린 문제를 다시 보고, 평가원 기출과 올해 모의평가 시험지를 한 번 더 훑으면서 감각을 유지하는 편이 나아요.
몸의 리듬도 이때 맞춰야 해요. 수능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오전에 국어, 그다음 수학을 푸는 흐름을 며칠 연습해 보면, 시험 날 몸이 낯설어하지 않아요.
실모 출처도 섞어 보는 게 좋아요. 한 곳에서 만든 실모만 계속 풀면 그 출제자의 문제 스타일에 익숙해져서 점수가 실제보다 높게 나오기도 해요. 여러 곳의 실모를 번갈아 풀면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버티는 힘이 길러져요.
셀 수 있는 것보다 남는 것을 세어 보세요
실모 개수는 남에게 말하기 쉬운 숫자예요. 그래서 자꾸 비교하게 되고요. 하지만 수능 날 시험지 앞에서 도움이 되는 건 몇 회를 풀었는지가 아니라, 그 회차들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예요.
오늘 실모를 하나 풀었다면, 채점이 끝난 뒤 그 시험지에서 배운 것 하나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그 문장이 쌓인 노트가 한 달 뒤 시험장에 가져갈 가장 든든한 실모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