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을 바꾸기 전에 모집요강 한 줄부터 읽어 봐요
수능 원서를 낼 때 수학 선택과목 칸에 확률과 통계를 체크하고, 한동안 마음이 가벼웠다고 해 볼게요. 그런데 수시 원서를 정리하다가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묻는 거예요. "이 학과 정시는 미적분이나 기하에 가산점 있던데, 알고 있었니?"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죠.
이런 일이 생각보다 드물지 않아요. 선택과목을 바꿀지 고민할 때 학생들은 대개 자기 점수부터 봐요. 미적분 점수가 안 나오니까, 확통이 더 쉬워 보이니까. 그런데 순서가 바뀌었어요. 내가 갈 대학이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먼저예요.
지정이 사라졌다고 조건이 없는 건 아니에요
최근 몇 년 동안 자연계 학과에서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한 지정 조건을 없앤 대학이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이제 확통으로 공대 가도 된다"는 말이 퍼졌죠. 반은 맞는 말이에요.
지정이 없어진 대신 다른 장치를 둔 대학들이 있어요. 미적분이나 기하를 고른 학생의 수학 점수에 일정 비율의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 대표적이에요. 지원 자체는 확통으로도 가능하지만, 같은 원점수를 받았을 때 점수 계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죠. 지정이 남아 있는 대학이나 학과도 아직 있고요.
모집요강에서 봐야 할 곳은 세 군데예요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모집요강 파일이 있어요. 분량이 많아 보이지만, 선택과목과 관련해서 볼 곳은 크게 세 군데예요.
먼저 정시 모집 부분에서 수능 반영 방법을 찾아보세요. 계열이나 학과별로 수학 선택과목 지정이 있는지, 가산점이 있다면 몇 퍼센트인지가 보통 표로 정리되어 있어요. 다음은 수시 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부분이에요. 여기서 수학 선택과목 조건을 따로 걸어 둔 경우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학과 안내나 전공 연계 권장과목 자료예요. 수능 조건은 아니어도, 고등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를 서류 평가에서 살피는 대학이 많아요.
올해 모집요강으로 확인해야 해요
이런 조건은 해마다 바뀔 수 있어요. 작년에 가산점이 있던 대학이 올해 없앴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어요. 선배가 알려 준 정보나 몇 년 전 글에 의존하면 엉뚱한 판단을 하게 돼요.
그래서 꼭 내가 치를 학년도의 모집요강을 확인해야 해요. 수시 모집요강과 정시 모집요강이 따로 나오는 대학도 있으니, 둘 다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대학어디가 같은 공식 사이트에서 대학별 전형 정보를 모아 볼 수도 있어요. 헷갈리는 부분은 대학 입학처에 직접 전화로 물어봐도 친절하게 답해 줘요.
가산점이 있다면 그 크기도 함께 적어 두세요. 수학 점수에 몇 퍼센트를 더해 주는지에 따라 실제로 벌어지는 점수 차이가 크게 달라요. 가산점이 작다면 확통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고, 크다면 미적분을 지키는 쪽이 나을 수도 있어요. 이 계산은 혼자 하기보다 담임 선생님이나 진학 담당 선생님과 함께하는 게 정확해요.
지원 대학 목록을 먼저 만들어 보세요
조건 확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대개 지원할 대학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예요. 막연히 "자연계 상위권 대학"이라고만 생각하면 확인할 곳이 너무 많아져요. 지금 성적으로 현실적인 지원 대학을 대여섯 곳 정도 추려 보세요. 수시로 쓸 곳과 정시로 노릴 곳을 함께 적어 두면 더 좋고요.
그다음 대학별로 수학 선택과목 조건을 한 줄씩 적어 보는 거예요. 지정 있음, 가산점 있음, 조건 없음.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면 결정이 의외로 간단해질 때가 많아요. 목록의 대부분이 미적분에 유리한 조건이라면 바꾸지 않는 쪽이, 대부분 조건이 없다면 바꿔도 되는 쪽이 보이니까요.
목록을 만들다 보면 수시와 정시의 조건이 다르게 적혀 있는 대학도 보일 거예요. 그럴 땐 두 칸으로 나눠 적어 두세요. 수시 최저 기준을 맞추는 게 목표인지, 정시 점수 경쟁이 목표인지에 따라 선택과목의 무게가 달라지니까요.
조건을 확인한 다음에 점수를 따져 보세요
대학 조건을 확인했다면 그때 비로소 내 점수 이야기를 할 차례예요. 조건이 없는 대학 위주라면 확통이 더 나은 점수를 낼 수 있는지, 가산점이 있다면 그 가산점을 받고도 미적분으로 버티는 게 나은지 담임 선생님과 함께 계산해 보세요.
오늘은 마음에 둔 대학 한 곳의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가 모집요강에서 수학 선택과목 관련 문장을 찾아보세요. 그 한 문장을 직접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남의 말에 흔들리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