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함수는 구했는데 펜이 멈추는 순간, 개형 그리기
미분 계산은 빠른데 그래프 문제만 나오면 멈칫하는 학생이 있어요. 도함수를 구하고, 도함수가 0이 되는 x값까지 찾아 놓고는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펜 끝으로 종이만 톡톡 두드리죠. 계산은 다 맞았는데 그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이 상태가 생각보다 흔해요. 미분을 공식으로만 배우면 생기는 일이에요. 도함수를 구하는 건 손이 하는 일이고, 그걸 그래프로 옮기는 건 눈이 하는 일인데, 둘 사이를 잇는 연습을 따로 해 본 적이 없는 거죠.
도함수는 그래프의 언덕과 골짜기를 알려 줘요
함수의 그래프를 산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서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를 알려 주는 게 도함수예요. 도함수가 양수면 오르막, 음수면 내리막이에요. 그리고 도함수가 0이 되는 곳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바뀌는 곳, 즉 언덕 꼭대기나 골짜기 바닥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곳이에요.
이 그림이 머리에 있으면 도함수가 0이 되는 x값을 찾은 뒤에 할 일이 분명해져요. 그 점들 사이사이에서 도함수의 부호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부호가 양에서 음으로 바뀌면 언덕 꼭대기, 음에서 양으로 바뀌면 골짜기 바닥이에요.
부호표는 그래프의 설계도예요
많은 학생이 증감표를 귀찮아해요. 그런데 증감표는 그래프를 그리기 위한 설계도예요. x축 위에 도함수가 0이 되는 점들을 찍고, 그 사이 구간마다 도함수의 부호를 적고, 그 아래에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화살표를 그려 넣는 거예요.
처음엔 표를 꼬박꼬박 그리면서 연습하세요. 몇 주 지나면 표를 머릿속으로만 그려도 되는 순간이 와요. 특히 도함수가 이차함수라면 그 이차함수의 그래프를 대충 떠올리기만 해도 부호가 바로 보여요. 위로 볼록한지 아래로 볼록한지, x축과 어디서 만나는지만 알면 되거든요. 미분해서 나온 식의 그래프를 먼저 그려 보는 게 원래 함수 그래프를 그리는 지름길이에요.
끝과 끝, 그리고 몇 개의 점
증감표만으로는 그래프의 모양만 알 수 있고 위치는 몰라요. 그래서 몇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해요. 극대와 극소가 되는 점의 실제 함숫값, 그래프가 y축과 만나는 점, 그리고 x가 아주 커지거나 아주 작아질 때 그래프가 어디로 향하는지예요.
다항함수라면 최고차항의 계수와 차수만 보고도 양 끝의 방향을 알 수 있어요. 삼차함수에서 최고차항 계수가 양수면 왼쪽 아래에서 시작해 오른쪽 위로 끝나요. 이렇게 양 끝 방향과 언덕, 골짜기의 위치만 찍어도 그래프의 큰 모양이 나와요. 정확한 곡선을 그릴 필요는 없어요.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건 대략의 개형이에요.
하루에 다섯 개씩 손으로 그려 보세요
개형 그리기는 머리로 이해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손에 붙어야 해요. 하루에 함수 다섯 개 정도를 골라 개형을 그려 보는 연습을 권해요. 문제집에 나온 함수도 좋고, 스스로 만든 함수도 좋아요. 계수를 하나씩 바꿔 가며 그래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것도 아주 좋은 연습이에요.
그린 다음에는 그래프 그리는 앱이나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보세요. 내가 그린 개형과 실제 그래프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디서 틀렸는지 바로 보여요. 이렇게 맞춰 보기를 몇 주 반복하면 식만 보고도 그래프의 모양이 떠오르기 시작해요.
연습할 때는 이차함수에서 시작해 삼차함수, 사차함수 순서로 넘어가는 게 좋아요. 차수가 올라갈수록 언덕과 골짜기가 늘어나는데, 그 개수가 도함수의 실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직접 그려 보면서 확인하면 규칙이 몸에 붙어요.
그래프가 보이면 문제가 달라 보여요
수능이나 내신의 미분 문제 상당수는 결국 그래프를 그려야 풀려요. 방정식의 실근 개수를 묻는 문제, 부등식이 항상 성립하는 조건을 묻는 문제, 최댓값과 최솟값을 묻는 문제. 모두 그래프를 그리고 나면 답이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계산으로만 밀어붙이려던 문제가 그림 한 장으로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하면, 개형 그리기가 귀찮은 일이 아니라 시간을 아껴 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돼요.
오늘 푸는 미분 문제 중에 그래프를 그리라는 말이 없는 문제 하나를 골라, 그래도 개형을 한번 그려 보세요. 그림을 그려 놓고 다시 문제를 읽으면, 아까는 안 보이던 길이 보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