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도 과탐Ⅱ 안 해도 된다던데 정말 그럴까요
"서울대도 이제 과탐Ⅱ 안 해도 된다면서요? 그럼 우리 애는 굳이 어려운 거 안 시켜도 되겠네요." 학부모 상담에서 이 말을 들으면 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멈춰요. 반은 맞고 반은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하는 이야기거든요.
서울대 정시 자연계열은 예전에 과학탐구에서 Ⅱ 과목을 반드시 하나 이상 응시해야 지원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이 조건이 사라져서, 지금은 Ⅰ 과목 두 개로도 지원할 수 있어요. 흔히 말하는 Ⅰ+Ⅰ 허용이에요. 문은 열렸어요. 그런데 그 문 안쪽의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어요.
문은 열렸지만 가산점은 남았어요
Ⅰ+Ⅰ로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서울대는 대신 Ⅱ 과목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택했어요. 가산점의 크기와 적용 방식은 학년도마다 바뀔 수 있으니, 지원하는 해의 서울대 정시 모집요강에서 꼭 다시 확인하세요.
가산점이 얼마나 큰지는 상황마다 달라요. 최상위권에서는 몇 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기도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점수예요. 반대로 Ⅱ 과목을 선택했다가 Ⅰ 과목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가산점을 받고도 손해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가산점만 보고 Ⅱ를 고르는 것도, 가산점을 무시하고 Ⅰ+Ⅰ을 고르는 것도 둘 다 성급한 판단이에요.
정시만이 아니라 수시도 함께 보세요
서울대가 과학 과목에 대해 보는 건 수능 응시 과목만이 아니에요. 서울대는 학과마다 고교에서 들어 두면 좋은 과목을 따로 정리해 공개해요. 고등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를 수시 서류평가에서 보고, 정시에서도 교과역량평가로 반영해요. 이건 수능에서 Ⅰ+Ⅰ을 선택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수능에서 Ⅱ 과목을 응시하지 않더라도, 고등학교에서 해당 모집단위가 권장하는 과목을 들었는지는 여전히 중요해요. 새 교육과정에 맞춰 과목 이름과 권장 기준이 정리되어 있어요. 이 권장과목은 지원 자격과는 무관하지만 평가에 반영돼요. 부모님이 Ⅰ+Ⅰ 허용 소식만 듣고 "과학은 적당히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시면, 이 부분을 놓치기 쉬워요.
Ⅰ+Ⅰ 허용이 가장 반가운 학생
Ⅰ+Ⅰ 허용으로 가장 큰 도움을 받는 건 고3이 되어 정시를 준비하면서 Ⅱ 과목을 공부할 여유가 없는 학생이에요. 예전에는 서울대 정시를 쓰려면 Ⅱ 과목을 따로 준비해야 해서 부담이 컸어요. 지금은 Ⅰ 과목 두 개에 집중해 점수를 높이는 전략도 가능해졌어요.
그리고 다른 대학과 함께 지원을 고민하는 학생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어요. 여러 대학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서울대 때문에 Ⅱ 과목을 따로 공부할 필요가 줄었으니까요.
Ⅱ 과목을 여전히 고민해 볼 학생
반대로 고등학교에서 이미 해당 과목의 심화 과정을 충실히 이수했고, 그 과목에 자신 있는 학생이라면 Ⅱ 응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해요. 가산점을 받을 수 있고, 내가 이미 공부한 내용을 그대로 수능에서 쓸 수 있으니까요. 다만 Ⅱ 과목은 응시 인원이 적어서 점수 분포가 해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해요.
어느 쪽이든 판단의 기준은 우리 아이의 실제 성적이에요. 모의고사에서 Ⅰ 과목과 Ⅱ 과목의 점수를 나란히 놓고, 가산점을 더했을 때 어느 쪽이 나은지 담임 선생님과 함께 따져 보세요.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결정은 고3 여름쯤에 내려도 늦지 않아요. 고2 때부터 Ⅱ 응시를 확정해 두기보다, 학교 수업으로 해당 과목의 심화 내용을 충실히 이수해 두고 모의고사 결과를 몇 번 지켜본 뒤 정하는 편이 안전해요. 그동안 쌓은 이수 기록은 수능 선택과 상관없이 수시와 정시 교과평가에서 그대로 쓰이니, 어느 쪽으로 가든 헛수고가 되지 않아요.
소식 한 줄보다 모집요강 한 장
"Ⅰ+Ⅰ 허용"이라는 소식은 짧지만, 그 뒤에 붙은 가산점과 권장과목 이야기는 길어요. 이번 주말에 서울대 입학본부 홈페이지에서 아이가 관심 있는 모집단위의 권장과목 안내를 함께 찾아보세요. 원문 한 장을 같이 읽는 것만으로도 집 안의 대화가 소문에서 계획으로 바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