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과학 코너 앞에서 교과서를 먼저 펴 보세요
서점의 고등 과학 코너 앞에서 중학생 아이와 부모님이 한참을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봐요. 통합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개념서, 유형서, 기출 문제집이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거든요. 그러다 결국 묻죠. "이 중에 뭘 사야 해요?" 그런데 이 질문 앞에 먼저 해야 할 질문이 있어요. 교과서는 몇 번 읽어 봤나요?
통합과학을 미리 준비하려는 중학생에게 교과서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책이에요. 오히려 교과서 한 권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아는 아이가 문제집 세 권을 산 아이보다 고1을 편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 시험은 교과서에서 출발해요
고등학교 내신 시험은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와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돼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함께 읽고, 탐구 활동을 하고, 그 내용으로 시험 문제를 만들어요. 그러니 교과서의 문장, 그림, 탐구 활동은 시험 문제의 원재료라고 봐도 돼요.
문제집은 이 원재료를 가공해서 문제 형태로 만들어 둔 책이에요. 가공품도 쓸모가 있지만 원재료를 모르는 상태에서 가공품만 보면 왜 이 문제가 이렇게 생겼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처음 공부할 때는 교과서로 원재료를 먼저 익히는 게 순서예요.
교과서는 본문만 읽는 책이 아니에요
교과서를 읽는다고 하면 대부분 본문 글만 쭉 읽어요. 그런데 교과서에서 정말 중요한 정보는 본문 옆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림 아래 작은 설명, 탐구 활동의 과정과 결과, 단원 끝의 정리 문제, 날개 부분에 적힌 용어 풀이 같은 것들이요. 시험 문제는 이런 곳에서 의외로 자주 나와요.
그래서 교과서를 볼 때는 한 쪽을 펼치면 본문, 그림, 그림 설명, 탐구 활동, 날개 순서로 하나씩 다 읽어 보세요. 그림을 보면서 이 그림이 무엇을 보여 주려고 여기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아요. 탐구 활동은 실제로 하지 않더라도 과정과 결과를 읽고, 이 실험에서 무엇을 알아내려 했는지 한 줄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실험 문제를 풀 때 큰 도움이 돼요.
같은 교과서를 세 번, 다르게 읽어요
교과서 한 권을 제대로 쓰려면 같은 책을 여러 번, 매번 다른 목적으로 읽는 게 좋아요. 첫 번째는 이야기책 읽듯이 쭉 읽으면서 이 단원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큰 흐름을 잡아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일단 넘어가요.
두 번째는 천천히 읽으면서 새로 나온 용어와 중요한 문장에 표시하고, 각 용어를 내 말로 설명해 봐요. 세 번째는 교과서를 덮고 단원 제목만 보면서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려 말해 보는 거예요. 막히는 곳이 있으면 그 부분만 다시 펴서 확인하고요. 세 번째 읽기까지 마치면 교과서 내용이 꽤 단단하게 머리에 남아요.
문제집은 언제 필요해질까요
그럼 문제집은 필요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교과서로 개념을 익혔다면, 그 개념이 문제로 어떻게 나오는지 경험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이때 문제집이 쓸모 있어요. 다만 중학생 단계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기본 문제를 풀면서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해요.
고를 때는 개념 설명이 친절하고 기본 문제 위주인 얇은 책 한 권이면 돼요. 여러 권을 동시에 시작하면 어느 것도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권을 골라 끝까지 풀고, 틀린 문제는 교과서의 어느 부분과 이어지는지 찾아보는 거예요. 문제집이 교과서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는 지도가 되도록 쓰는 거죠.
한 가지 덧붙이면, 문제를 풀다가 틀렸을 때 해설만 읽고 넘어가지 마세요. 해설은 답을 알려 주지만, 그 답이 교과서의 어떤 문장에서 나왔는지는 알려 주지 않아요. 교과서에서 근거 문장을 찾아 밑줄을 그어 두면, 다음에 교과서를 다시 읽을 때 그 밑줄이 시험에 나오는 곳을 알려 주는 표시가 돼요.
교과서 한 권, 가볍게 보지 마세요
학원 교재나 유명 문제집에 비해 교과서는 너무 쉬워 보여서 가볍게 넘기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내신을 잘 받는 아이들에게 공부법을 물어보면 교과서를 여러 번 읽었다는 답이 정말 자주 나와요. 쉬워 보이는 책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고, 그걸 해낸 아이가 결국 단단해져요.
통합과학 교과서는 출판사마다 여러 종류가 있으니, 가능하면 진학할 고등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를 확인해 보세요. 오늘은 그 교과서 첫 단원의 그림 하나를 골라 그림 설명까지 읽어 보세요. 이 그림이 왜 여기 있는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면, 교과서를 제대로 읽는 법을 이미 시작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