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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전략

RPM을 끝낸 뒤, 틀리는 문제의 모양을 먼저 보세요

EDU HIGH 운영자 · 2025.07.15

"RPM 끝냈는데 이제 뭐 풀어요?" 고1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교무실 앞에서 이 질문을 들고 오는 학생이 꽤 많아요. 표정은 뿌듯하면서도 불안해요. 한 권을 끝냈다는 성취감은 있는데, 시험 점수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거든요. 다음 책만 잘 고르면 점수가 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런데 유형서 다음 책을 고르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RPM을 정말로 끝냈는지, 그리고 끝낸 뒤 내 실력이 어디쯤 와 있는지요. 이 두 가지에 따라 다음 책은 완전히 달라져요.

회색 바닥에 흩어진 형광펜들

끝냈다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RPM 같은 유형서를 끝냈다고 할 때, 어떤 아이는 마지막 쪽까지 한 번 풀어 봤다는 뜻이고 어떤 아이는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서 다 맞힐 수 있게 됐다는 뜻이에요. 둘은 겉으로는 같아 보여도 실력으로는 꽤 차이가 나요.

책을 펴서 틀린 문제 표시를 한번 보세요. 표시가 많은데 다시 풀어 본 흔적이 없다면, 아직 이 책은 끝나지 않은 거예요. 이 상태에서 다음 책으로 넘어가면 같은 유형을 또 틀리게 돼요. 유형서의 진짜 가치는 여러 유형을 한 번 훑어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틀린 유형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요. 틀린 문제만 모아서 한 번 더 푸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해요. 이걸 하고 나서 다음 책을 고르세요.

내가 틀리는 문제의 모양을 보세요

RPM을 제대로 끝냈다면 이제 내가 어떤 문제에서 틀리는지 살펴볼 차례예요. 대략 세 갈래로 나뉘어요. 기본 유형은 거의 다 맞는데 조금 꼬인 문제에서 틀리는 경우, 문제 자체는 풀 수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그리고 여전히 기본 유형에서도 실수가 잦은 경우예요.

꼬인 문제에서 틀린다면 유형서보다 한 단계 높은 문제집이 필요해요. 여러 개념을 엮은 문제, 조건이 여러 개 붙은 문제를 다루는 책이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새 책보다 이미 푼 문제를 시간을 재며 다시 풀어 보는 게 먼저예요. 기본 유형에서도 실수가 잦다면 다음 단계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수준의 다른 유형서를 하나 더 풀거나, 개념서로 돌아가 약한 단원을 다시 보는 게 맞아요.

다음 단계는 준심화 문제집이에요

유형서를 단단히 끝낸 학생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곳은 흔히 준심화라고 부르는 단계예요. 유형서보다 문제 수는 적지만 한 문제에 여러 개념이 섞여 있고, 처음 보는 상황에서 어떤 개념을 꺼낼지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요. 서점에서는 유형서 옆에 난이도 중상이나 상으로 표시된 책들이 이 단계에 해당해요.

이 단계 책을 고를 때는 첫 단원 문제 몇 개를 서점에서 직접 풀어 보세요. 열 문제 중 대여섯 개는 풀리고 나머지는 고민해야 하는 수준이면 딱 맞아요. 거의 다 풀리면 너무 쉬운 거고, 거의 손을 못 대면 아직 이른 거예요. 남들이 다 푼다는 책이라도 지금 내 수준에 맞지 않으면 시간만 쓰고 남는 게 없어요.

펜으로 공책에 글을 쓰는 여성

준심화 책을 풀 때는 한 문제에 오래 붙잡혀 있어도 괜찮아요. 유형서는 빠르게 많이 푸는 책이지만, 이 단계 책은 한 문제를 두고 어떤 개념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공부예요. 다만 십오 분 넘게 아무 실마리도 안 보이면 해설의 첫 줄만 보고 다시 혼자 풀어 보세요. 해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버리면 고민한 시간이 아깝게 사라져요.

푼 뒤에는 이 문제가 어떤 개념 두세 개를 엮었는지 문제 옆에 짧게 적어 두세요. 이 메모가 쌓이면 처음 보는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떤 개념을 꺼내야 할지 감이 빨라져요.

학교 기출은 따로 챙겨야 해요

문제집 단계를 올리는 것과 별개로 꼭 챙겨야 할 게 있어요. 우리 학교 기출 문제예요. 고등학교 내신은 학교마다 출제 경향이 꽤 달라요. 어떤 학교는 교과서 예제를 살짝 바꾼 문제가 많고, 어떤 학교는 서술형 비중이 높고, 어떤 학교는 고난도 문항이 몇 개 꼭 들어가요.

학교 기출은 선배에게 받거나, 학교에서 공개하는 자료를 찾아보면 구할 수 있어요. 시험 3주 전쯤에는 새 문제집보다 기출 문제를 먼저 풀어 보는 게 좋아요. 내가 푼 문제집이 우리 학교 시험과 얼마나 맞는지도 이때 알 수 있고요.

책장보다 틀린 문제 노트가 두꺼워야 해요

문제집을 많이 푼 아이와 성적이 오른 아이는 꼭 같지 않아요. 성적이 오른 아이들의 공통점은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습관이에요. 책장에 다 푼 문제집이 몇 권 꽂혀 있는지보다,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서 맞힌 경험이 얼마나 쌓였는지가 실력을 만들어요.

오늘은 RPM을 펴서 틀린 문제 표시가 남아 있는 곳만 다시 풀어 보세요. 그 문제들이 다 맞으면 그때 서점에 가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