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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전략

앞 서른 쪽만 풀린 문제집이 책장에 쌓였다면

EDU HIGH 운영자 · 2025.05.28

아이 방 책장을 한번 둘러보세요. 앞부분 서른 쪽쯤은 빽빽하게 풀려 있고, 그 뒤로는 새 책처럼 깨끗한 문제집이 몇 권이나 있나요? 많은 집에서 이 질문에 웃음이 먼저 나와요. 한 권, 두 권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 옆에는 이번에 새로 산 문제집이 또 꽂혀 있죠.

문제집이 끝까지 가지 못하는 건 대개 아이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가기 어렵게 시작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새 문제집을 사기 전에, 지금 있는 한 권을 끝까지 가게 만드는 방법을 먼저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쌓아 둔 파란 공책 더미

왜 앞부분만 풀리고 멈출까요

문제집이 멈추는 지점을 보면 대부분 비슷해요. 처음 몇 단원은 의욕이 넘쳐서 하루에 몇 쪽씩 풀어요. 그러다 어려운 단원을 만나 진도가 느려지고, 틀린 문제가 쌓이고, 학교 시험이 다가와서 다른 공부를 하느라 잠깐 덮어 둬요.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다시 펴기가 어색해져요. 이미 지난 진도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때 많은 집에서 새 문제집을 사요. 새 책이 주는 상쾌함 덕분에 다시 의욕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새 책도 비슷한 지점에서 또 멈춰요. 이 순환이 반복되면 아이는 문제집을 끝까지 풀어 본 경험 없이 학년이 올라가요. 끝까지 가 본 경험은 생각보다 큰 자신감을 주는데, 그걸 놓치게 되는 거예요.

처음부터 끝나는 날짜를 정해요

문제집을 펴는 첫날, 끝나는 날짜를 정해 보세요. 문제집 전체 쪽수를 세고, 하루에 풀 수 있는 양을 아이와 함께 정한 뒤, 달력에 끝나는 날을 표시하는 거예요. 이때 하루 분량은 아이가 정말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양으로 잡아야 해요. 의욕 넘치는 첫날 기준으로 잡으면 며칠 못 가요.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비워 두세요. 밀린 분량을 따라잡는 날이에요.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 행사가 있어서 못 푸는 날은 반드시 생기거든요. 따라잡는 날이 없으면 한 번 밀린 분량이 계속 쌓여서 결국 포기하게 돼요. 여유를 미리 넣어 둔 계획이 끝까지 가요.

틀린 문제는 그날 바로 다시 봐요

문제집이 멈추는 또 하나의 이유는 틀린 문제가 쌓이는 거예요. 틀린 문제를 나중에 한꺼번에 보려고 미뤄 두면, 어느새 그 양이 너무 많아져서 손을 댈 엄두가 안 나요. 그래서 틀린 문제는 그날 바로 해설을 보고, 다음 날 아침에 해설 없이 한 번 더 풀어 보는 게 좋아요.

이 짧은 다시 풀기가 문제집을 끝까지 가게 해 주는 힘이 돼요. 틀린 문제가 쌓이지 않으니 책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다시 풀어서 맞힌 경험이 쌓이니 다음 쪽으로 넘어갈 자신감도 생겨요. 다시 풀어도 틀리는 문제는 표시해 두었다가 주말에 따라잡는 날 한 번 더 보면 돼요.

갈색 탁자 위에 펼친 책

처음 문제집을 고를 때도 끝까지 가기 쉬운 책을 고르는 게 좋아요. 아이 수준보다 지나치게 어려운 책, 지나치게 두꺼운 책은 시작부터 끝을 멀게 만들어요. 서점에서 아이가 첫 몇 쪽을 직접 풀어 보고, 대부분 풀리면서 몇 개쯤 고민되는 수준의 책을 고르면 끝까지 갈 확률이 훨씬 높아져요.

어려운 단원에서는 건너뛰어도 괜찮아요

중간에 너무 어려운 단원을 만나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표시만 해 두고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도 괜찮아요. 어려운 단원 하나 때문에 책 전체가 멈추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모든 단원이 앞 단원을 알아야만 풀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다음 단원은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해요.

건너뛴 단원은 책을 한 번 끝까지 간 뒤에 다시 돌아와서 풀면 돼요. 그때쯤이면 학교 수업에서도 그 내용을 한 번 더 들었을 수 있고, 책 전체를 한 번 끝냈다는 자신감도 붙어 있어서 처음보다 덜 어렵게 느껴져요. 끝까지 가는 게 먼저고, 완벽하게 가는 건 그다음이에요.

부모님은 진도표의 응원단이 되어 주세요

아이가 문제집을 끝까지 가는 데 부모님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매일 진도를 검사하기보다 일주일에 한 번 달력을 함께 보면서 얼마나 왔는지 확인해 주세요. 계획보다 늦었다면 혼내기보다 어떻게 따라잡을지 같이 이야기하고, 계획대로 왔다면 크게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한 권을 끝냈을 때는 꼭 그 순간을 기념해 주세요. 거창할 필요 없어요. 좋아하는 간식 하나, 다 푼 문제집을 같이 넘겨 보며 "이만큼 했네" 하고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끝까지 가 본 경험이 다음 책을 끝까지 가게 만들어요.

오늘은 아이 책장에서 반쯤 풀린 문제집 한 권을 골라, 남은 쪽수를 세어 보세요. 그리고 아이와 함께 그 책이 끝나는 날짜를 달력에 적어 보세요. 새 책을 사는 것보다 이게 먼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