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서 한 권을 세 번 읽되 매번 다르게
사탐 개념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고3이 사흘 만에 책을 덮어요. "처음 읽을 때랑 똑같은 속도로 읽고 있더라고요. 이러다 수능 전에 한 번도 못 끝낼 것 같아요." 이 학생의 문제는 성실함이 아니라 계획이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도 첫 번째처럼 읽으려고 했으니까요.
회독은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공부법이에요. 그런데 잘하는 학생들의 회독을 보면 매번 읽는 방법이 달라요. 첫 번째는 천천히 이해하고, 두 번째는 빠르게 걸러 내고, 세 번째는 거의 훑듯이 확인해요. 같은 책인데 세 번 다 다른 책을 읽는 셈이에요.
첫 번째 회독, 이해하면서 표시하기
첫 번째 읽을 때는 속도를 신경 쓰지 않아요. 한 쪽 한 쪽 이해하면서 넘어가고, 읽다가 막히는 곳에 표시를 해요. 표시는 두 가지면 충분해요. 이해가 안 된 곳에는 물음표, 이해는 했지만 외울 게 많은 곳에는 별표. 단원이 끝나면 그 단원 기출 문제를 몇 개 풀어 보고, 틀린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 표시를 하나 더 해 둬요.
이 단계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들어요. 전체 계획의 절반 가까이를 첫 회독에 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첫 회독을 대충 하면 두 번째, 세 번째가 결코 빨라지지 않아요. 기초 공사를 다시 해야 하거든요.
두 번째 회독, 표시한 곳 위주로 속도 내기
두 번째 읽을 때는 표시가 없는 쪽은 빠르게 넘겨요. 제목과 굵은 글씨만 보고 "이건 안다"고 확인되면 바로 다음으로 가요. 대신 물음표와 별표가 있는 곳에서는 멈춰서 다시 읽어요. 물음표가 해결되면 지우고, 여전히 헷갈리면 그대로 둬요.
두 번째 회독은 첫 회독의 절반 정도 시간이면 끝나는 게 보통이에요. 이게 가능하려면 첫 회독 때 표시를 성실하게 해 뒀어야 해요. 표시 없이 그냥 읽었다면 두 번째 회독도 처음부터 다시 다 읽게 돼요. 처음 그 학생이 사흘 만에 지친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요.
세 번째 회독, 덮고 말하기
세 번째 회독은 읽기보다 확인에 가까워요. 단원 제목만 보고 책을 덮은 채, 그 단원에 무엇이 있었는지 머릿속으로 떠올려 봐요. 말로 해도 좋고, 빈 종이에 써도 좋아요. 그다음 책을 펴서 빠진 게 무엇인지 확인해요. 남아 있는 물음표와 별표는 이때 마지막으로 정리해요.
세 번째 회독은 두 번째보다 더 빨라요. 대신 집중력은 더 필요해요. 책을 덮고 떠올리는 일은 그냥 읽는 것보다 훨씬 머리를 많이 쓰거든요. 이 과정에서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진짜 약점이에요. 그 부분은 작은 메모지에 따로 옮겨 적어 두세요. 수능 전날 밤이나 시험장 쉬는 시간에 펼쳐 볼 마지막 자료가 바로 이 메모지들이에요. 두꺼운 개념서는 시험장에서 다 볼 수 없지만, 세 번 걸러 낸 메모지 몇 장은 십 분이면 훑을 수 있어요. 세 번의 회독이 결국 이 몇 장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계획표는 거꾸로 짜요
회독 계획표는 수능 날에서 거꾸로 짜는 게 좋아요. 수능 직전 마지막 일주일은 실전 모의고사와 오답 정리에 쓰도록 비워 두고, 그 앞으로 세 번째 회독, 두 번째 회독, 첫 번째 회독 기간을 배치해요. 첫 회독에 가장 긴 기간을, 그다음에 짧게, 마지막은 더 짧게.
수능이 코앞이라 첫 회독부터 시작하기엔 빠듯하다고 느끼는 고3도 있을 거예요. 이미 한 번은 공부한 과목이라면 지금부터 하는 회독을 두 번째 회독으로 생각하고 바로 표시 위주로 들어가면 돼요. 과목마다 남은 시간을 기준으로 회독 수를 정하면 되지, 꼭 세 번을 채워야 하는 건 아니에요.
기출과 회독을 따로 떼지 마세요
회독만 하고 문제를 안 풀면 아는 것 같은 기분만 남아요. 회독 한 바퀴가 끝날 때마다 기출 문제를 한 세트씩 풀어 보세요. 틀린 문제는 개념서의 해당 쪽에 작게 표시해 두고요. 그러면 다음 회독 때 그 쪽에서 자연스럽게 멈추게 돼요. 개념서가 점점 나만의 오답 지도가 되는 거예요.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새 책에 손이 가기 쉬워요. 그런데 표시로 빽빽한 한 권과 깨끗한 새 책 두 권을 놓고 보면, 시험장에 들고 가고 싶은 건 앞의 한 권이에요. 오늘 사탐 개념서를 펴서 지금까지 해 둔 표시가 얼마나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그게 이번 회독의 출발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