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험 횟수를 세어 보면 달라지는 마음
고1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이 이런 말을 해요. "1학기 망쳤으니까 이번엔 그냥 편하게 볼래요. 어차피 3년이나 남았잖아요." 3년이라는 말이 주는 착시가 있어요. 꽤 긴 시간처럼 들리죠. 그런데 그 3년 동안 내신 성적을 만드는 지필고사가 몇 번인지 실제로 세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두 번. 수시 원서를 쓸 때까지 반영되는 건 고1 1학기부터 고3 1학기까지 다섯 학기예요. 그러면 열 번이에요. 학교나 과목에 따라 지필고사를 한 번만 보기도 해서 정확한 횟수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어느 쪽이든 두 손으로 셀 수 있는 숫자예요.
열 번 중 한 번은 생각보다 커요
시험이 열 번이라면 한 번의 시험은 대략 전체의 10분의 1쯤 무게를 가져요. 물론 과목별 단위수나 반영 방식에 따라 실제 계산은 더 복잡하지만, 감각적으로는 이 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한 번을 대충 보면 3년 성적의 한 조각이 그대로 비어 버리는 거예요.
게다가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었어요. 1등급이 상위 10%, 2등급까지가 누적 34%로 한 등급의 폭이 예전보다 넓어졌어요. 등급 하나가 넓어진 만큼, 한 번의 시험에서 한 등급이 내려가면 다시 올리는 데에도 꽤 큰 노력이 들어요. 넓은 칸은 들어가기도 쉽지만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거든요.
망친 다음 시험이 가장 중요한 시험이에요
시험을 한 번 망치면 다음 시험을 대하는 마음이 두 갈래로 나뉘어요. 이미 망했으니 포기하자는 쪽, 그리고 만회해야 한다는 쪽. 대학이 학생부를 볼 때 성적의 흐름을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하면, 답은 분명해요. 한 번 떨어진 다음에 올라온 성적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돼요. 떨어진 채로 계속 머문 성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죠.
그러니 망친 시험 바로 다음 시험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시험이에요. 이번 시험을 포기하면 1학기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돼요. 반대로 이번에 올라오면 1학기는 적응 기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시험 하나를 소중하게 다룬다는 것
한 번도 버리지 말라는 말이 모든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으라는 뜻은 아니에요. 시험 하나하나를 준비할 때 계획을 세우고, 끝나면 돌아보는 과정을 빼먹지 말라는 거예요. 시험 4주 전쯤 과목별 범위와 준비 순서를 정리하고, 시험이 끝나면 틀린 문제의 원인을 적어 두는 것. 이 두 가지만 열 번 반복해도 3년 내신은 꽤 단단해져요.
특히 시험이 끝난 뒤의 정리가 다음 시험을 바꿔요. 같은 실수가 두 번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열 번밖에 없는 기회에서 그게 가장 확실한 성적 관리예요.
수행평가도 같은 마음으로 대해 주세요. 지필고사만 세다 보면 수행평가는 덤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과목에 따라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커요. 지필고사가 열 번이라면 수행평가는 그보다 훨씬 자주 있는 작은 시험들이에요. 큰 시험 사이사이에 놓인 이 작은 기회들을 챙기는 학생이 결국 등급 경계에서 한 칸을 지켜 내요.
숫자를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두세요
어떤 학생은 책상 앞에 작은 종이를 붙여 두고 시험이 끝날 때마다 칸을 하나씩 칠해요. 열 칸 중 몇 칸이 칠해졌는지 보면, 남은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가 한눈에 보여요. 고1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지금이라면 이미 두 칸이 칠해진 상태예요. 남은 칸이 여덟 개라는 걸 보면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 종이는 겁을 주려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아직 남은 칸이 훨씬 많다는 걸 보여 주는 장치예요. 1학기를 아쉽게 보냈어도, 여덟 번의 기회가 남아 있어요.
부모님은 횟수보다 과정을 봐 주세요
부모님께도 부탁드리고 싶어요. 시험이 열 번뿐이라는 말이 아이에게 압박으로만 들리지 않도록 해 주세요. "이번 시험이 중요해" 대신 "이번엔 어떤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어?"라고 물어 주시면, 아이는 시험의 무게를 계획의 무게로 받아들여요.
오늘 달력을 펴서 이번 학기 남은 시험 날짜에 동그라미를 쳐 보세요. 그리고 그 날짜에서 4주를 거꾸로 세어, 준비를 시작할 날에도 작은 표시를 하나 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