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새벽까지 단어를 외웠는데 모의고사를 망쳤어요
모의고사 전날 밤, 독서실에서 새벽 두 시까지 영어 단어장을 넘기는 고2 학생이 있어요. 내일 성적이 잘 나와야 한다는 마음에 내신 시험처럼 벼락치기를 하는 거죠. 다음 날 아침, 1교시 국어 시간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지문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요. 결과는 평소보다 낮게 나오고, 아이는 더 초조해집니다.
이 장면에서 뭔가 거꾸로 됐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모의고사는 내신처럼 범위를 외워서 점수를 끌어올리는 시험이 아니에요. 이름 그대로 진짜 시험을 흉내 낸 연습 경기예요. 연습 경기에서 이기려고 몸을 망가뜨리면 본 경기에서 쓸 힘이 남지 않아요.
내신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기회라는 뜻이에요
모의고사 성적은 학교생활기록부에도, 내신에도 남지 않아요. 많은 학생이 이 사실을 듣고 "그럼 대충 봐도 되네"라고 생각해요. 반은 맞는 말이에요. 점수 자체에 매달릴 필요는 없거든요. 그런데 나머지 반은 이렇게 읽어야 해요. 점수가 기록되지 않으니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내신 시험에서는 새로운 풀이 순서를 시도하기가 겁나요. 망치면 그대로 기록되니까요. 하지만 모의고사에서는 국어를 문학부터 풀어 볼지 독서부터 풀어 볼지, 수학 어려운 문제를 몇 분까지 붙잡을지, 영어 듣기 시간에 다른 문제를 읽어 둘지 같은 걸 마음껏 시험해 볼 수 있어요. 이런 실험을 고2 때 충분히 해 둔 학생은 고3이 되면 자기만의 방식이 이미 정해져 있어요.
실험을 할 때는 한 번에 하나만 바꾸는 게 좋아요. 국어 순서도 바꾸고 수학 시간 배분도 바꾸고 영어 듣기 방식도 바꾸면, 점수가 올라도 내려가도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거든요. 이번 시험에서는 국어 순서 하나만, 다음 시험에서는 수학 시간 배분 하나만. 이렇게 천천히 쌓아 가면 1년 뒤에는 꽤 단단한 나만의 시험 방식이 만들어져 있어요.
전날에는 새로운 걸 넣지 말고 몸을 맞추세요
수능 날과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연습부터 해 보세요. 모의고사 전날에는 평소 하던 공부를 가볍게 마무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요. 아침에는 수능 날 먹을 법한 아침밥을 먹고, 시험 시작 전에는 짧은 국어 지문 하나를 읽으며 머리를 깨워요. 이런 루틴을 모의고사 때마다 반복하면 수능 날 아침이 낯설지 않아요.
시험 중에는 점수보다 내 모습을 관찰해 보세요. 어느 교시에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몇 번 문제에서 시간을 많이 썼는지, 마킹은 언제 했는지. 시험지 여백에 문제를 푼 시각을 작게 적어 두면 나중에 돌아볼 때 큰 도움이 돼요.
진짜 공부는 시험이 끝난 다음부터예요
많은 학생이 모의고사를 마치면 채점하고 등급을 확인한 뒤 시험지를 덮어요. 그런데 모의고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의 대부분은 시험 이후에 있어요. 가능하면 당일이나 다음 날, 기억이 생생할 때 다시 풀어 보세요. 해설을 보기 전에 틀린 문제를 시간 제한 없이 다시 풀어 보는 거예요.
이때 다시 풀어서 맞힌 문제와 다시 풀어도 못 푼 문제는 전혀 다른 신호예요. 다시 풀어서 맞혔다면 실력은 있는데 시험장에서 꺼내지 못한 거예요. 시간 관리나 긴장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죠. 다시 풀어도 안 된다면 그 부분 개념이 아직 비어 있는 거예요. 두 경우를 구분해서 적어 두면 다음 한 달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져요.
고2의 모의고사는 수능 시험장을 미리 걷는 일이에요
앞으로 치르는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이 모두 공통 과목으로 치러지고, 탐구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바뀌어요. 선택과목 고민이 줄어든 만큼, 같은 범위를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푸느냐가 더 중요해져요. 결국 시험 운영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는 뜻이고, 그 능력은 모의고사를 몇 번이나 제대로 연습했느냐에 달려 있어요.
1년에 몇 번 없는 모의고사를 그냥 흘려보내면 수능장에서 처음 해 보는 일이 너무 많아져요. 반대로 모의고사마다 하나씩 실험하고 돌아본 학생은 수능 날 "이건 해 본 적 있어"라는 마음으로 시험지를 펼 수 있어요. 그 마음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요.
다음 모의고사에서 시험해 볼 것 하나
다음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이번엔 무엇을 실험해 볼지 하나만 정해 보세요. 수학 어려운 문제는 5분 넘으면 표시하고 넘어가기, 국어는 독서 지문부터 풀어 보기 같은 작은 것이면 충분해요. 점수가 아니라 그 실험의 결과를 확인하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면, 모의고사가 훨씬 덜 무섭게 느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