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실수라던 네 문제, 세 바구니에 나눠 담아 보니
시험이 끝나고 친구에게 몇 개 틀렸냐고 물으면 이런 대답이 자주 돌아와요. "네 개 틀렸는데 다 실수야." 그 말 뒤에는 다음엔 안 틀릴 거라는 안도가 숨어 있어요. 그런데 다음 시험에서도 비슷한 개수를 틀리고, 또 실수였다고 말해요. 실수가 매번 반복된다면, 그건 정말 실수였을까요?
틀린 문제는 모두 같아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종류가 달라요. 크게 세 바구니로 나눌 수 있어요. 몰라서 틀린 문제, 알았는데 실수한 문제, 시간이 부족해서 못 푼 문제. 어느 바구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다음 시험 준비가 완전히 달라져요.
첫 번째 바구니, 몰라서 틀린 문제
해설을 봐도 처음 듣는 이야기 같거나, 왜 그렇게 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이 바구니예요. 개념이 비어 있는 거죠. 이 바구니에 든 문제는 문제를 더 푼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교과서나 개념서로 돌아가서 그 부분을 다시 공부해야 해요.
고1 학생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이 여기예요. 몰라서 틀린 문제인데 해설을 한 번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요. 해설을 따라가면 이해가 되거든요. 그런데 그건 남이 풀어 준 걸 본 거지, 내가 아는 건 아니에요. 개념을 다시 공부한 뒤 비슷한 문제를 해설 없이 풀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바구니에서 꺼낼 수 있어요.
두 번째 바구니, 알았는데 틀린 문제
다시 풀면 바로 맞히는 문제가 이 바구니에 들어가요. 부호를 잘못 썼거나, 문제의 '아닌 것'을 '옳은 것'으로 읽었거나, 답을 옮겨 적다가 틀렸거나. 흔히 실수라고 부르는 것들이에요.
그런데 실수에도 패턴이 있어요. 두세 번의 시험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종류의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부정 표현을 놓치는 학생은 계속 놓치고, 계산 마지막 단계에서 서두르는 학생은 계속 서둘러요. 패턴이 보이면 그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 습관이에요. 습관은 고칠 수 있어요. 문제를 읽을 때 '않은', '아닌'에 동그라미 치기, 마지막 계산은 한 번 더 확인하기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하나 정해서 연습하면 돼요.
세 번째 바구니, 시간이 모자랐던 문제
시험지 뒷부분이 비어 있거나, 마지막 몇 문제를 급하게 찍었다면 이 바구니예요. 이 문제들은 시간만 있었다면 풀 수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서 먼저 시간 제한 없이 다시 풀어 보는 게 좋아요. 풀리면 세 번째 바구니에 그대로 두고, 안 풀리면 첫 번째 바구니로 옮겨요.
세 번째 바구니가 무거운 학생은 앞쪽 문제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썼을 가능성이 커요. 어려운 문제 하나에 매달리다 뒤쪽 쉬운 문제를 놓친 경우죠. 이럴 땐 평소에 문제를 풀 때 타이머를 켜 두고, 한 문제에 일정 시간이 넘으면 표시하고 넘어가는 연습이 필요해요.
바구니의 무게를 비교해 보세요
이렇게 나누고 나면 바구니마다 문제 수를 세어 보세요. 어느 바구니가 가장 무거운지가 지금 내 공부의 가장 큰 구멍이에요. 첫 번째 바구니가 무거우면 개념 공부에, 두 번째가 무거우면 습관 교정에, 세 번째가 무거우면 시간 훈련에 힘을 쏟아야 해요.
같은 80점이라도 바구니의 모양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런데 대부분은 이 차이를 보지 않고 무조건 문제집을 더 풀어요. 첫 번째 바구니가 무거운 학생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 바구니가 무거운 학생에게는 시간 낭비가 되기 쉬워요.
바구니를 나눌 때 하나 조심할 게 있어요. 자기에게 너그러워지기 쉽다는 점이에요. 몰라서 틀린 문제를 실수 바구니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실수라고 하면 마음이 덜 아프니까요. 그래서 기준을 하나 정해 두면 좋아요. 해설을 보지 않고 다시 풀어서 3분 안에 맞히면 실수, 그렇지 않으면 몰라서 틀린 문제. 이렇게 정해 두면 바구니가 훨씬 정직해져요.
고1 첫 시험지부터 시작하세요
고1은 바구니를 나누는 습관을 들이기 가장 좋은 때예요. 시험 횟수가 쌓일수록 바구니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거든요. 다음 시험지를 받으면 틀린 문제 옆에 작게 숫자 1, 2, 3 중 하나를 적어 보세요. 그 숫자 세 개가 다음 한 달 동안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알려 줄 거예요. 시험이 거듭될수록 1번이 줄고 2번과 3번만 남는다면, 그건 실력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