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시간은 그대로인데 성적만 오른 아이들
한 학기 만에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에게 비결을 물으면 의외의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아요. "공부 시간은 별로 안 늘었어요." 주변 친구들은 믿지 않아요. 밤새 공부했을 거라고, 비싼 학원을 다녔을 거라고 짐작하죠. 그런데 그 학생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정말로 공부 시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달라진 건 언제 다시 보느냐였어요.
공부를 오래 하는 것과 공부한 것이 머리에 남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같은 세 시간이라도 복습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일주일 뒤에 기억나는 양이 크게 달라져요.
배운 것은 생각보다 빨리 흐려져요
수업 시간에 분명히 이해했던 내용이 다음 날 떠올려 보면 흐릿한 경험, 다들 있을 거예요. 하루만 지나도 배운 것의 상당 부분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요. 일주일쯤 지나면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문제는 많은 학생이 이 흐려짐이 거의 다 끝난 뒤에 복습을 시작한다는 거예요. 시험 2주 전에 교과서를 펴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거의 처음부터 다시 하는 거고요.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부해도 공부해도 끝이 안 보여요.
성적이 오른 학생들은 그날 한 번 더 봐요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들의 습관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그날 배운 걸 그날 한 번 더 봐요. 길게 볼 필요도 없어요. 수업이 끝난 뒤 쉬는 시간 몇 분, 혹은 저녁에 과목별로 10분 정도 필기를 훑어보는 거예요. 아직 기억이 생생할 때 한 번 더 보면, 흐려지는 속도가 확 느려져요.
그리고 며칠 뒤에 한 번, 일주일쯤 뒤에 한 번 더 봐요. 볼 때마다 걸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요. 이미 기억이 남아 있으니 빈 곳만 채우면 되니까요. 이렇게 하면 시험 2주 전에 교과서를 펴도 처음 보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남은 시간에 문제를 풀고 약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어요.
다시 읽기보다 떠올려 보기
복습 타이밍만큼 중요한 게 복습 방법이에요. 필기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건 편하지만, 읽는 동안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눈으로 보면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시험장에서는 보면서 푸는 게 아니라 떠올려서 풀어야 해요.
그래서 복습할 때는 필기를 덮고 오늘 배운 내용을 먼저 떠올려 보는 게 좋아요. 빈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적거나, 혼잣말로 설명해 보는 거예요. 그다음에 필기를 펴서 빠진 부분을 확인해요. 떠올리는 과정이 조금 힘들수록 기억은 더 단단해져요. 쉽게 읽고 넘어간 복습보다 조금 끙끙거린 복습이 오래 남아요.
고2의 하루에 복습 시간 끼워 넣기
고2는 과목 수도 많고 수행평가도 많아서 복습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새로운 시간을 만들기보다 이미 있는 시간에 끼워 넣는 게 좋아요.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의 처음 2분, 하교하는 길, 저녁 먹고 자리에 앉은 직후 같은 틈이요.
예를 들어 저녁에 공부를 시작할 때 바로 숙제나 문제집을 펴지 말고, 그날 들은 수업 중 두세 과목의 필기를 덮은 채로 떠올려 보는 시간을 15분 정도 가져 보세요. 그 15분이 일주일, 한 달 쌓이면 시험 기간의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요. 공부 시간을 늘리지 않고 순서만 바꾼 건데도요.
몰아서 하는 공부의 함정
시험 직전에 몰아서 공부하면 그 순간에는 머리에 꽉 찬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효과가 좋다고 착각하기 쉬워요. 실제로 시험 점수가 어느 정도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들어간 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빠르게 빠져나가요. 고등학교 공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앞에서 배운 내용 위에 쌓이기 때문에, 몰아서 한 공부는 다음 학기에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일이 반복돼요.
나눠서 여러 번 본 내용은 시험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어요. 그게 다음 학년 공부의 바탕이 되고, 수능까지 이어져요.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들이 한 학기만 반짝하지 않고 계속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오늘 수업 하나만
오늘 들은 수업 중 한 과목만 골라, 자기 전에 필기를 덮고 무엇을 배웠는지 떠올려 보세요. 세 줄이면 충분해요. 그 세 줄을 사흘 뒤에 다시 떠올려 보면, 복습 타이밍이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직접 느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