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간 잤다는 자랑에 불안해지는 밤
고3 교실에서 아직도 가끔 들리는 말이 있어요. "어제 세 시간밖에 못 잤어." 피곤한 얼굴인데 목소리에는 은근한 자부심이 섞여 있어요. 잠을 줄인 만큼 열심히 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괜히 불안해져요. 나는 여섯 시간이나 잤는데.
그런데 지켜보면, 잠을 극단적으로 줄인 학생보다 일정하게 잠을 지킨 학생이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아요. 잠은 공부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니라, 공부한 걸 지켜 주는 시간이에요.
자는 동안에도 공부는 이어져요
잠을 그냥 쉬는 시간으로만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자는 동안 뇌는 꽤 바쁘게 일해요. 낮에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중요한 걸 골라 오래 남는 기억으로 옮기는 일을 해요. 그래서 공부한 날 충분히 자면 다음 날 그 내용이 더 또렷하게 떠올라요.
반대로 잠을 줄이면 이 정리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밤늦게까지 공부한 내용이 다음 날 머릿속에 잘 남아 있지 않은 경험, 해 본 적 있을 거예요. 공부 시간은 늘었는데 남은 건 오히려 줄어든 거예요.
졸린 머리로는 같은 시간도 반만 써요
잠이 부족하면 다음 날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요. 수업 시간에 졸고, 문제를 읽다가 같은 줄을 두세 번 읽고, 쉬운 계산에서 실수가 나와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같아도 실제로 공부가 되는 시간은 훨씬 줄어들어요.
세 시간 자고 열여섯 시간 공부한 학생과 일곱 시간 자고 열두 시간 공부한 학생을 비교해 보면, 실제로 머리에 남은 양은 뒤쪽이 더 많을 수 있어요. 공부의 질은 시간만으로 정해지지 않아요. 맑은 머리로 쓴 한 시간이 졸린 머리로 쓴 두 시간보다 나을 때가 많아요.
가상의 수험생 서연이의 이야기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고3 학생 서연이를 떠올려 볼게요. 서연이는 고3 1학기에 하루 네 시간씩 자며 공부했어요. 처음 몇 주는 공부량이 늘어서 뿌듯했지만, 6월 모의평가 즈음엔 수업 시간마다 졸았고, 감기도 자주 걸렸어요. 성적은 오히려 3월보다 떨어졌어요.
여름방학에 서연이는 방법을 바꿨어요. 밤 열두 시 전에 자고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는 걸 지키기로 했어요. 처음엔 공부 시간이 줄어서 불안했대요. 그런데 몇 주 지나자 수업 시간에 졸지 않게 됐고, 자습 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9월 모의평가에서는 6월보다 성적이 올랐어요. 공부 시간은 줄었는데요.
수능 시간에 맞춘 수면 리듬
고3에게 잠은 양만큼 시간도 중요해요. 수능은 아침 8시 40분에 국어로 시작해서 오후 늦게까지 이어져요. 평소에 새벽 두세 시에 자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는 리듬이라면, 수능 날 아침 1교시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워요.
그래서 늦어도 수능 한두 달 전부터는 수능 날과 같은 리듬으로 생활하는 게 좋아요.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아침에 머리를 쓰는 공부를 하는 거예요. 리듬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으니, 조금씩 당겨 가는 게 좋아요. 일주일에 30분씩 앞당기는 식으로요.
잠을 지키기 위한 작은 습관들
잠을 충분히 자려면 잠들기 전 시간을 바꿔야 해요. 자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보면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깊이 잠들기도 어려워요. 잠들기 30분 전에는 휴대폰을 다른 곳에 두고, 가볍게 오늘 공부한 걸 떠올려 보거나 다음 날 할 일을 적어 보세요.
늦은 오후 이후엔 카페인이 든 음료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에너지 음료나 커피로 버티다 보면 밤에 잠이 안 오고, 그러면 다음 날 또 카페인에 기대게 되는 악순환이 생겨요. 낮에 너무 졸리다면 점심시간에 15분 정도 짧게 눈을 붙이는 쪽이 훨씬 나아요. 부모님도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방을 보고 기특해하기보다, 제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더 칭찬해 주세요. 그 한마디가 아이에게 잠을 지켜도 된다는 허락이 돼요.
오늘 밤 정할 시각 하나
오늘 밤 몇 시에 잘지 미리 정해 보세요. 그리고 그 시각 30분 전에 휴대폰을 내려놓는 알람을 맞춰 두세요. 잠을 지키는 건 공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내일의 공부를 지키는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