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에서 아이에게 건네는 마지막 한마디
수능 날 아침 시험장 교문 앞에 서 있으면 많은 장면을 보게 돼요. 아이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놓지 못하는 엄마, 차에서 내리는 아이 뒤로 "국어 시간 배분 잊지 마!"라고 외치는 아빠, 아무 말 없이 어깨만 두 번 두드려 주는 부모님. 그날 아이들이 교실까지 들고 가는 건 수험표만이 아니에요. 아침에 들은 마지막 말도 함께 가져가요.
부모님 마음은 다 같아요. 뭐라도 해 주고 싶은 거죠. 그런데 수능 당일 아침만큼은 무엇을 해 주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많아요.
아침 식탁은 평소 그대로
수능 날 아침상을 특별하게 차리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아이 몸에는 평소 먹던 아침이 가장 좋아요.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은 긴장한 속을 불편하게 할 수 있어요. 아침을 잘 안 먹던 아이에게 억지로 많이 먹이는 것도 피해 주세요. 따뜻한 국물이나 죽처럼 속이 편한 것을 조금이라도 먹고 나가면 충분해요.
도시락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평소 좋아하고 소화가 잘 되던 메뉴로 싸 주세요. 수능 전에 한 번쯤 같은 메뉴로 점심을 먹어 보게 했다면 더 좋고요. 따뜻한 물이 든 보온병 하나도 꼭 챙겨 주세요.
챙겨 줄 것은 전날 밤에 끝내 두세요
아침에 수험표나 신분증을 찾느라 집이 소란스러워지면, 아이는 집을 나서기 전부터 지쳐요. 그래서 준비물은 전날 밤에 아이와 함께 한 번 확인하고 가방을 현관 앞에 두는 게 좋아요. 수험표, 신분증, 아날로그 시계, 도시락, 물 정도요.
아침에 부모님이 하실 일은 시간을 지켜 주는 거예요. 아이가 일어나야 할 시간에 부드럽게 깨워 주시고, 출발 시간을 미리 정해 두세요. 시험장 입실 마감보다 여유 있게 도착하도록 길을 나서면 아이도 서두를 일이 없어요. 수능 날 아침은 교통이 평소보다 붐빌 수 있다는 것도 미리 생각해 두시고요. 차로 데려다주신다면 시험장 근처는 혼잡하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 주는 것도 방법이에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전날 아이와 함께 노선과 소요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해 두세요.
하지 말아야 할 말들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마지막 당부예요. "실수하지 마", "시간 배분 잘해", "이번엔 꼭 잘 봐야 해." 모두 좋은 뜻이지만, 시험장에 들어가는 아이에게는 짐이 돼요. 이미 아이 머릿속에는 그 말들이 수백 번 돌고 있거든요. 부모님 입으로 한 번 더 들으면 긴장만 커져요. 표정도 말만큼 많은 걸 전해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편하게 봐"라고 하면, 아이는 말보다 얼굴을 먼저 읽어요. 그날 아침만큼은 부모님도 숨을 한 번 길게 내쉬고 평소 얼굴로 아이를 마주해 주세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같은 말은 특히 피해 주세요. 아이가 1교시에 조금만 흔들려도 그 말이 떠오르며 무너질 수 있어요. 다른 집 아이 이야기, 성적 이야기, 대학 이야기도 그날 아침만큼은 꺼내지 않으셨으면 해요.
해 주면 좋은 말은 짧을수록 좋아요
그럼 어떤 말을 해 주면 좋을까요. 짧고 가벼운 말이에요. "잘 다녀와", "끝나고 맛있는 거 먹자", "고생 많았어." 시험 결과와 상관없는 말,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 말이요. 어떤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꼭 안아 주기만 하셨는데, 아이는 그게 가장 든든했다고 했어요.
교문 앞에서는 오래 머물지 마세요. 아이가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오래 서 계시면, 그 모습이 아이 마음에 걸릴 수 있어요. 손 한 번 흔들어 주고 돌아서시는 게 아이를 가볍게 보내는 방법이에요.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 마음도 챙기세요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면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질 거예요. 그 시간에 시험 문제 뉴스나 난이도 분석을 계속 찾아보시면 마음만 더 무거워져요. 가능하면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시고, 시험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 나가실 준비만 해 두세요.
그리고 저녁에 아이가 돌아오면 시험 이야기는 아이가 꺼낼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몇 점 같아?"보다 "배고프지?"가 먼저예요. 아이가 오늘 하루를 끝까지 버텨 낸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니까요.
수능 전날 밤, 아침에 아이에게 건넬 한마디를 미리 정해 두세요. 짧고 가볍게, 결과와 상관없는 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