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되면 열심히 할 거라던 다짐이 안 통하는 이유
고3 담임을 하다 보면 3월 첫 주에 이런 말을 하는 학생을 꼭 만나요. "고3 되면 달라질 거예요. 이번엔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그리고 4월 첫 모의고사가 끝날 즈음, 많은 학생이 고2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요. 학년이 바뀐다고 습관이 바뀌지는 않거든요.
고3의 공부는 사실 고2 2학기에 이미 시작돼요. 지금 하고 있는 공부 방식, 하루를 보내는 리듬,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고3으로 넘어가요. 그래서 습관을 바꾸려면 고3 3월이 아니라 지금, 고2 2학기가 가장 좋은 때예요.
왜 고3 되고 나서는 늦을까요
고3이 되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여유가 거의 없어요. 3월부터 모의고사가 이어지고, 1학기 내신 시험이 있고, 수시 준비와 진로 결정까지 몰려와요. 이 와중에 공부 방식을 바꾸려고 하면 익숙하지 않은 방식 때문에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시기를 겪게 돼요. 그 시기를 버틸 시간이 고3에게는 없어요.
반면 고2 2학기는 아직 여유가 조금 있어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몇 주 동안 어색해도 견딜 수 있어요. 그렇게 고2 겨울방학까지 몸에 익혀 두면 고3 3월에는 이미 그 습관으로 달리고 있게 돼요. 게다가 고2 2학기 성적과 활동은 수시에서 보는 학생부에도 그대로 남아요. 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성적으로도 함께 돌아오는 시기인 셈이에요.
첫째, 시간을 재고 푸는 습관
고3이 되면 거의 모든 공부가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수능은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이니까요. 그런데 고2까지는 시간을 재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이 많아요. 모르면 해설 보고, 오래 걸려도 끝까지 푸는 식으로요.
지금부터 문제를 풀 때 시간을 재 보세요. 모든 문제를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하루에 한 번은 시간을 정해 두고 풀어 보는 거예요. 내가 한 문제에 얼마나 걸리는지 알게 되면, 고3 때 시간 배분 연습이 훨씬 수월해져요. 국어 지문 하나를 몇 분 안에 읽는지, 수학 4점짜리 한 문제에 몇 분이 드는지 기록해 두세요. 숫자로 보이면 어디서 시간을 줄여야 할지도 바로 보여요.
둘째,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습관
많은 학생이 틀린 문제의 해설을 읽고 이해하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해한 것과 혼자 풀 수 있는 건 달라요. 해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문제를 며칠 뒤에 다시 풀면 또 틀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틀린 문제는 표시해 두었다가 일주일 뒤에 해설 없이 다시 풀어 보세요. 그때 맞히면 진짜 내 것이 된 거예요. 이 습관이 쌓이면 고3 때 오답 노트가 아니라 오답을 다시 푼 기록이 남아요. 그게 수능 직전에 가장 믿을 만한 자료가 돼요.
셋째, 매일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습관
고3의 하루는 길어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자습까지 하면 하루 대부분을 공부로 보내요. 이 긴 하루를 버티려면 의지보다 리듬이 중요해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공부를 시작하는 리듬이요.
고2 2학기부터 이 리듬을 만들어 보세요. 주말에도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부터요. 처음엔 주말 늦잠이 아쉽겠지만, 리듬이 잡히면 월요일 아침이 훨씬 가벼워져요. 고3 때는 이 리듬이 하루를 지탱하는 뼈대가 돼요. 잠자는 시간도 함께 지켜 주세요. 밤을 새워 공부한 다음 날은 결국 하루를 통째로 잃게 돼요.
넷째, 휴대폰과 거리를 두는 습관
마지막은 휴대폰이에요. 고2 때는 공부하면서 휴대폰을 옆에 두는 학생이 많아요. 알림이 오면 확인하고, 잠깐 쉰다며 영상을 보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요. 고3이 되면 이 30분이 너무 아까워요.
공부할 때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는 습관을 지금부터 들여 보세요. 처음 며칠은 불안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요. 쉬는 시간에만 정해진 만큼 쓰는 연습을 해 두면 고3 때 휴대폰 때문에 흔들리는 일이 확 줄어요.
네 가지를 한꺼번에 바꾸려면 버거워요. 하나씩, 2주에 하나 정도 바꿔 보세요.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네 가지가 모두 몸에 붙어 있을 거예요.
오늘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고 와 보세요. 고3의 첫날은 바로 그 순간이에요.